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를 든 한 남자가 있었다. 베스트 메이드(Best Made Co.)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2009년 브랜드 창립자 피터 뷰캐넌-스미스는 아웃도어를 향한 들끓는 사랑을 자연으로 들어가 은둔 생활로 표출하는 것이 아닌 아주 건설적으로 풀어냈다. 아웃도어에서 사용하는 도끼로 시작점을 찍고 라이프스타일로 영역을 확대해 놀라운 성장을 이뤄낸 것. 그의 손에 들려있는 도끼가 은도 아닌 금도끼였던 셈이다.
베스트 메이드는 남자들을 위한 튼튼한 옷부터 견고한 가방과 캠핑 장비에 이르기까지 문밖의 사람들을 위한 모든 아이템을 만든다. 이 다채로운 컬렉션이 더욱 빛나는 건 시작과 끝, 모든 과정에 정교한 장인정신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다양한 라인업을 갖고 있지만, 각각의 제품들이 마치 수 세기 동안 이어져 온 듯 세심함이 묻어나는 이유다.
모든 일은 움직여야 비로소 시작된다
실제로 뷰캐넌-스미스의 과거를 들춰보면 창작 활동과 깊은 관계가 있다. 그는 아이작 미즈라히의 디자인 디렉터, 페이퍼 매거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역임했고, 2001년 9.11 테러 이후 뉴욕 타임스의 논평 섹션의 아트 디렉션을 맡았다. 그는 데이비드 번,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같은 뮤지션과도 함께 일했으며, 윌코의 앨범, A Ghost Is Born의 디자인 작업으로 2005년 그래미상을 수상한 놀라운 이력을 가진 인물.
다른 브랜드에서는 그가 원하는 디테일을 모두 충족시키는 제품을 찾을 수 없었고, 그래서 본인이 움직였다.
이런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존재로 비치겠지만, 그는 배곯는 예술가가 아닌 사업가 기질도 갖고 있었다. 일단, 행동력이 남달랐다. 다른 브랜드에서는 그가 원하는 디테일을 모두 충족시키는 제품을 찾을 수 없었고, 그래서 본인이 움직였다. 뉴저지 자택에 작업장을 지어 도끼처럼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유용한 물건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국내에서는 도끼가 웬 말이냐 하겠지만 나라 간 아웃도어 스타일 혹은 스케일의 간극이 있으니 이를 염두에 두면 이해가 빠르겠다. 또 개척자 정신하면 미국 아니겠나.
모든 것은 가공되지 않은 자연적인 재료에서부터 시작한다. 제품을 상상하고 이를 스케치하는 단계를 모아 최종적인 아웃풋이 만들어지기까지 진지하고 혁신적인 제작 과정이 수반된다. 그로 인해 우리는 이 브랜드가 만들어내는 모든 제품에서 그들의 자부심과 성취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디자이너들은 당신들이 만든 제품이 인간의 잠재력을 부추기고, 여행을 떠나도록 마음에 불을 지피며,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들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능력치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안다.
더욱 주목할 점은 브랜드는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액티비티를 즐기는 사람들이 문밖을 나서기 전 부츠를 신고, 스웨터를 입을 때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넘어선다. 디자이너들은 당신들이 만든 제품이 인간의 잠재력을 부추기고, 여행을 떠나도록 마음에 불을 지피며,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들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능력치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안다.
시작은 도끼 스웨그
사업 계획도 없이 도끼, 단 하나의 아이템을 손에 쥔 뷰캐넌-스미스는 최고를 고수하며 자기 생각을 구체화해 브랜드를 세워나가기 시작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브랜드의 성장 패턴은 말 그대로 도끼 하나가 이뤄낸 쾌거다. 뷰캐넌-스미스는 자신의 브랜드에 일어났던 모든 좋은 일들은 튼튼한 아웃도어 툴, 도끼의 공이라 자랑스레 말한다. 우리 인식 속에 전래동화에나 나올 법한 도끼는 이 브랜드를 거쳐 유용성, 역사, 기능성, 그리고 스타일까지 한 번에 담아내는 모델이 된다.
이 브랜드의 놀라운 장기이자 천부적인 재능 중 하나가 바로 가장 단순하고 기본적인 제품도 컬렉터 수집품처럼 보이게 하는 능력이다.
잠깐, 도끼에 스타일을 입힌다니, 의아할 수도 있지만 가능한 얘기다. 베스트 메이드 손을 거친다면 말이다. 이 브랜드의 놀라운 장기이자 천부적인 재능 중 하나가 바로 가장 단순하고 기본적인 제품도 컬렉터 수집품처럼 보이게 하는 능력이다.
용도에 따라 디자인된 도끼 컬렉션을 살펴보면 다양한 마감재의 수십 가지 종류 제품들이 포진해 있다. 우선 ‘Hudson Bay Axe’는 작은 넓이의 땅을 빠르게 정리하거나 캠핑용으로 사용하기 적당하다. 무게는 약 1kg. 만약 농장에서 쓰일 법한 더 단단한 장비를 찾고 있다면, 자르고 쪼개기에 효율적인 2kg의 ‘American Felling Axe’가 제격이다.
