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px
닫기

임볼든 앱을 홈 화면에 추가하여 간편하게 이용하세요.

하단 공유버튼() 선택 후, '홈 화면에 추가(홈 화면에 추가)'

허울 너머를 바라보는 사람, 배우 정찬
2024-04-01T14:01:28+09:00

데뷔 30주년 청춘스타의 모습은 이렇다.

정찬은 바이크, 드론, 스킨스쿠버, 에어소프트건 등 좋아하는 것들을 자기 삶에 능동적으로 끌어올 줄 아는 사람이다. 그 속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생의 감각을 유지해야 할지 늘 고민한다. 허울 너머의 것에 시선을 두기 때문이다. 본질을 매만지며 그는 하루를 보내고, 아이를 길러내고, 연기한다. 배우 정찬은 오늘도 그렇게 살아가는 중이다.

드라마 ‘피도 눈물도 없이’ 촬영 중인 걸로 안다. 얼마만의 복귀인가

3년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무 위키에 1년 8개월 만이라고 적혀 있더라. 특별 출연이 길어져 20회 이상 등장하는 바람에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작품으로는 오랜만에 본 것 같지만 또 아닌 느낌도 든다. 2010년에 방송된 집 소개 프로그램 캡처 사진이 꾸준히 사람들에게 소환된다. 알고 있나

나도 그 사진 갖고 있다.

보통 방송에서 촬영을 나오면 적어도 이불은 갤 것 같은데 왜 이랬던 건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직접 듣게 될지 몰랐다 (웃음)

설정, 꾸밈, 포장 이런 것들을 제일 싫어한다. 꾸밀 거면 안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리얼리티 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불가피하게 어느 정도의 연출이 들어가야 하니까. 내가 싫다고 PD와 작가들의 말을 안 들을 수도 없지 않나. 집 공개 방송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결과다. 그 방송에서 꾸민 건 딱 하나 있었다.

말해줄 수 있나

이제는 공소 시효가 지나서 말할 수 있다. 우유 마시는 장면이 나오는 데 PPL이다. 우유 안 좋아한다. (웃음) 그것만 설정이고 나머지는 있는 그대로 내 모습이다. 심지어 방송에 나왔던 수면 베개는 아직도 가지고 있다. 우리 큰애 애착 인형이다. 할머니가 여기저기 꿰매서 굉장히 낡았는데 초등학교 6학년 딸이 아직도 끼고 지낸다. 딸과 네 거니 내 거니 주기적으로 싸운다. 집에 가서 사진 찍어 보내주겠다.

솔직함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중 하나인가

개인적으로 나는 솔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남에게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고 요즘에 와서는 되뇐다. 굳이 업보를 만들고 싶지도 않고. 대부분의 잡생각은 뜰채로 떠서 다 버리는데 내가 했던 말 중 잊히지 않는 것들이 주기적으로 지나간다. 끝끝내 흘려버리지 못하고 남겨진 말들을 곱씹는 기분이 참 별로더라. 소위 이불킥 하게 된다. 타인에게는 관대하고 내겐 엄격해지자고 생각한다.

일례로 환경을 해치는 골프장이 싫어 골프를 치지 않는다. 누군가 치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면 “골프장 인허가를 받으려면 지하수가 3급에서 4급이 나와야 한다. 그 급수를 받기 위해서는 이렇게, 저렇게 해야 된다.”이야기하곤 했는데 지금은 지금은 그냥 만다. (웃음)

MBC 파업 당시 파업 지지 성금을 냈다는 기사를 봤다. 정치색으로 비칠 수도 있고, 의도치 않은 프레임이 씌워질 수도 있었을 텐데. 자기 의사를 개진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엄청나게 큰 대의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 당시 드라마 촬영 중이었는데 같이 일하는 조 감독이나 다른 MBC 직원들이 월급도 못 받고 일하는 걸 보고 낸 거다. 상징적인 의미로. 혼자 한 건 아니다. 그 당시 소속사 대표도 내고, 나는 전체 금액의 30~40% 정도 부담했다.

동료를 위해 쾌척한 건가

동료? 같이 일하는 우리 스텝들.

트렌드가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 속에서 무언가를 진득하게 사유하기 쉽지 않다. 가치관도 유행 따라 변하기도 하니까. 방송계는 변화의 속도가 더 빠르기도 하고. 환경에 대한 생각, 내 주관을 꼿꼿하게 세우게 된 계기가 있었나

환경은 전혀 관심 분야가 아니었다. 취미 중 하나인 스킨스쿠버를 하면서 자연스레 관심을 두게 된 경우다. 스쿠버 다이빙을 95년에 시작해 30년 정도 했는데 바다가 망가지는 게 해마다 너무 보이는 거다. 95년도 제주도 바다랑 지금 제주도 바다는 물 투명도가 다르다. 과거에는 3~40m까지 시야 확보가 됐었다.

