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이맘때쯤 쏟아지던 기사 주제가 있었다. 바로 ‘디지털카메라 몰락’ 관련 내용이다. 정확히 10년이 흐른 지금, 컴팩트 카메라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철 지난 똑딱이 카메라가 마치 패션 아이템처럼 많은 이들의 일상 속에서 관여를 시작한 것이다. 유행 10년 주기의 법칙이 디지털 세상에서도 통하는 이야기였나 보다.
몇 해 전부터 계속되던 레트로 열풍은 뉴진스 관련 콘텐츠로 인해 젠지(Gen Z)들에게는 더욱 힙한 문화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Y2K 패션은 물론 캠코더, 디지털카메라 등 미디어 속 미장센으로 활용된 아이템들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 디지털카메라도 그 연장 선상에 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중에는 언제 구매했는지 기억도 가물거리는 리코 카메라를 최근 꽤 비싼 가격에 판 사람도 있을 거다. 당신도 서랍 한구석에 잠자고 있는 디지털카메라가 있는지 다시 한번 뒤져 보길 바란다. 쿨픽스 같은 인기 모델은 올리자마자 금방 구매를 희망하는 메시지를 받을지도.
휴대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진을 찍겠다는 결심. 유행을 빌어 스마트폰이 주는 편리함은 잠시 뒤로하고 컴팩트 카메라가 주는 물성을 느껴보자. 낭만은 원래 무용한 것처럼 보이는 데에서 온다. 터치가 아닌 셔터 누를 준비 마친 당신을 위한 똑딱이 카메라 리스트다.
추천 리스트로 가기 전, 영상을 통해 똑딱이 카메라를 둘러싼 진실과 오해 먼저 짚자.
입문용 똑딱이 카메라 추천 6
영상보다는 사진 촬영에 무게를 두고 고른 아이템들이다.
The Good
- 후지만의 필름 시뮬레이션 기능
The Bad
- 가격의 압박
- 은근히 묵직
인기가 많았던 후지 X100V 모델이었던지라 후속 제품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못해 과열됐다. 풀린 물량 자체도 워낙 적었다지만, 중고가가 현재 300만 원은 우습게 넘기며 거래되는 중. 발매 가격이 200만 원대 초반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거의 재테크 수준이다. 마케팅 묘수였다면 후지의 완벽한 승리.
전작과 X100VI 모델 두 개를 앞에 놓으면 일단 외형은 구분 불가다. 감성의 영역인 후지답게 여전히 예쁘다는 뜻이다. 스펙은 업그레이드됐다. 센서 해상도가 높아졌고, 5축 IBIS 손떨방 기능이 탑재되어 저조도 환경이나 영상 촬영에 용이하다. 30분이라는 녹화 시간 제한도 사라져 무제한 촬영도 가능. 피사체 검출 AF 기능도 시리즈 최초로 탑재했고, 렌즈 사양은 같다. 다만 만들어진 곳은 일본이 아닌 중국이다.
만약 변경된 사양이 자신에게 메리트가 없다면 X100V 모델을 구매해도 좋겠다. 이게 더 가볍고, 작다. 가성비는 모르겠고, 카메라는 감성이라고 생각하는 당신, 여기로 올 거 안다.
The Good
- 휴대성 최고
- 틸트 액정으로 셀피 찍기 좋다
The Bad
- 아쉬운 조리개값
- 전원 왜 이렇게 늦게 꺼져요
실용을 사랑하는 소니. 그런 소니를 사랑하는 실용파들을 위한 콤팩트 카메라다. 2018년 8월 출시 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현역기다. 브랜드 명성답게 자동 초점(AF) 하나는 끝내주게 잡아준다. 동급 사양 기기와 비교해 보면 바로 체감할 수 있을 강력한 성능.
화각도 칭찬할 만하다. 광학 3배 줌을 채택했던 이전과 달리 24-200mm 줌 렌즈가 탑재되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조리개값이 2.8로 1.8이었던 것에 비해 다소 높아졌다. 어두침침한 실내에서 촬영한다면 썩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받아보지 못할 수도 있겠다.
디스플레이는 스위블은 아니고, 180도 위로 올라가는 틸트형이다. 셀프 촬영에 유용하다. 이 제품은 확실히 사진 촬영용이다. 4K 화질로 딱 5분 촬영하면 끊긴다. 1년 2개월 후에 나온 7번째 모델과 가장 큰 차이는 마이크 단자의 유무. 고로 영상 콘텐츠 찍을 일 없으면 그냥 RX100 M6 사도 된다.
The Good
- 손에 착붙, 그립감 최고
The Bad
- 동영상 찍을 때 초점 이럴 거예요?
The Good
- 디자인 호불호, 감성 혹은 밋밋
- 휴대성 최고
The Bad
- 액정은 붙박이다
요즘 가장 핫한 똑딱이 카메라는 바로 리코. APS-C 판형으로 더욱 메리트가 있다. 주머니에서 꺼내 찍는 카메라가 이런 퀄을 보장한다니. 스마트폰의 편의성을 이길 순 없겠지만 컴팩트 카메라로서는 매우 만족스러운 기동성이다. 알루미늄 합금 바디라 가볍고 튼튼하기까지.
전작 GR3이 더 넓은 풍경 사진에 더 적합하다면 후속인 GR3X는 화각이 40mm로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인물 사진에 특화됐다. 또한 크롭 모드를 사용하면 더욱 세밀한 컷을 완성할 수도. FHD 해상도에 60p를 지원하는 영상 스펙은 조금 아쉽다. 포지티브 모드와 네거티브 모드 선택권을 주는 건 필름 카메라 무드까지 투척하겠다는 야무진 욕심.
The Good
- 라이카 렌즈 얹었다
- 뛰어난 손맛
The Bad
- 무능한 AF
- 느긋하게 나오는 줌
아이러니를 품은 파나소닉 루믹스 LX100II. 라이카와 합작한 제품인데 두 브랜드에서 똑같은 렌즈를 얹고 가격만 다르게 출시됐다. 어떤 카메라가 더 비싸게 나왔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 중요한 사실은 파나소닉 카메라에서 3.1배 줌 라이카 DC VARIO-SUMMIKUX 8군 11매 렌즈를 누릴 수 있다는 것.
센서도 1인치보다 크고, 35mm 환산 기준 24-75mm 폭넓은 화각을 자랑한다. AF는 기대하지 말고 영상 촬영이 필요한 순간 스마트폰을 꺼내자. 흔들림에도 약한 모습을 보이니까. 배터리 용량이 작아 아쉽다.
하지만 전반적인 스펙은 물론 조리개값, 셔터스피드를 수동 조작하는 편의성, 필카 느낌 손맛까지 가져가니 이 정도면 가성비라는 말, 틀리지 않았다. 사용자들의 후기가 대체로 좋은 컴팩트 카메라 중 하나.
The Good
- 파나소닉 느낌 탈피, 디자인이 깔끔해졌다
The Bad
- 영상은 원래 기대하지 않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