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이면 다가올 여름을 대비해 열심히 지방을 태우고 있을 줄 알았건만, 여전히 실내 체육시설에 가기엔 불안함이 앞서고 그나마 대안이었던 ‘산스장’, ‘공스장’도 대부분 폐쇄되었다. 마스크를 쓰고 운동하는 것도 답답한 호흡 때문에 영 운동하는 기분이 나질 않는다. 바이러스로부터 건강을 지키려 건강의 필수라 할 수 있는 운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아이러니가 여전히 낯설고 섧기만 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자연스레 눈길을 돌리게 되는 홈트레이닝. ‘이때다!’라며 쾌재를 부르듯 공격적으로 그 위세를 확장하고 있다. 집에서 무슨 운동이냐며 괄시하던 것도 옛말이다. 알량한 저가 훌라후프나 빨래 건조대로 전락하기 일쑤인 가정용 트레드밀 정도를 떠올리면 오산이다. 점점 더 빠르고 똑똑하게 진화해나가는 것이 ‘홈트’의 현주소이다. 무엇보다 고정적인 공간에 가고, 실재(實在)하는 트레이너를 통해야만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관념을 조금씩 허물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추세이다.
물론 사회성의 고양과 교육이라는, 현대 스포츠의 사회적 의미를 상실해 간다는 씁쓸함과 쓸쓸함도 상존한다. 에너지 드링크 한 캔 건네며 싹트는 우정과 ‘리스펙트’, 연모의 정 같은 낭만은 사라져 가는 것인가.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사람의 온기를 그리워하는 인간의 오랜 본성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홈트 기구들도 언젠가는 그러한 욕구를 ‘스마트하게’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 헬스장을 대신해 줄 기구부터 컴뱃 스포츠 기구까지, 똑 부러지는 홈트 기구 9종을 둘러보며 그 미래를 점쳐보자.
#헬스장을 대신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
막상 홈트를 하려고 할 때 가장 먼저 부딪치는 난관은 공간 문제이다. 신체의 각 부위를 디테일하게 단련할 수 있는 다양한 기구들을 집 안에 들여놓기란 금전적인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공간의 부족이라는 문제 때문에 불가능에 가깝다. 근육을 제대로 활용하는지 확인하고 동작을 보조해 줄 트레이너가 없다는 점도 걸림돌 중 하나이다. 최근 출시된 피트니스 기구들은 공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트레이닝 보조를 맞춰줄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통해 좀 더 컴팩트하고 지루하지 않은 홈트 환경을 제공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보우플렉스 셀렉테크 560 덤벨(Bowflex Selecttech 560 Dumbbells)은 그립을 회전함으로써 2.3kg에서 27.2kg까지 총 16단계로 원하는 덤벨의 무게를 조절할 수 있는 기구이다. 그립 회전 시 무게에 맞추어 얇은 원판이 탈부착 되는 형식이다. 때문에 랙(rack)에 무게별로 덤벨을 즐비하게 늘어놓을 필요가 없어 공간을 아낄 수 있다. 국내에도 유사 제품들이 다수 출시되었으나, 이 제품의 차별성은 디지털 디스플레이 및 블루투스 연동을 통해 좀 더 편리한 운동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립 끝부분의 디스플레이에는 중량과 베터리 잔량이 표시되고 3DT(3 Dimensional Trainer)라는 센서를 통해 스마트폰상에 반복 회수와 세트 수를 알려준다. 운동 동작을 알려주거나 자신만의 프로그램을 짤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연동을 통해 더욱 체계적인 수행도 도와준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해당 모델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공식 사이트에서 판매를 일시 중단한 상태이다.
스키로우 에어(Ski-Row Air)는 로잉머신과 스키 에르그(ski erg)를 합쳐놓은 기구이다. 중앙의 지지대를 눕히면 로잉머신으로, 세우면 스키 에르그로 사용할 수 있어 공간 절약에 효과적이다. 바퀴가 달려있어 이동도 편리하다. 로잉머신과 스키 에르그 모두 유산소 및 전신 근력 발달에 효과적이며, 수영, 육상, 격투기 선수들의 훈련에 자주 이용되고 있다.
