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 동안 극강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패스트푸드. 빠듯한 점심시간이 언제나 아쉬운 직장인들에겐 최고의 식사메뉴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몇 번 먹다 보면 금세 메뉴 전체를 섭렵하게 되고 이후부터는 마음에 드는 한두 가지로 버티다가 결국 질려서 한동안 멀리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메뉴판에서는 찾을 수 없는 ‘시크릿 메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햄버거라…‘패스트푸드 권태기’를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분명 엄청난 희소식이다.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이러한 비밀스러운 메뉴들을 접할 수 없다. 그래서 출장을 핑계로 머나먼 미국 땅에서 보물찾기를 시도해 보았다. 주문을 받은 점원뿐만 아니라 나중에 불려온 지점장들까지 당황하게 해가며 끈질기게 요구한 결과 네 군데의 패스트푸드점에서 시크릿 메뉴를 얻어낼 수 있었다.
맥도날드 육해공 버거
우선 4개의 브랜드 중 가장 친숙한 브랜드이기에 고향 친구 만나는 마음으로 찾았다. 이들의 시크릿 메뉴는 바로 ‘육해공 버거(Land, Sea, and Air Burger)’. 빅맥, 필레-오-피시, 맥 치킨 버거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그냥 하나로 합쳐버렸다.
이름만 들어보면 환상적인 팀워크로 빈틈없이 입안을 휘젓고 다닐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방금까지 치고받고 싸우던 중학생 3명이 억지로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새콤달콤한 필레-오-피시의 타르타르 소스가 빅맥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와중에 맥 치킨의 짠맛이 갑자기 끼어들며 입안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린다.
쉐이크쉑 쿼드 버거
얼마 전에 한국에 들어와 한동안 큰 붐을 일으켰던 쉐이크쉑.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해도 될 것 같은 모던한 생김새와는 달리 한입 베어 물면 묵직한 패티의 맛이 전달되는, 반전 매력이 있는 브랜드다.
이들의 시크릿 메뉴는 바로 ‘쿼드 버거(Quad Burger)’. 4장의 고기패티와 치즈가 들어간 버거로, 인앤아웃의 ‘4 x 4’와 비슷한 컨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상단에 구색을 갖추기 위한 양상추와 토마토가 수줍게 자리하고 있긴 하지만 그 존재감은 미미하다. 맛 또한 4배로 더 느끼하다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특별한 점은 없다.
아비스 미트 마운틴
아비스(Arby’s)의 미트 마운틴(Meat Mountain)은 시식한 4개의 햄버거 중 가장 맛의 조화가 잘 이뤄진 버거다. 크리스피 치킨 텐더, 로스트 터키 슬라이스, 햄 슬라이스, 스위스 치즈, 브리스켓, 체더치즈, 로스트비프, 베이컨 등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다른 버거와는 달리 고기가 매우 얇게 썰려있어 턱관절이 약간의 융통성만 발휘해 준다면 충분히 한입에 베어먹을 수 있는 접근성도 갖췄다. 첫입부터 등장하는 강렬한 짠맛은 콜라 한 모금 정도면 간단하게 제압할 수 있으며, 차분하게 먹다 보면 다양한 종류의 고기 맛을 음미할수도 있다.
웬디스 티렉스 버거
그렇다. 9장의 고기패티와 9장의 치즈다. 우선 압도적인 크기 때문에 대체 어떻게 들어올려야 할지 난감하다. 상단에 양상추, 피클, 토마토가 여름용 모시 이불처럼 살포시 얹어져 있긴 하지만 참으로 부질없게 느껴진다. 햄버거라기보다는 메주 한 덩이를 들어 올리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좌우 상하 그 어디에도 마땅한 ‘한 입 공략 포인트’는 없다. 당신이 티라노사우르스가 아닌 이상, 몇 번에 걸쳐 나눠 먹어야 온전한 ‘한 입’을 즐길 수 있다. 패티는 순수한 고기 이외의 맛을 느끼기 힘들고 사이사이에 위치한 치즈는 패티들을 붙들어주는 접착제 역할을 할 뿐 맛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보편적인 사이즈의 패티가 아니라 담양 떡갈비 같은 고기 패티 9장이 늠름하게 자리하고 있는 이 햄버거는 ‘맛’ 보다는 다 먹어 해치웠다는 ‘성취감’에서 특별함을 찾아야 한다. 이 거대한 고깃덩어리는 3일 동안 쫄쫄 굶은 다음에 먹어도 향후 3일간 배가 부른 기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스타벅스 머메이드 프라푸치노 & 버터비어 프라푸치노
식사 후엔 언제나 디저트로 마침표를 찍어줘야 한다. 맥도날드만큼이나 익숙한 스타벅스 역시 시크릿 메뉴가 있다. 바로 ‘머메이드 프라푸치노’와 ‘버터비어 프라푸치노(Butterbeer Frappuccino)’. 인어공주 ‘애리얼’을 연상시키는 머메이드 프라푸치노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달달함과 약간의 녹차, 그리고 베리 맛을 느낄 수가 있으며, 버터비어 프라푸치노는 극강의 단맛이 더해진 해리포터의 버터비어 맛이 꽤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