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준비해야 할 것은 크래커, 초콜릿 바, 마시멜로, 그리고 마시멜로를 노릇하게 구울 불이다. 이 재료들이 앞에 살포시 놓여 있다면 이제 영상을 틀자. 파스텔 톤 색채와 대칭 구조, 필요 이상으로 공들인 미장센, 이게 레시피 영상이 맞나 싶다. 의심을 거두고 계속 주시하니 급기야 마시멜로를 태워 먹는다. 감이 왔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웨스 앤더슨(Wes Anderson) 감독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일 거다. 절제된 유머가 담긴 이 푸드 필름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국내에 그 이름을 널리 알린 웨스 앤더슨의 촬영 스타일을 쓱 가져와 제작되었다. 음, 느닷없이 등장하는 잔인한 장면들과 예쁘고 아름다운 미장센이 뒤엉켜 영화를 잔혹 동화처럼 보이게 하는 그의 정수가 빠져버린 건 좀 아쉽다. 웨스 앤더슨은 그로테스크함이 생명인데. 이뿐만 아니라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마치 스파게티 누아르라 부르고 싶은 유혈 낭자 영상과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무중력 팬케이크, 폭발 마니아 마이클 베이 감독의 와플의 최후 영상도 있으니 꼭 감상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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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간 펼쳐지는 쿠엔틴 타란티노, 마이클 베이, 웨스 앤더슨의 그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