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콜리아(Melancholia). 우울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이 말은 듣는 것만으로도 정상인 사람조차 기분을 이상하게 만든다. 멜랑콜리아는 2012년 제작된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우울함과 막연한 불안함을 영상에 감각적으로 담아낸 영화의 제목이 되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지구 종말이라는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던, 지구로 날아오던 행성의 이름도 멜랑콜리아였다. 영화 속에서 점점 우울과 불안에 대한 동질감 속에 이입되어 가는 한 자매가 보여주는 시적인 연기는 우리 마음 속 내재된 그 무언가를 건드렸었다. 갑자기 무슨 영화에, 우울증 이야기냐 하겠지만 이 영화가 보여준 시적 감성을 담아낸 독특한 디자인의 벽 시계에 대한 나름의 복선이다. KIBARDIN Melancholia 벽시계.
감성을 담은 디자인으로 유명한 키바딘이 이번에는 벽 시계에 그것을 담아냈다. 언뜻 봐서는 시계로 보이기 보다는 예술 작품을 걸어 놓은 것 같다. 멜랑콜리아 벽 시계는 심플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이 많다. 물론 이 시계를 바라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마치 두 개의 원형 판이 두 개의 행성을 표현하여 영화 속 지구와 멜랑콜리아 행성의 충돌을 의미하는 것 같다. 또한 이 두 개의 판에 있는 작은 틈, 분침과 시침, 이들은 영화 속 자매 저스틴과 클레어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키바딘은 분침을 저스틴(Justine), 시침을 클레어(Claire)라고 명명했다. 분침과 시침이 서로 떨어져 있는 동안에 두 행성이 충돌할 것 같다는 불안감과 우울함에 사로잡혀 홀로 지내던 자매는 하루에 두 번 시계의 제일 꼭대기에서 잠시 만나 서로를 안아주며 위로해준다. 이 모든 감성을 저 단순해 보이는 디자인에 담았다는 것이 새삼 대단하다. 6가지의 색상 조합으로 6개의 다른 시계의 느낌을 줄 수 있으니, 키바딘 멜랑콜리아를 벽에 걸어 놓고 무한의 상상력을 펼쳐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