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관련 직종에 있는 분들이라면 너무나도 잘 알겠지만, 좋은 아이디어라는 것이 정말 하루 종일 기름 짜내듯이 머리를 쥐어 짜내보아도 아이디어 한 방울 나오지 않을 때가 있고, 어떤 날은 한껏 부풀어 오른 물 풍선에 바늘 갖다 대듯이 슬쩍 자극만 줘도 폭포수처럼 쏟아져 그걸 주워 담을 새도 없이 마구마구 흘러나올 때가 있다. 두 가지 극단적인 상황을 설명하긴 했지만 아이디어라는 것이 생각보다 간단하게 일상생활에서 번뜩이며 다가올 때도 있는데, 이런저런 현실적인 이유들로 아이디어가 실현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토크쇼의 진행자의 아이디어라면 그런 “현실적인 문제들”이라는 장벽이 의외로 쉽게 허물어질 수 있는가 보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토크쇼 중 하나인 ‘레이트 나이트 위드 지미 팰런’의 사회자 지미 팰런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제이크루(J Crew)에서 덥석 물고 제품으로 출시하였다. 워낙에 자신의 토크쇼를 진행하며 여러 가지 특이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지미 팰런이라 이번에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지만, 제이크루는 진짜로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판단이 들었나 보다. 많은 남성들이 수트 가슴 포켓에 전화기를 넣고 다니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어차피 핸드폰을 넣어 다닐 거라면 수트에 꼭 필요한 포켓치프로도 동시에 사용할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받아 아이폰 케이스와 포켓치프를 합친 제이크루 포켓 다이얼을 제작했는데 생각보다 이 제품에 대한 반응이 매우 뜨겁다고 한다.
장난 같은 제안으로 만들어진 제품이지만 그 수익은 David Sheldrick Wildlife Trust라는 야생동물 보호단체에 전액 기부될 예정이라고 한다. 유명세를 이렇게 경쾌하고 기분 좋게 이용하기가 참 쉽지 않은데, 추운 연말에 마음이 유쾌해지고 따뜻해지는 아이디어에 참여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