물은 정말 중요한 자원인데 그걸 끊임없이 계속 더럽히고 있으니까, 인류에 대해 더 냉소적으로 바뀐 것도 있다. 솔직히 인류애, 세상에 대한 근원적인 희망 같은 건 별로 없다. 어차피 인류는 망할 거다. (웃음)

디스토피아적인 미래관을 갖고 있는 건가

희망이 49%, 절망이 51% 정도. 하지만 앞으로 이 땅에서 100년을 살아갈 내 아이들이 있으니 마냥 부정적으로 미래를 그릴 순 없다고는 생각한다.

취미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드는 데에도 주저함이 없는 거 같다

연예인은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 단기 계약직이다. 계약이 끝나면 백수와 다름없다. 취미를 찾아서 시간을 어떻게든 보내야 하는 거다.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주인공처럼 술만 마시며 보냈다가 시간이 무기력하게 흐를 것 같아 시작한 것이 드론 자격증 취득이다.

이 분야를 소개해 준 동생이 스폰을 받을 수 있게 도와줬는데 점수가 낮으면 미안하니까 공부해서 딱 하나 틀리고 수석으로 붙었다. 교관 시험도 치르고. 그러다 무인 헬리콥터도 자격증까지 따게 된 거다. 대본 외우던 실력이 여러모로 도움이 됐다.

취미라는 게 삶을 즐겁게 하는 요소 중 하나 아닌가. 딱히 이렇다 할 취미가 없어서 이런 얘기를 들으면 부럽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데 취미란 건 사고하기에 따라 다르다. 나처럼 거창한 취미만 있는 건 아니니까. 나는 텀블러를 수백 개 가진 사람보다 몇 개 있는데 그 물건의 면면을 다 아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브랜드 역사를 알고, 언제, 어떻게 샀고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 말이다.

취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내가 요즘 즐겨보는 어떤 유튜버의 말처럼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내 주변에 있는 여러 가지 것 중 뭐 하나를 콕 집어서 사랑하는 순간 취미가 시작되는 거다. 취미의 본모습은 거창하지 않다.

저녁을 먹고 동네 공원을 산책하는 것, 걸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사색하는 것도 취미가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내 내 삶에 가져오느냐 못하느냐의 차이지 원동력은 사랑이라는 거다. 국밥을 좋아한다면 국밥집에 찾아가서 나만의 리스트를 만드는 것도 너무 좋은 취미 아닌가.

방금 언급한 것처럼 무형의 취미는 기록으로 남기면 특별해질 것 같다

내가 가진 취미는 대부분 장비가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물건 자체가 기록이 된다. 장비는 쓰인 흔적, 녹 같은 것들로 시간의 흐름과 역사를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렇지 않다면 기록하기를 추천한다. 나도 메모하는 수첩이 따로 있는데, 기록의 의미뿐만 아니라 어떤 행위를 습관화하는 데도 메모가 도움이 되더라.

취미 얘기에서 바이크를 빼놓을 수 없지만, 차는 안 좋아하는지

어렸을 때는 좋아했다. 차에서 바이크로 넘어간 거다.

계기가 있나

BMW 시리즈부터 올라갔다. 자동차 동호회 사람들과도 자주 어울렸고, 태백 서킷도 다녔다. 여러 가지 차를 타보는 재미가 있었던 거다. 그러던 중 원메이크 레이스에 나가는 아는 동생이 현대에서 나온 클릭이라는 차를 몰고 왔다. 그때 내 차가 포르쉐였는데 속칭 ‘똥침’을 당했다. 차 퍼포먼스는 돈 벌어서 다른 모델을 사는 순간 바뀌는 것이지만, 내가 가진 기술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그래서 차 팔고 클릭을 샀다.

매사 본질적인 부분을 집요하게 고심하는 거처럼 보인다

그냥 살 수는 없지 않나. 열심히 경제 활동하다 죽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가 뭔가를 배워서 할 줄 아는 게 더 중요한 거다. 내가 어떤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건 별반 소용이 없구나 느꼈다. 내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얘기한다.

그렇다면 끝내 친해지지 못한 취미도 있나

요리. 아이들 때문에 재미를 붙여보려고 했는데 쉽지 않다.

SNS에 올라온 요리 사진 몇 장을 봤다

그래도 카레는 졸업을 한 것 같다. 아니 궤도에 올랐다 정도. 카레는 내 소울푸드다. 삼시 세끼 다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좋아한다. 그다음 볶음밥, 부대찌개, 즉석 떡볶이 같은 것들을 만들 수준 정도는 된다.

사용하는 물건에도 취향이 있는 편인가

취향이라기보다 규칙이 있다. 품목별로 세 개를 넘지 않도록 구매하는 편이다. 너무 많이 사봤자 입고 쓸 때 고르는 시간만 더 든다. 결국에 사용하는 것만 자꾸 손이 간다. 물건이 많아지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정리한다. 오늘 아침에도 옷장 정리 한 번 싹 하고 왔다. 오전에 일어나서 자전거 1시간 타고 턱걸이 한 60개 하고 그러고 나서 옷장 열어 티셔츠 한 무더기 처분했다. 여기저기 서 받은 프린트 티셔츠 이런 거.