기구의 케이블을 잘 이용하면 케이블 암 풀 다운, 스탠딩 로프 트라이셉 익스텐션, 시티드 케이블 로우와 유사한 형태의 웨이트 트레이닝 동작도 겸할 수 있다. 자석을 이용한 저항을 통해 158.8kg에 달하는 무게까지 설정할 수 있으며, 가스 실린더로 기구의 소음을 최소화하였다.
겉모습만 보면 단순한 활 모양의 투박한 운동 기구인데, 보기보다 다재다능한 아이템이다. 고릴라 보우(Gorilla Bow)는 활 몸통에 4개까지 고정되는 밴드의 장력을 이용해 거의 모든 신체 부위의 근력운동을 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가령 밴드 부분을 밟고 활 몸통을 어깨에 걸친 후 일어서는 동작으로 스쾃(Squat)을 한다든지, 밴드를 깔고 누운 상태에서 활 몸통을 팔로 들어올려 벤치 프레스를 할 수 있다.
미세한 조절은 어렵지만, 밴드 개수와 길이 조절에 따라 밴드 장력을 최소 2kg에서 최대 136kg까지 넓은 범위로 조정할 수 있으니, 적당한 수준의 파워리프팅도 가능할 법하다. 밴드 개수와 활 몸통 형태에 따라 베이직, 라이트, 헤비, 울트라, 트래블 모델로 나뉘며, 트래블 모델의 경우 활 몸통이 분리되어 휴대가 용이하다.
아토스 스마트 클로딩(Athos Smart Clothing)은 탈착 가능한 센서(core)를 통해 신체 부위별 근육 (가슴, 배, 이두, 삼두, 광배, 대퇴 등) 활용 상태, 심박수, 칼로리 소모, 활동 대비 휴지 시간을 알려주는 의류이다. 전문 트레이너 및 운동선수들로부터 확보한 데이터를 통해 AI 워크아웃 솔루션을 제공해줌으로써 사용자의 운동 습관 개선과 사용하고자 하는 부위에 대한 정확한 타게팅을 도와준다.
티셔츠, 쇼츠, 레깅스를 번들 혹은 개별 상품으로 구매할 수 있으며, 블루투스와 연동 센서(core)는 별도 구매해야 한다. 각각의 의류는 컴프레션웨어와 같이 근육을 잡아주고 탁월한 땀 흡수 및 배출 기능을 갖추어 운동 수행 능력을 돕는다. 현재는 iOS기기만 호환 가능하며 추후 안드로이드 기지 지원 여부는 알려진 바 없다.
# 집에서 즐기는 컴뱃 스포츠
국내에서는 비인기 종목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지만, 컴뱃 스포츠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관심과 돈이 몰리는 종목 중 하나이다. 은퇴 직전까지 4년 연속 가장 돈을 많이 번 스포츠 스타 1위를 차지했던 복싱선수 플로이드 메이웨더, 자극적 기행과 입담으로 종합격투기 인기를 끌어올린 코너 맥그리거 같은 유명 선수뿐 아니라 최근 큰 판돈이 걸린 시합에서 승리한 유명 유튜버 로건 폴 & 제이크 폴 형제까지, 그 인기와 흥행은 좀처럼 멈출 줄 모르고 있다. 그만큼 보는 것을 넘어 컴뱃 스포츠를 직접 경험해 보려는 마니아층도 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려는 듯 컴뱃 스포츠의 격렬함과 역동성을 담아낸 스마트 운동기기들도 연일 업데이트 되고 있다.
파이트 캠프(Fight Camp)는 언뜻 봐서는 프리스탠딩 헤비백과 별반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실제로 헤비백 자체는 큰 차별성이 없는데, 블루투스 센서가 탑재되어있는 장갑형 핸드랩을 스마트 기기와 연결하여 총 타격 횟수, 분당 타격 횟수, 연타를 쳤을 때 올라가는 스코어 등을 측정해준다.
1달에 39달러, 한화 약 4만 원의 멤버십 가입으로 전문 트레이너들의 강의를 시청하며 운동을 할 수 있고,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신에게 적합한 운동 프로그램과 목표를 제시해준다. 프리스탠딩 헤비백, 매트, 블루투스 핸드랩, 글러브가 기본 구성품으로 제공된다. 아쉬운 점은 파워 측정 기능이 없고(추후 업데이트 예상) 주먹 외 다른 부위로 타격할 때는 인식이 어렵다는 것.
