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는 사실이 씁쓸하긴 하지만, 세상은 넓고 멋진 집은 많다. 여기서 멋지다는 말은 단순히 보기 좋고 화려한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집의 터가 될 땅의 지형을 잘 간파해서 어쩌면 약점이 될만한 요소마저 새로운 기회로 이용해 버리는 House in Benahavis 같은 멋짐을 논하고 싶다. 건축이 뛰어나면 과연 얼마까지 훌륭한 풍경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 체감할 시간이 왔다.
굳이 말해 뭐할까. 사진 한 장으로 이미 게임 끝인 것을. 그럼에도 설명을 덧붙여 보자면, 일반적인 상식 속에선 장애가 되었을 가파른 경사 지형이 행운으로 변모했다는 사실부터 짚고 가야겠다. 스페인 에스파냐 남부 안달루시아 해안에 자리한 이 집은 언덕의 끝, 가장자리에 지어진 T자형 주택이다. 집 지반의 상당 부분이 공중에 떠 있는 구조로, 세로로 긴 직사각형 볼륨이 가로로 길게 뻗은 윗 층의 볼륨을 지탱하는 방식이다. 건축의 전 과정은 Fran Silvestre Arquitectos가 총괄했다.
신비롭고 우아한 외관부터 푸르른 초원에 울창한 나무, 탁 트인 하늘까지 숨만 쉬어도 신선놀음이 돼 버리는 완벽한 전망, 화창하지만 은은한 빛의 움직임, 멀리서 보이는 자태까지. 드라마틱하지 않은 요소라곤 단 하나도 찾을 수 없다. 자연과의 조화는 또 어떤가. 미니멀리즘을 앞세운 절제미와 기하학적 설계로 이질감 하나 없이 주변 환경에 녹아들더니 도리어 극도로 예술적이고 풍성한 장면을 완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