오토바이는 순간적으로 실수를 해 4개를 가지고 있었다. 타다 보니 3개도 많다는 생각이 들더라. 바이크도 타는 것만 탄다. 많으면 많을수록 유지비만 더 지출되기 마련이니까 차라리 그 돈 모아서 기부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결론은 많이 가져봐야 소용이 없다. 앞으로도 3 3 3 이 규칙을 유지할 예정이다.

요즘 ‘술레바퀴’라는 바(Bar)를 운영 중인 거로 안다

나 같은 인간이 유튜브에서 토크쇼 MC를 볼 수 있다는 건 디지털 미디어가 대세를 이루면서 받은 수혜라고 생각한다.

나 같은 인간이 어떤 의미인가

비상업적인 멘트를 자주 쓰는 엔터테이너. (웃음) 내가 모터사이클 관련 유튜버라 바이크 콘텐츠를 다루는 임볼든과 공통 분모가 있었다. 마이너한 내 취향을 유지한 것이 발판이 되지 않았나 싶다. 오토 스포츠와 레저와 문화 전반까지 살피고 싶은 마음도 있어 현재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

날이 따뜻해졌다. 바이크로 달리기 좋은 코스 소개를 부탁한다

개인적으로 전라도 지역 해안가들을 좋아하고 더 많이 다녀보고 싶다. 전라남도가 엄청 크다. 바이크로 한 번 내려가려면 거의 하루가 걸리니까 바이크를 차 뒤에다 싣고 가서 며칠 동안 쭉 돌고 싶은 생각도 있다.

어떤 바이크를 타고 가고 싶나

클래식 바이크가 제일 무난한 것 같다. 레이싱 레플리카 같은 바이크를 타고 고속으로 달리다 보면 풍광을 못 본다.

속도보다는 풍경을 느끼는 것에 더 중점을 두나

시간을 투자해 투어를 길게 갈 때는 경치와 풍경을 보러 가는 거다. 진해, 진도 같은 곳은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 같다. 경치를 오롯이 느끼기 위해서는 클래식 바이크 만한게 없다.

바이크는 혼자도 좋지만 무리를 지어 달리는 맛이 있는 것 같다. 바이크 취미를 공유하는 연예인들도 있나

예전에는 김상중 형님, 유인촌 선배님하고도 타곤 했는데 지금은 혼자 혹은 골수 멤버들 딱 몇 명 정도하고만 즐긴다. 그들도 각자 바빠서 물론 자주는 못 본다. 한 10년 좀 넘게 정말 미친 듯이 타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런 때는 이제 지난 것 같다.

나를 요즘 가장 기쁘게 하는 것이 있다면

재밌는 영화가 많이 개봉해 혼자 영화관에 자주 간다. <서울의 봄>, <패스트 라이브즈> 그리고 <파묘>도 두 번 봤다. 5km 안에 있는 극장은 걸어간다. 왕복 10km를 걸으니까 하루 치 유산소 운동도 겸사겸사 끝낸다.

혼자 영화 보는 ‘혼영’을 즐기나

좋아한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 것 같고 혼자 봐도 상관없다 정도. 갑자기 볼 사람은 없고, 이건 꼭 봐야겠고, 더군다나 극장용이라고 판단되면 간다.

그렇다면 요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건 나다. 내 머릿속에 뭐가 튀어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지니까.

어떤 종류의 것이 튀어 나오나

불안감이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거다. 경제적인 부분도 그렇고. 그럴 때 이 불안감에 잠식되느냐 내쫓느냐에 따라 생각의 덩어리 크기가 달라지지 않나. 더 커지지 않도록 먹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할 뿐이다. 후회하지 않으려고 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달라

연기 생활을 끊임없이 이어가는 게 계획이다. 쉬고 싶지 않다. 하고 싶은 역할들은 많지만, 리스트 안에만 존재하지 기분 좋게 줄을 쫙 그어주지 못한 것 같다. 악역, 빌런 역할은 꼭 해보고 싶다. 드라마 <남자의 향기>에서 처음 악역을 맡았는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현장이 편한 사람인가

그렇다. 94년도 배창호 감독님 작품 <젊은 남자>에서 젊은 남자 1역으로 시작해 올해로 데뷔 30년째다. 신은경, 이정재 주연 배우와 딱 한 신씩 찍는 단역으로 시작했다. 아직 현장이 제일 편하다. 어릴 때는 촬영을 마치고 집에 가면 너무 좋았는데 이젠 아니다. 일하는 순간이 가장 좋다.

어떤 연기자로 기억되고 싶은지 궁금하다

음.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는 건,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인 것 같다. 내가 배우로서 어떤 길을 가겠다는 염원은 있지만 타인에게 어떻게 각인되겠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어떤 연기자로 기억되고 싶냐가 아니라 내가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만 고민했다.

기억은 사람들의 몫이다. 그건 내가 고려할 부분이 아닌 것 같다. 내가 아무리 변신을 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도 알아봐 줄 거라는 기대까지 하는 건 욕심이다. 연기는 늘 과제이자 내 꿈이다. 꿈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싶어 하는 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망이고. 계속 연기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