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밍 입문 가이드

평일 저녁, 실내 암벽장 안에 가득 찬 사람들을 봤다. 정말이지 발 디딜 틈 하나 없었다. ‘나만 빼고 다들 클라이밍 하고 있었네’ 싶었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이제부터 시작하면 된다. 임볼든이 소개하는 클라이밍 입문 가이드와 함께.

암벽 등반의 한 종류. 인공 암벽을 빠르게, 또는 더 높이 오르는 스포츠다. 볼더링과 리드, 스피드 클라이밍 세 가지 세부 종목으로 나뉜다.

볼더링

4~5m 높이 암벽에 다양한 돌멩이(홀드)가 박혀있는데, 같은 색의 홀드를 손으로 잡거나 발로 디디면서 벽에 오른다. 로프 등 보조장비 없이 팔과 다리로만 벽을 오르며, 마지막 홀드를 붙잡으면 완등.

각 코스를 완등하는 것을 ‘문제를 푼다’라고 한다. 문제 풀이에 따른 성취감이 크며,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어 인기 급 상승 중. 클라이밍 입문을 원한다면 볼더링부터 시작해보자.

리드

로프를 묶고 15m가 넘는 벽을 정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높이 올라간다. 리빙 레전드 김자인 국가대표의 주 종목이다.

스피드 클라이밍

15m 암벽을 누가 더 빨리 오르는지 겨룬다.

클라이밍 신발은 필수다. 얇은 소재의 마찰력이 강한 암벽화로, 한 치수 작게 신어 발을 꽉 조이는 것이 보통. 발 움직임과 감각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함이다. 다른 종류의 신발은 안전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니 암벽화를 꼭 챙기자. 3-5천 원만 내면 대여할 수 있다.

나만의 암벽화를 구매할 수도 있다. 직접 신어봐야 직성이 풀린다면 서울 종로 5가로 가자. 종로산악, 5가기어 등 암벽등반 매장이 모여있는 산악 거리다. 발 크기, 모양에 따라 맞는 신발은 천차만별. 브랜드에 따라 신발 종류도 다양하다. 나보다 내 발에 대해 더 잘 아는 전문가가 발에 맞는 신발을 추천해 줄 테니, 내 발에 착 감기는 신발을 찾아보자.

복장은 움직이기 편한 옷이라면 모두 좋다. 다만 반바지보단 긴바지가 좋은데, 홀드에 약간만 쓸려도 상처 나기 쉽기 때문. 상의는 짧게, 하의는 길게 입는 것이 좋다는 게 클라이밍 N 연차의 조언이다.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클라이밍 바지도 좋다. 바짓가랑이 부분을 넓게 덧대어 움직임을 자유롭게 하는 바지다.

클라이밍은 입문자들에게 더욱 좋은 운동이다. 강습받는 사람들과 친해지고, 벽을 타면 모르는 사람도 서로 응원해 주는 게 클라이밍의 문화니까. 클라이밍은 서로 경쟁하는 운동이 아니다. 벽에서 떨어지면 아쉬워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며 유대감을 만들어가는 운동이다. 그리고 성공하는 순간 쏟아지는 박수갈채. ‘나이스!’ 외치는 소리가 5m 천장을 울린다.

사람들과 함께 클라이밍을 즐기고 싶다면 클라이밍 동호회를 찾아보자. 나이, 성별은 상관없다. 주로 지역별로 모이며, 오픈 카톡이나 당근마켓, 소모임 앱 등을 통해 동호회에 가입할 수 있다. 성비는 보통 남자 반 여자 반. 입문자는 언제나 환영한다. 운동 메이트와의 뒤풀이는 덤이다.

클라이밍의 또 다른 재미는 새로운 암벽장을 찾아 전국 각지로 떠나는 것. 암장마다 문제 스타일이 다르고, 매번 문제가 바뀌기 때문에 원정 떠나는 맛이 있다. 암장 로고가 박힌 티셔츠 구매는 클라이밍 세계의 국룰이다. 새로운 암장에 가면 티셔츠를 한 장 꼭 사 오자.

이용권을 끊으면 추가 비용 없이 하루 종일 놀다 갈 수 있다. 하루 이용 가격은 보통 2만 원대, 강습을 포함하면 3만 원 정도다. 클라이밍이 처음이라면 기초 강습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강습은 기초 기술과 안전 교육, 암벽화 대여를 포함한다.

피커스

과거 CGV 극장이 클라이밍 센터로 변신했다. 영화관의 높은 층고를 활용해 벽이 5.7m에 달하는 것이 특징. 1주일에 한 번씩 문제를 교체하며, 강습용 벽이 별도로 마련돼 있어 마음껏 초보 티를 내도 상관없다. 

주소 :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5가길 지하 4층

락랜드 

국가대표 김자인 선수가 운영하는 곳. 다양한 경사 벽과, 섬세한 기술을 요하는 문제가 도전 의식을 자극한다. 환기 시설이 잘되어있어 초크 가루로 고통받을 일이 없으며, 김자인 선수를 볼 수도 있다.

주소 : 서울 강북구 도봉로 315 2층

더클라임

전국 최대 규모의 볼더링 짐이다. 홍대, 강남, 연남, 신림 등 전국 11개 지점이 있으며, 하나의 회원권으로 전 지점을 이용할 수 있다. 

주소 : 서울 마포구 양화로 125 경남관광빌딩 2층 (홍대점)

슬림할수록 유리한 건 사실이다. 위로 올라가는 만큼 중력의 영향을 받아 무게를 지탱해야 하니까. 하지만 걱정 말자. 암벽은 생각보다 튼튼하고, 오직 나의 지방만 무너질 뿐이다. 체중이 신경 쓰인다면 70~80도 정도의 약한 경사 벽(슬랩)부터 시작하자. 벽에 몸을 밀착시켜 밸런스를 잡는 거다. 밸런스만 잘 잡아도 힘을 덜 쓰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매트 위는 비워놓는다

실내 암벽장에는 추락을 대비한 매트가 깔려있다. 이 매트 위에 앉거나 소지품을 올려놓으면 안 된다. 벽 위의 사람이 언제 어디서 추락할지 모른다.

먼저 시작한 사람과 루트가 겹치지 않는지 확인한다

누군가 등반 중이라면 그 문제 주변을 피해야 한다. 등반 중인 사람이 온전히 문제에 집중하지 못할 수 있다. 

문제를 독점하지 않는다

눈치 챙기자. 다음 차례에 그 문제를 등반하려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초크는 개인 지참

모든 클라이머는 조그마한 가방을 들고 다닌다. 손의 땀을 흡수하는 하얀 가루, 초크를 담은 가방이다. 즉, 바닥에 놓인 초크는 모두 개인 소유라는 것. 주변에 있는 초크를 아무거나 쓰면 안 된다.

등반 중에, 완등 후 뛰어내리지 않는다

매트에 발이 닿을 때까지 홀드를 잡고 천천히 내려온다. 손도 주의하자. 추락하면서 손을 짚으면 손목이나 팔을 다칠 수 있다.

클라이밍의 높아진 인기에 따라 클라이밍 브랜드도 많아졌다. 역시 운동은 장비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