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깔끔함을 자랑하는 사케는 많은 요리들과 좋은 궁합을 과시하며 음식의 풍미까지 높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중적인 제품부터 프리미엄 라인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꽤 높은 가격 때문인지 국내에서는 특별한 자리에서 마시는 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가끔 집에서 사케 한잔이 생각날 때 마트에 가면 최소 300mL 이상의 병이나 1ℓ에 가까운 팩 사케가 대부분이라 가볍게 마시기엔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나온 것이 컵 사케다. 일본에서는 1964년 도쿄 올림픽부터 저렴한 이 사케가 대중들의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200mL가 채 안 되는 컵 사케는 편의성에서 점수를 후하게 받았지만, 사실 그 품질에 있어서는 제대로 된 점수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나왔다. 작지만 강한 Enter Sake Black이다.
미니멀 테크노 거장이자, DJ로 유명한 리치 호틴(Richie Hawtin)은 20년간 사케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지난 4년간 이비자의 여름을 책임졌던 그의 테크노 파티 ENTER에서 리치는 프리미엄 사케를 홍보해 왔고 그는 마침내 유럽에서 가장 큰 사케바 인 ENTER.Sake를 설립하였다. 일본을 제외한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프리미엄 사케를 현재는 미국과 유럽 각지에도 공급하며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180ml의 ENTER.Sake Black은 15% 도수로 1864년에 만들어진 세키야 양조장에서 탄생된다. 오래된 양조장의 역사만큼 수백 년에 걸쳐 형성된 사케 기술이 집약된 이 술의 품질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깔끔하고 부드러우며 그 풍미 안에 숨겨진 망고, 복숭아, 파인애플의 달콤함이 사케 맛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향긋하게 입안을 가득 메운다. 아직 컵 사케의 매력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Enter Sake Black을 통해 제대로 경험해 보는 것도 좋겠다. 720mL와 1.8L의 병으로도 만나 볼 수 있으니 참고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