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처럼 번지던 해외 직구는 이제 어느덧 일상이 됐다.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수입사의 유통과정을 건너뛰어 더 저렴한 비용으로 해외 제품을 직접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로 공산품에 국한됐던 해외직구가 이제 금융에도 많이 번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상장사들의 시가총액 비중은 글로벌 시장에서 2%가 채 안 된다. 나머지 98%의 좋은 투자 기회를 그저 보고만 있기에는 해외주식 직구가 선사하는 메리트가 크다. 이미 15년 전부터 마니아 사이에서 성행한 해외주식 직구는 최근 일반 투자자 수도 꽤 많이 증가한 상태다.
물론 국내주식을 모두 팔고 해외로 옮기라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방법도 그리 어렵지 않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했던 전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말처럼, 약간의 여유자금이 있고 관심만 있다면 매력적인 종목과 상품들이 많다.
-0.4% vs 3.2%
최근 깜짝 놀랄만한 언론 보도가 나왔다. 우리나라의 올 1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4%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안 좋은 수치다. 경기 안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으나 이 정도까지인지는 몰랐다.
반면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3.2%나 된다. 꽤 큰 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 3월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1월 전망치인 2.8%(2019년)에서 2.6%로 낮춰 전망했다. 미-중 무역 전쟁과 미국의 금리 인상에 자유로울 수 없는, 대외 의존적인 우리나라 경제 체질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물론 한국과 미국의 성장률만으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중장기 전망이 썩 좋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심지어 80년대 후반부터 20년의 장기 저성장 늪에 빠졌었던 일본을 따라갈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물론 우리나라 경제가 되살아나길 바라지만, 기대와는 달리 저성장을 이어간다면 국내기업들에 대한 투자수익률은 좋을 리 없다. 거시적으로 볼 때, 국내주식에만 올인하지 말고 해외로 분산할 시점이 됐다.
해외주식 직구 규모
한국예탁결제원에 의하면 국내 투자자들의 올해 1~4월 해외주식 매수금액은 64억4,349만 달러(약 7조6258억 원, 이하 6월 4일 환율 기준)에 달한다고 한다. 직전 최대였던 작년의 14억2,090만 달러(약 1조6,816억 원)에서 13% 늘어난 월평균 16억1,087만 달러(약 1조9,064억 원)로 기록을 경신했다.
반면 개인의 국내주식 투자는 계속 줄고 있다. 올해 1~4월 개인들의 월평균 매수 규모는 51조1,041억 원으로 지난해의 68조1,690억 원보다 1/4이 줄었다. 전망이 밝지 않은 국내기업에서 돈을 빼 해외로 옮기는 사람이 꽤 많이 늘어난 것이다. 최근 주식 시장의 트렌드가 이처럼 변하고 있는데, 해외주식 결제금액은 아래 그림처럼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심지어 우리 국민의 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공단에서도 내년 말까지 국내주식의 비중을 현 18%에서 17.3%로 줄이고, 해외주식의 비중은 20.0%에서 22.3%로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지난달 말 밝혔다. 2024년까지 현 675조 원에 이르는 기금액의 절반을 해외에 투자해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률도 높인다는 것이 공단 기금운용위원회의 마스터플랜이다. 개인과 기관 모두 해외주식 비중은 점점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분산투자 효과
지난해 1월 역사적인 고점 2,607P까지 찍었던 코스피는 4일 현재 2,066P에 머물러있다. 고점 대비 약 21%나 빠진 상태다. 반면 지난해 10월 역사적인 고점 26,951P까지 찍었던 다우 지수는 4일 현재 장중 25,051P를 기록 중이다. 고점 대비 약 7%만 빠진 것이다.
최근 1년과 3년간 코스피지수 등락률은 각각 –11.7%와 10.6%인 반면 미국 S&P500 지수는 각각 12.0%와 42.8%에 달한다. 일본의 닛케이225 지수의 -1.0%와 37.8%에도 한참 떨어진다.
펀드는 어떤가. 지난달 9일 기준 국내 901개 국내 주식형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6.73%에 그쳤지만, 국내에 설정된 749개 해외 주식형펀드의 같은 기간 평균 수익률은 16.0%로 국내 주식형펀드의 2배 이상 된다고 한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 자료 인용)
투자의 기본은 분산이다. 만약 주식 위주로만 투자한 사람이 한국 외 다른 나라에 분산투자했다면 손실률은 줄어들었을 것이다. 투자 성향별, 기간별 분산도 중요하지만, 국가별 분산도 중요하다. 소위 ‘몰빵투자’는 자멸의 지름길이다. 분산투자를 꼭 명심하길.
배당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주식투자에 망설이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배당이다. 그나마 주주환원 정책 덕분에 최근 우리나라 상장사들도 배당을 늘렸지만, 여전히 선진국에 비하면 인색한 수준이다. 특히 유럽과 미국 상장사들에 비해 차이가 너무 크다.
하지만 해외의 사정은 다르다. 주식에 투자해 수익률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배당에서 벌충해주면 위안이 된다. 보수적인 투자자들은 배당 많은 종목을 골라 집중투자하기도 하지만, 국내기업들은 배당에 인색하기에 이런 경향의 투자는 쉽지 않다. 배당만 봐도 결국은 해외투자가 답이다. 아래 표가 이를 잘 설명해준다.
배당 성향은 기업의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을 말하며, 배당수익률은 주가 대비 1주당 배당금의 비율을 말한다. 당연히 둘 다 높을수록 투자자에게는 좋다.
이재철 (jlee7jlee7@hanmail.net) | 재테크서적 <당신의재테크최선입니까?> 저자, 제이씨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