한눈에 봐도 이 도끼들은 우리가 영화에서나 봤던 투박한 물건이 아니다. 무시무시한 헤드만 부각되는 기존 도끼와는 다른 깔끔하고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일단 관리가 매우 쉬울뿐더러 크기가 지나치게 크지 않아 날렵하다.
시중 도끼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외관뿐만이 아니다. 구조에 차별성을 뒀고 기능을 간과하지 않았다. 단단한 애팔래치아 히코리같은 최고의 목재만을 이용해 수제작 되는 제품의 손잡이는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되었다. 부드럽고 편안한 그립감은 쥐어 봐야 그 진가를 알 거다. 헤드 부분에는 브랜드 로고를 새겼고, 포장도 꼼꼼하게 신경 써 목모에 살포시 싸인 채 나무 상자에 담기고 이는 당신의 현관문 앞에 안전히 안착하기 위해 구겨지지 않는 종이 상자에 한 번 더 포장된다.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떠받치는 아이템
추운 날씨에서 일해야 한다면 자연스럽게 패션과 기능, 두 가지가 모두 뒤떨어지지 않을 최적의 조합을 찾게 될 거다. 물론 추위에 장사 없으니 기능이 패션보다 앞서겠지만, 그렇다고 스타일을 나 몰라라 하기도 싫지 않은가. 바로 이런 요구들 때문에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브랜드 의류 컬렉션은 울이나 데님, 가죽과 같은 실용적인 재료를 활용하여 내구성과 스타일을 갖춘 제품군들로 구성돼 있다.
기능성 의류를 원한다면, ‘Blanket-Lined Chore Coat’는 절대 실패하지 않을 선택지다. 아웃도어를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집돌이의 옷장에 자리해도 위화감 없는 디자인이다. 기능이고 뭐고 잘 몰라도 예뻐서 입게 되는 옷이라는 얘기다. 이 제품은 마치 두툼한 코트 일색인 세계에서 곱상한 모델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 코트는 그 예쁘장한 생김새 그 이상의 것을 품고 있다. 맞춤형 펜들턴 울 블랭킷으로 안이 덧대어져 있고, 수분을 배출해내는 면직물 캔버스로 제작되어 기능성도 둘렀고 심지어 부드럽기까지 하다.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주머니조차 코듀로이로 안감 처리한 섬세함도 신의 한 수. 도끼 사랑도 은밀하게 적용했는데 블랭킷 안감 줄무늬를 바로 도끼 손잡이 모양에서 따왔다. 주머니도 곳곳에 배치해 실용성을 높였고, 지퍼와 스냅 버튼으로 소지품을 안전하게 품어 낸다.
가방도 브랜드의 키 아이템이다. 카드 케이스부터, 넉넉한 더플백, 슬림한 서류 가방까지 최고급 가죽으로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베지터블 가죽은 시간이 흐르면서 눈에 띄는 고색을 만들어낸다. 스티치 작업은 안정성과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구두 제작에 사용하는 기계를 쓴다. 튼튼한 황동 장식은 각 가방의 소박함에 아름다움 한 스푼 떨군 느낌.
브랜드의 제품 중에는 두 번, 세 번, 아니 네 번도 쳐다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소중한 우리의 쌈짓돈 투자할 만한 제품은 ‘Leather Duffle Bag’이다. 당신이 세계를 누비는 탐험가이든 경작하는 농부이건 어떤 라이프스타일에도 그 값어치를 할 아이템. 시간과 함께 더 깊은 멋을 풍기며 나이 들어가는 제품이다.
주목할 만한 가구들도 내놓았다. 나무 쓰레기통, 빳빳한 가죽과 나무 본체로 만들어진 간단히 접히는 스툴이 그 예다. 아웃도어 라이프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그 삶을 중시하는 태도는 ‘Lumberlander Camp Blanket’이 보여준다. 이 제품은 울과 면이 부드럽게 섞여 있으며, 쉽게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편리한 가죽끈을 달았다. 강풍, 추위, 잦은 이동 등 모든 변수에 굳건히 견뎌낼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손으로 만져봐야 직성이 풀린다면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여행 시 매장에 들러보자. 2013년 트라이베카 지점이 화려하게 문을 열었는데 이곳은 간결하게 딱 필요한 것만 구비해 둔 실속파 매장이다.
베스트 메이드 고객이라면 이 단출함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을 터. 테스트용으로 제품을 몇 번 들어보고, 두꺼운 코트를 입어보기 위한 공간만 있다면 장식은 미사여구처럼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사우스라브레아 애비뉴의 LA 매장 또한 이러한 방식을 따라 벽돌 벽, 노출 천장 등 전시된 도끼들이 인더스트리얼 감성을 자랑한다.
뷰캐넌-스미스는 2019년 초, 브랜드와 결별을 선언했다. 그는 ‘떠날 때가 되었다’고 의사를 피력했다. 그와의 이별은 회사에 변화가 생긴다는 것을 암시하지만, 가치 있는 제품을 계속 만들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세계를 아우르는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고 더불어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그들의 삶을 더 편리하게 해주는 물건들을 선보인 것은 뷰캐넌-스미스의 성공 신화다. 그리고 베스트 메이드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은 그가 살아있는 한 이 이야기를 계속해서 써 내려갈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