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건 나쁘건 여러 가지 의미에서 엄청난 차량이다. 테슬라(Tesla)가 공개한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Cybertruck) 이야기다. 단순히 전기차만 만드는 것이 아닌, 전기차의 인프라를 같이 제공하며 자동차 생태계를 바꿔나가려는 테슬라의 도전은 이번 모델에서도 유효하다. 지난 22일 공개발표회를 통새 선보인 사이버트럭은 일단 외관에서부터 우리의 기존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다.
그동안 차량의 제작 방식은 주로 바디 온 프레임 혹은 모노코크 형식이었다. 그중에서도 픽업트럭은 강성확보를 위해 전자의 방식을 대부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는 사이버트럭에서 이러한 개념을 전부 뒤엎는 엑소스켈레톤 방식을 적용했다. 이는 차체의 외부 패널 자체가 프레임의 역할을 하는 구조다. 즉, 뼈대에 살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뼈대 자체를 차량의 껍데기로 만들어버린 셈이다.
이를 위해 테슬라는 사이버트럭에 매우 특별한 소재를 적용했다. 스페이스X 로켓에 사용되는 Ultra-Hard 30X 스테인리스강으로, 우주 항공 소재다. 외부 충격에도 전혀 찌그러지지 않는 굉장히 단단한 재질로, 직선형 디자인이 나온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프레스기로 곡선을 만들 수가 없을 정도로 튼튼하기 때문. 실제로 시연회에서는 망치로 문을 내리쳐도 전혀 찌그러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재미있는 건 그다음이다. 사이버트럭 공개 행사에서 튼튼한 차체를 입증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유리도 방탄 소재가 적용됐다”며 똑같이 쇠공으로 내리치라고 지시를 했다. 하지만 그 기대를 배신하며 유리는 보기 좋게 쩍 하고 갈라졌다. 이 사건 때문에 발표회 직후 테슬라의 주가가 6.1% 급락한 것은 덤. 그래도 사이버트럭이 보여준 엄청난 강성과 독특한 디자인 때문에 벌써 선주문만 20만 건에 육박한다고.
다만 실제로 판매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엄밀히 말하면 이 디자인은 혁신적이라기보다는, 소재의 특수성 때문에 많은 부분을 생략하거나 스킵했기에 나온 결과물인 셈. 현행 자동차 규제에 따르면 유리도 곡면으로 만들어야 하고, 사이드미러도 장착해야 하며, 보행자 충돌 규정도 지켜야 한다.
물론 몇몇 부분은 미국 내에서 조만간 규정이 새롭게 바뀔 예정이라고는 하지만, 이 많은 규정을 다 지킬 수가 있을지는 의문. 그나저나 테슬라의 고질적인 단차 결함이 사이버트럭에서는 과연 해결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