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당신의 핸드폰은 바쁘다. 친구가 많아서가 아니다. 수신된 메시지는 광고와 밀려드는 할인행사 정보들 뿐. 문제는 물욕이다. 이 지긋지긋한 물욕. 무심한 척 시선을 거둬보지만, 헛된 터치 한번이 금세 우리의 월급 통장을 너덜너덜하게 만든다. 이때, 우리에게 나타난 수호천사가 있으니, 바로 듬직한 풍채에 어여쁜 리본을 묶고 있는 ‘켄터키 할아버지’다. 이 할아버지의 본명은 커넬 할랜드 샌더스. 인자한 미소로 학창 시절 우리의 코 묻은 용돈을 가져간 그대, 이제 우리를 구원할 차례다. 켄터키 할아버지, 왜 이제야 오셨나이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미국 패스트푸드 업체 ‘KFC’가 잠시 치킨을 내려놓고 인터넷 차단 텐트(Internet Escape Pod)를 들고 왔다. 스테인리스 스틸과 메시 소재의 천으로 만들어진 이 제품은 인터넷 전파를 방해 하도록 설계된 일종의 은신처다. 이 안에서 당신은 무한 정보 속을 의미 없이 유영하는데 쓰는 귀중한 시간과 방해 받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크기는 213x 213x 200cm로 거대해 네 가족이 둘러 앉아 치킨을 먹기에 딱, 적당한 사이즈다. 돔 위에는 3.5kg의 켄터키 할아버지가 자리하고 있으며 곳곳에 장착된 귀여운 치킨 디테일이 포인트다.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 쇼핑 주간이 우리의 지갑을 노리고 있는 지금, 서둘러 도망쳐야 한다. 잡히면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