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 중의 성수기다. 어딜 가도 경치를 보러 온 건지, 이 많고 많은 사람을 보러 온 건지 구분이 안될 정도니까. 말은 휴가인데 휴식보단 피곤함이 앞서는 아이러니한 상황. 이럴 땐 방캉스가 답이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쐬면서 등골을 서늘하게 식혀줄 넷플릭스 스릴러 6선을 선정했다. 한번 시작하면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 같은 작품만 골랐으니 재생 버튼 누르기 전에 각오 단단히 하자.
이미 썩을 대로 썩어빠지고 글러 먹은 이 세상, 정의가 무슨 의미인가. 인생은 한방이다. 평생을 치밀하게 준비해 온 완전범죄로 한탕 크게 치른 후 평화로운 여생을 보낼 것. 이것이 범죄의 중심인물, 천재 교수의 전략이자 계획이다. 앞에 펼쳐질 상황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숨 막히는 박진감이 이 드라마의 묘미.
스페인 조폐국을 점령, 평생 쓰고도 남을 만큼의 돈을 찍어내 치고 빠진다는 그들의 목표는 과연 실현될 것인가. 인질은 볼모일 뿐. 사망자도 살인자도 없어야 한다. 그만의 확고한 원칙과 지조를 지키는 아이러니한 완전범죄가 펼쳐진다.
너무 기발해서 말이 안 되는데, 보다 보면 범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그들의 논리도 그럴듯하게 들린다. 어차피 죽을 때까지 뼈 빠지게 고생하며 살 것. 이렇게 한탕 하는 것도 꽤 괜찮은 생각인데? 쫓고 쫓기는 두뇌 싸움. 신분을 숨긴 범죄자와 경찰의 로맨스 등 아찔한 순간의 연속으로, 1시간은 10분처럼 지나가고 다음화를 누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당신을 발견할 것이다.
미국의 작은 시골 마을 리버데일에서 한 소년이 사라진다. 친구의 실종, 그 진실을 좇으며 밝혀지는 마을의 추악한 현실. 하나의 실마리가 풀리면 곧바로 더 큰 사건이 몰려오고, 범인은 잡혀도 범죄는 끊이지 않는다.
결코 평화로울 날 없는 리버데일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 자녀 세대에서 부모 세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하나하나 밝혀지는 부모 세대의 미스터리까지. 내가 살고 싶진 않지만, 스크린으로 즐기기엔 이 마을만한 엔터테인먼트가 없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이 드라마에서 탄생한 실제 커플이 둘이나 된다는 것. 당장 네이버에 검색해도 좋지만, 드라마를 직접 감상하면서 추리해 보는 건 어떨까? 아치와 베티, 베로니카와 저그헤드 등 4인 4색 주인공의 치명적인 매력을 지켜보는 맛도 쏠쏠하다.
영화 ‘사이코’의 프리퀄. 사이코패스 살인마 노먼 베이츠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베이츠 모텔에서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격언은 통하지 않는다. 노먼 베이츠의 엄마 노마 베이츠. 그녀는 불행에서 벗어나 본 일이 없다.
하나의 불행은 꼭 다음 불행을 끌고 왔고, 결국 노마 베이츠의 불행은 노먼 베이츠에게로 전이된다. 좀 더 잔혹하고 복잡한 형태로. 한 명의 연쇄살인마가 탄생하기까지 그 과정은 어쩌면 살인마가 된 이후보다 더 음흉하게 느껴진다. 특히 노먼 베이츠 역 프레디 하이모어의 섬뜩하고 복잡미묘한 분위기가 압권이다.
영화 ‘부산행’ 덕분에 한국형 좀비물이 세계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확인했지만, 이어진 ‘창궐’이 그 기대를 다 깎아 먹었다. 하지만 새옹지마라고, 바닥까지 추락하면 다시 반등의 기회가 온다. ‘킹덤’은 바로 그 창궐과 비슷하게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좀비 스릴러 드라마로, 암투가 벌어지는 정치 스릴러의 뼈대에 전형적인 좀비물의 타이트한 긴장감을 잘 덧입혔다.
방송사와 PPL의 압력에서 자유롭다면 국내에서도 충분히 참신한 세계구급 웰메이드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수작. 프롤로그 수준의 6회차로 시즌 1이 끝나 살짝 아쉬운 감이 있지만, 이미 제작 중인 시즌 2가 오는 2020년에 공개될 예정이다.
리버데일 제작진의 신작. 가십걸의 ‘댄 험프리’로 익숙한 펜 바드글리가 주연을 맡았다. 작은 서점에서 일하는 매니저 ‘조’가 서점에 들른 여인 ‘벡’에게 첫눈에 반하는 스토리로 시작하는데, 로맨스로 가는가 싶더니 소름끼치는 스토킹이 전개된다.
조는 첫눈에 반한 그녀, 벡을 마주친 그 순간부터 SNS를 통해 치밀하게 정보를 수집하며 병적인 집착을 보이고, 집착은 아주 자연스럽게 범죄를 불러 온다. 그리고 모든 범죄에는 단 한 가지 이유가 붙는다. 벡을 사랑하기 때문에. 편당 러닝타임 45분에 시즌 1이 10화로 끝나기 때문에 단 하루면 부담 없이 정주행할 수 있다. 사건이 진행되는 중심 장소가 ‘서점’인 만큼 ‘서적’에 대한 주인공의 흥미로운 시선과 원칙, 고찰을 엿보는 재미는 덤이다.
‘핫카오학원’은 오로지 도박 능력으로 학생을 평가하고 계급을 나누는 학교다. 전교생은 도박을 피해갈 수 없고, 그 즉시 채권자와 채무자의 권력 관계가 형성된다. 도박에서 실적이 맨 아래인 학생은 ‘가축’ 신세를 면치 못할 정도.
이 모든 판을 뒤흔들 다크호스가 등장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녀의 이름은 쟈바미 유메코. 도박에 미친 전학생이다. 그녀는 도박을 향한 사랑으로 학교 권력의 중심세력을 차례로 평정하며 나름의 정의(?)를 실현해 간다. 다소 과감하고 선정적인 연출과 약 빨고 만든듯한 기괴함, 도박판이 펼쳐질 때마다 더불어 시작되는 팽팽한 심리전은 당신을 아찔한 스릴의 세계로 이끌기에 결코 부족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