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력 부족한 뜨개질 여우와 공룡이 있다. 엄마가 물가에선 조심하라고 그리 일렀건만. 아니 어쩌면 사랑에 눈멀어 천지 분간 안 되는, 만물의 장르가 로맨스인 그 시기, 자신의 물성을 자각하기가 더 어려웠을 테지. 호르몬의 농간에 걸려들어 애정표현 난사하는 둘 사이에 날아든 안타까운 운명이 7분가량의 짧은 단편 애니매이션 안에 담겼다.
타이타닉의 잭과 로즈 못지않은 이 둘의 사랑, 그 결말은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사랑하려면 사랑이란 단어의 무게를 덜어내야 한다. 영원을 믿지 말고, 운명을 운운하지 말고, 연인의 사랑은 모정과 부정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자신을 위해 목숨을 기꺼이 던진 공룡의 잔해를 모아 여우는 코바늘로 그의 존재를 다시 세워나간다. 하지만 꼬리를 완성하기도 전, 생리현상인 졸음 앞에 사랑은 무릎을 꿇고 만다. 과연 여우는 이 지난한 과정을 지나 다시 그를 만날 수 있을까. 졸고 있는 여우 곁에 다가와 두툼한 어깨를 내어 준 판다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기억하자. 사랑은 여러 개, 목숨은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