아직도 조주기능사 국가자격증 시험 과제 리스트에 수십 년째 머물러있는 구닥다리 레시피의 칵테일만 고집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두 부류일 것이다. 진짜로 마티니 같은 고전적인 칵테일 마니아이거나, 아니면 아는 게 오로지 그 칵테일밖에 없어서이거나.
사실 후자의 경우라고 해도 본인이 만족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항상 ‘뭐 마시지?’라는 고민을 하다가도 결국은 하이볼 글라스에 드라이진과 토닉워터를 부으며 한숨을 쉬는 사람들에게 요긴하게 쓰일 The Aviary 칵테일 북이 발간됐다. 시카고에 위치한 동명의 칵테일 바를 위해 탄생한 책인데, 무려 미쉐린 별 3개에 빛나는 레스토랑과 칵테일 아티스트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노하우를 짜냈다.
단순한 칵테일 레시피 북 같지만, 여기에 들인 시간과 노력을 알면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것도 조심스러워진다. 구상과 제작은 시카고 유일의 미쉐린 별 3개 레스토랑인 Alinea의 창업주이자 오너 Grant Achatz, Nick Kokonas가 캘리포니아 출신의 아티스트 듀오 Allen & Sarah Hemberger와 협업하면서 이뤄졌다. 제작에만 2년이 걸렸다고.
The Aviary 칵테일 북에는 마티니 같은 클래식부터 유니크하고 실험적인 칵테일까지 다양한 레시피가 수록됐다. 도수가 낮거나 무알콜 칵테일의 비중도 크고, Alinea의 오너 셰프가 참여한 만큼 주로 음식과 좋은 매칭을 이루는 레시피에도 포인트를 잡았다. 또한 해당 칵테일에 잘 어울리는 가니시나 얼음을 만드는 노하우도 곁들여졌다.
하도 많은 노하우를 담다 보니 책의 볼륨도 어마어마하다. 총 440페이지에 걸쳐 115종의 칵테일 레시피가 수록됐다. 덕분에 책의 무게만 3.6kg에 달한다. 당연히 멋지게 세팅된 칵테일 사진이 생생하게 담겨있으며, 제본 퀄리티도 좋다. 스탠다드 에디션은 85달러지만 여기에 50달러를 추가하면 클렘 쉘 케이스가 동봉된 리저브 에디션으로 업그레이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