파이트 캠프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타격용 기기 라이트 복서(Liteboxer). 패드 위에 달린 6개 LED 패널에 불이 들어오면 타이밍에 맞추어 펀치를 적중시키는 것이 기본 시스템이다. 트레이닝 모드, 스파링 모드, 프리스타일 모드 등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1달에 29달러, 한화 약 3만 원 멤버십 가입 시 스마트 기기와 연결하여 전문 트레이너의 강의를 들으며 사용할 수 있다.
타격 횟수 측정 뿐만 아니라 감압 센서를 통해 펀치 파워를 측정하는 것도 가능. 아쉬운 점은 패드가 평면이라 대부분 직선 공격만 가능하고 다양한 각도의 펀치나 풋웍을 이용한 공격은 어렵다는 것이다. 메인 패드 하단에 작은 어퍼컷 패드가 있긴 하지만, 그다지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지는 않는다.
# 물속에서의 한계를 뛰어넘다
수상 스포츠, 특히 물 안에서 수행하는 스포츠의 가장 큰 리스크는 시각과 청각에 큰 제약을 받는다는 것이다. 육상과 더불어 수영은 가장 순수한 육체의 능력을 시험하는 스포츠 중 하나이다. 그만큼 전자 기기가 수영이라는 스포츠의 영역에 개입할 여지가 많이 없었다. 최근 들어 수상스포츠 선수와 동호인들을 위한 스마트 기기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 하나를 소개해보겠다.
폼 스마트 스윔 고글(Form Smart Swim Goggles)를 고글에 부착하면 흡사 자동차 헤드업 디스플레이처럼 고글 안쪽에 실시간으로 시간, 거리, 페이스, 스트로크 횟수, 심박수, 칼로리 소모량 등의 정보를 디스플레이해 준다. 실내 수영장을 기준으로 벽을 차면 디스플레이가 시작되고 반대편 벽까지 다다라 다시 벽을 차면 정보가 새로 갱신되는 형식이다.
최소 15m에서 최대 650m 길이의 수영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실외 수영장, 계곡, 강, 스파 수영장, 바다 등지에서는 제한적 정보만이 디스플레이되는데, 호환 가능한 GPS 워치와 블루투스로 연동하면 더 다양한 정보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 1회 충전으로 16시간까지 사용 가능하며, 수심 100m까지 방수가 가능하다.
# 건강해지려고 운동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하려면 건강해야
충분한 휴식과 건강한 식단이 병행해야만 제대로 된 운동이 완성된다. 운동 중독자들이 겪는 흔한 증세(?)는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하기 위해 건강에 만전을 기한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되었든 빠른 회복과 건강한 식습관을 보조해주는 스마트 기기를 사용했을 때 남들보다 더 빠른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대부분의 운동에서 가장 피로도가 많이 축적되는 부위가 바로 하체이다. 노마텍 펄스 2.0(Normatec Pulse 2.0)은 다리 전체를 감싸는 바디 수트 형태의 제품으로서, 컨트롤러를 통해 공기압을 조절, 근육의 결림이나 뻐근함을 개선해주고 젖산 분해, 원활한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 5개 체임버로 구성되어 발, 발목, 종아리, 허벅지 하단, 허벅지 상당을 디테일하게 관리해준다. NBA 간판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사용해서 유명해진 제품.
운동을 할 때나 안 할 때나 충분한 수분 섭취는 필수이다. 그러나 운동을 하다 보면 지치고 나른해진 탓인지 식수 위생을 게을리할 경우가 종종 있다. 라크 보틀(LARQ Bottle)은 세계 최초의 자가살균세척 물병이다. 버튼을 누르면 병뚜껑에 부착된 살균기가 280nm의 UV-C-LED를 발생시켜 1분 만에 유해 세균을 99.9%까지 없애준다. 혹시 살균하는 것을 깜빡하더라도 2시간마다 자동으로 살균하는 기능이 있어 항상 깨끗한 식수를 섭취할 수 있다. 배터리나 필터 없이 USB로 충전하여 작동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편의성도 훌륭한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