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만나서 사귀기 전까지의 과정에서 우리가 느끼는 두근거리는 감정. 마치 살짝 팽팽하게 당긴 고무줄처럼 쫄깃한 텐션을 유지하는 그 설렘이 최고조를 찍는 순간은 단연 ‘썸’ 타는 기간일 것이다. 우리 생의 기억 중 가장 핑크빛으로 빛나게 될 그 구간에 어울리는 BGM을 준비했다. 아. 물론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이 썸이라는 것도 한 끗 차이로 도끼병이 될 수도 있으니 과도한 설레발 주의.
에디터 푸네스의 추천곡
Track 01. 박문치 – 네 손을 잡고 싶어
밀고 당기기도 기한이 있지 자칫 하다가는 어장관리로 오해받기 십상. 우리의 마음이 일방인지 쌍방인지 확인하고 싶을 땐 애꿎은 망상으로 그녀의 마음을 가늠하지 말고,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 뉴트로 음악과 사랑에 빠진 96년생 박문치의 노래 ‘네 손을 잡고 싶어’ 가사처럼 말이다. 질척거리는 썸말고, 그냥 좋으면 말해보는 거고, 네 손을 잡고 싶을 뿐이라는 명쾌한 90년대생들의 사랑법에 밑줄 긋자.
Track 02. 적재- 별 보러 가자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의 제자가 ‘I love you’를 직역하자 ‘달이 참 아름답네요’라고 표현하도록 한 일화를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싱어송라이터 적재의 ‘ 별 보러 가자’ 또한 밤, 별, 찬 바람, 집 앞 등 아득하거나, 쓸쓸하거나, 고요한 모든 단어가 단 하나, ‘당신’이라는 언어에 수렴한다. 만약 썸이라는 애매한 관계에서 서성거리고 있다면, 이 노래의 은유적인 화법을 빌려 고백해보는 건 어떨까. 오늘부터 1일, 이런 거 말고.
Track 03. 에코 브릿지 – 사랑을 시작하다
감정은 눈빛에서부터 나온다. 아무리 마음을 감추려 포커페이스에 매진해도 눈은 거짓말을 못 하는 법. 그러니 세상에 비밀 사내연애 따위 존재하지 않는 거다. 피아니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 에코 브릿지(Eco Bridge) 2집 앨범 타이틀곡 ‘사랑을 시작하다’는 만남을 시작하는 그와 그녀 사이 오가는 간질거리는 기류를 포착한 곡. 눈빛과 손끝이 말해주는 이 수줍은 제스쳐가 농익은 로맨스로 무르익을 때까지, 행복하소서.
에디터 형규의 추천곡
Track 04. The Defiants – Fallin’ for you
2015년에 단발성 프로젝트로 시작했으나, AOR/멜로딕 록 팬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더 디파이언츠. 결국 지난해에는 정규 2집 앨범 <Zokusho>까지 나와버렸다. 강한 훅과 더욱더 쌍팔년도스러워진 멜로디, 그리고 그 위로 수놓아지는 롭 마르셀로의 캐치한 기타 솔로가 삼박자를 이룬다. 덕분에 산뜻한 러브송 분위기에 어울리는 뮤직비디오도 제작이 됐다. 다만 막상 멤버들은 이 촌스럽고 유치한 스토리라인의 영상을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듯하다. 이들의 감상은 ‘그래도 뮤비의 여자는 예쁘잖아’가 전부라나 뭐라나.
Track 05. 델리스파이스 – 항상 엔진을 켜둘께
멤버간의 균형과 케미가 가장 좋았던 델리스파이스 3기 시절 중에서도 정규 4집 <D>는 가장 음악적 완성도가 높은 앨범이었다. 그 안에서도 간판 트랙은 단연 ‘항상 엔진을 켜둘께’. 전반적으로 한층 밝아진 분위기와 함께 드라이브감 넘치는 전개, 설렘을 가득 담은 노랫말과 멜로디가 귓가에 은은한 잔향을 뿌린다. 그리고 사족이지만, 언제까지 ‘차우차우’랑 ‘고백’만 지겹게 들을 텐가. 좀 다른 곡도 고르게 듣고 했으면 싶은 마음에서.
Track 06. Timecop1983 – Girl (Feat. Seawaves)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출신의 1983년생 뮤지션 Jordy Leenaerts는 자신의 출생연도를 따서 타임캅1983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물론 상당수의 레트로 신스웨이브 사운드가 그렇겠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타임캅1983은 두근거리는 심장박동 같은 리듬터치와 몽환적인 레트로 무드를 구현하는 데 있어 독보적인 재능을 보인다. 조수석에 썸녀를 태우고, 해안도로 너머로 저물어가는 저녁노을을 보며 이 노래를 BGM 삼아 달리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도 하나 던져보며.
에디터 신원의 추천곡
Track 07. 뜨거운 감자 – 고백
사랑에 빠지면 모든 게 의인화되어 보이는 마법이 일어난다. 멀쩡히 떠 있는 달이 내게 오라 손짓을 하고 귓속에 얘기를 한다. 그놈의 고백. ‘좋아한다.’ 한 마디 내뱉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수완좋게 잘 하려고 할 수록 일은 더 꼬이는 법. 심장은 십 배속으로 뛰어대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하지만 입속의 침은 자꾸만 말라 버린다. 일단 말이 한 번 나가면 상대의 답변에 구름 위를 걷게 될 수도, 연애세포가 우울과 좌절세포로 급변하는 참사를 맞을 수도 있으니까 무리도 아니겠지.
이런저런 이유로 고백을 망설이는 그대에게 이 노래를 보낸다. 고백 앞에서 작아지는 건 당신만이 아니다. 어쩌다 말이 잘 못 나간대도 본인을 귀엽게 품어줄 수 있는 여유부터 준비하길.
Track 08. 무토 – 잠꼬대
모든 경계가 풀어지고 무장 해제되는 가장 은밀하고 사적인 순간이 있다면, 아마도 잠들었을 때. 누군가의 곁에서 편하게 잠들 수 있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온전한 신뢰를 의미할지도 모른다. 무토는 이 곡에서 연인의 잠버릇 관찰기를 늘어놓는다. 덤덤한 듯 낮게 읊조리는 목소리로, ‘이 우주만큼 너를 좋아해’ 같은 추상적 표현 말고, ‘뜻 모를 말들을 내내 중얼거려도 당신의 말은 시가 되네요’라며 사실적이이라서 더 깊고 잔잔한 고백을 노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