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에디터들이 딱히 좋아서 찾아보거나 취향을 따라간 것은 아니다. 그저 웹 서핑 도중, 구글과 유튜브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우리를 이곳으로 인도했을 뿐. 무심코 재생 버튼을 눌렀고, 단지 이 곡이 얼마나 센 병맛을 자랑하는지 보려고 한 게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나. 단 한 번의 잘못된 클릭으로 에디터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은 선병맛, 후중독의 매력 넘치는 곡들을 소개한다.
단, 수험생은 클릭 금지. 한 번이라도 듣는 순간, 온종일 머릿속에 이 곡들의 노랫말과 멜로디가 자동재생 될 것이 뻔하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2020 대학수학능력시험을 굳이 망치고 싶다면야 상관없지만.
에디터 Sonny의 추천곡
Track 01. Oesch’s die Dritten – Jodel-Time
기말고사 기간에 벼락치기를 하던 중, 어쩌다 보니 인터넷의 이상한 모퉁이로 와 버렸다. 대체 어떤 연관 검색어의 조합이었을까. 결과적으로 난 난생처음 요들송을 듣기 시작했고, 여태껏 듣도 보도 못한 부류의 흥에 겨워 어깨를 들썩이다 보니 어느새 밤은 훌쩍 지나버렸다. 준비되지 않은 채로 아침을 맞은 자의 결과는 불 보듯 뻔했으나 난 값진 것을 얻었다. 바로 이 요들송. 그 후로 공부 따위는 때려치우고 스위스의 어느 푸르른 목장으로 가서 요들을 하는 여인과 소젖을 짜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들곤 한다.
에디터 푸네스의 추천곡
Track 02. 윤종신 – Wi-Fi
윤종신의 역주행 곡하면 모두 찌질함의 결정체 ‘좋니’를 먼저 생각할 거다. 하지만 소소하게 재기한 ‘Wi-Fi’도 있다. 그룹 세븐틴 멤버 승관이 라디오 스타에 나와 이 노래를 모창한 것이 도화선이 되어 그 어렵다는 차트 거슬러 오르기에 성공.
와이파이 연결에 문제가 생긴 듯, 마치 모르는 문제가 나왔을 때 머리에 버퍼링이 생기는 상황을 사운드로 표현한 듯하다. 멀쩡히 나오는 듣기 평가 문제가 환청처럼 끊겨 들릴 수 있으니 섣불리 재생하지 말 것. 망설여진다면 돌아보지 말라는 오르페우스의 신화를 기억하라.
Track 03. Basshunter-Dota
일렉트로닉 리듬에 신나게 몸을 섞어보자. 빨간 두건의 브라질 출신 배우 리카르도 마일로스 밈 배경음악으로 이 노래를 접한 이도 있을 터. 노래 제목 도타(DotA)는 밸브 사의 게임 도타를 지칭하는 직관적인 작명이다.
이는 스웨덴 뮤지션 베이스헌터(Basshunter)의 곡으로 제목과 뮤비만 봐도 대충 짐작이 가듯 도타 게임에 열을 올리는 상황을 그렸다. 이 노래가 더욱 위험한 이유는 중독성은 물론 흥미진진해 보이는 게임 화면에 도타 입문자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 일타쌍피 전법으로 당신을 추격하는 노래다. 근데 명수형, 왜 거기서 나와?
에디터 형규의 추천곡
Track 04. 안치행 – 반야심경
제목을 보고 긴가민가 했겠지만, 이 반야심경은 당신이 알고 있는 바로 그 반야심경이 맞다. 작곡가 안치행이 무려 ‘목탁’으로 비트를 넣고 다양한 악기를 편곡해 만든 곡. 인터넷 등지에서는 반야심경 힙합버전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사실 딱히 힙합은 아니다. 다만 문제는 이 곡의 마약같은 중독성. 이 곡이 머리에 각인되는 순간, ‘아제아제 바라아제’ 구절로 시작하는 이 노래, 아니 불경을 자신도 모르게 하루종일 흥얼거리게 될 지도 모른다. 없던 불심마저 피어오르는 성스러운 곡.
Track 05. 무키무키만만수 – 안드로메다
2012년 한국 인디 신을 휩쓴 문제작 <2012>의 주인공. ‘여성 어쿠스틱 듀오’라는 포맷만 보면 볼빨간 사춘기나 옥상달빛 같은 그룹을 떠올리겠지만, 이들은 정확히 그 대척점에 있다. 어쿠스틱 기타와 장구를 거꾸로 설치하고 여기에 심벌을 단 ‘구장구장’이라는 악기의 구성으로, 말 그대로 ‘정신 나간’ 음악을 한다. 도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현대의 음악 장르 용어로는 표현하는 것조차 힘들다.
그래도 이 앨범의 백미는 날 것의 질감을 달파란의 절묘한 프로듀싱과 어레인지로 다듬어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시켰다는 점이다. 덕분에 그해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 부문에도 노미네이트 됐다. 백문이 불여일견. 쉼없이 ‘벌레’를 외치는 이 앨범의 타이틀 ‘안드로메다’를 들어보자. 노래보다 리스너의 정신이 먼저 안드로메다로 아득히 건너가는 걸 발견할 수 있다.
Track 06. Darkkey – Arakana
사실 알 만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한때 인터넷 등지에서 ‘인도락커’라는 이름으로 떠돌던 유명한 곡이다. 일단 다크키 스스로 표현하기로는 록과 삼바를 섞었다고는 하는데, 동남아시아 특유의 뽕끼가 더해져 정체를 알 수 없는 독특한 사운드가 됐다. 특히 몬더그린 가사로 유명해진 ‘뿛릿뿛릿뿛릿뿛릿’ 이라던가 ‘몽땅나와’ 같은 구절은 한 번 듣는 순간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뇌내에 강한 후폭풍을 남긴다. 다만 다크키는 인도가 아닌 말레이시아 출신이고,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뮤지션이라는 점도 같이 알아두면 좋다.
에디터 신원의 추천곡
Track 07. 윤쭈꾸 x 빠야송 노동요 1.5배속
tvN의 웹툰 기반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 속 빠야족과 유튜버 윤쭈꾸가 만났다. 아프리카 전통 음악과 라틴 음악을 절묘하게 섞어놓은 듯한 오묘한 비트에 뜻 모를 빠야어 후렴구가 흥을 돋군다. 게다가 ‘골라 골라 아무거나 골라 쌉니다 천리마 마트에서 골라 사과 딸기 대추 포도 수박 망고 바나나’ 동네 마트에 가면 확성기 너머 으레 들을 수 있는 익숙한 멘트가 완벽한 라임으로 맞아떨어지는데. 현실감과 위트를 탑재한 이 랩은 윤쭈꾸의 작품. 여기에 코믹한 칼군무까지 어우러지며 거부할 수 없는 중독성을 발휘한다.
Track 08. 라 라 라스푸틴
러시아의 요승 그리고리 라스푸틴을 주제로 만든 노래. 러시아 민요 카츄샤의 가락에 터키 민요인 ‘위스퀴다르 가는 길’을 리메이크한 곡이다. 라스푸틴은 황태자의 병을 고친 일을 계기로 황후의 총애를 받았고,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러시아를 좌지우지했던 인물. 특히 문란한 성생활으로 악명이 높았다고. 가사에는 그의 화려한 여자경력과 러시아 후기에 대한 풍자에 대한 드립이 노골적으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