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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페인 커피에 대한 거의 모든 것
2025-03-14T08:20:45+09:00

카페 추천은 보너스.

미국의 식당에서는 서버가 두 개의 커피포트를 들고 주문을 받으러 온다. 그런데 두 포트, 자세히 보면 손잡이나 뚜껑의 색이 다르다. 하나는 검정, 하나는 주황. 무슨 차이일까? 전자가 일반적인 커피, 후자는 디카페인 커피다. 오렌지 컬러가 더해진 커피 포트에는 디카페인 커피를 담는 게 미국 내에서는 당연한 일. 그만큼 디카페인 커피가 대중적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디카페인 커피의 위상은 바다 건너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퍼지는 중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럴 거면 뭐 하러 마시냐’는 핀잔의 주인공이었지만, 이제는 매년 역대 판매 기록을 갈아치우며 저변을 넓히고 있다. 요즘은 프랜차이즈는 기본, 작은 동네 카페에서도 디카페인 옵션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친숙한 듯하지만 아직 모르는 점투성이인 디카페인 커피. 디카페인의 역사는 언제부터인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정말 카페인이 없는 건지. 듣고 보니 궁금한 디카페인 커피의 거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소개한다.

디카페인 커피, 왜 마시는 걸까

차선책에서 최선책으로

연중무휴 피로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커피는 생명수. 독보적인 맛과 향취만큼이나, 카페인이 선사하는 각성 효과를 사랑해 마지않는 사람이 수많다. 하지만 임산부나 체질적으로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처럼 일반적인 커피를 음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커피의 풍미는 즐기면서 카페인은 피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대안이 바로 디카페인 커피다.

디카페인 커피가 탄생하게 된 계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최초로 디카페인 커피를 상용화한 루트비히 로젤리우스(Ludwig Roselius)에게 카페인은 아버지의 원수였다. 전문 커피 시음가였던 아버지가 일찍 생을 마감한 이유를 과도한 카페인 섭취 때문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루트비히가 카페인을 제거할 방법을 강구하던 와중, 운송하던 원두가 바닷물에 잠기는 사고가 발생한다. 잔뜩 성이 날 법한 이 우연한 사건에서 디카페인의 실마리를 발견하게 되니, 침수된 원두에서 각성 효과가 사라진 사실을 발견한 것. 이를 기반으로 카페인을 제거하는 공정을 확립하고, 세상에 첫 디카페인 커피를 선보인 게 1906년이다.

초창기의 디카페인 커피는 말 그대로 차선책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카페인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원두의 풍미까지 손실되면서, 특유의 맛과 향을 온전히 즐기기 어려웠기 때문. 하지만 지금은? 디카페인 공정 기술이 발전하면서, 일반 원두와 흡사하게 느껴질 정도로 품질이 향상됐다. 특히 카페라테처럼 우유나 시럽을 더한 방식으로 마시면 웬만한 미각 고수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게다가 시대의 흐름도 디카페인의 편. 맨정신을 유지하는 소버 라이프(Sober Life),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저속노화 등 다양한 키워드가 쏟아져 나올 만큼 온 국민의 관심이 건강에 쏠려 있지 않은가. 카페인도 건강관리족에게는 척결 대상이다. 디카페인 커피는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닌, 내 몸을 위한 최선의 방안으로 거듭나고 있다.

디카페인에도 카페인이 있다?

없다고 한 적 없는데요

디카페인은 ‘제거’를 뜻하는 접두사 De와 Caffeine이 만난, 말 그대로 카페인을 제거한 커피를 의미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 카페인 프리와 헷갈리면 안 된다. 카페인 프리에는 애초에 카페인이 없지만, 디카페인은 원래는 존재하던 카페인을 특정 프로세스를 거쳐 없애는 개념이다. 즉 카페인이 0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실제로 디카페인 커피에는 미량의 카페인이 필연적으로 들어가게 된다. 흔히 마시는 스타벅스의 경우 톨 사이즈 기준 디카페인 아메리카노의 카페인 함량은 10mg. 150mg의 일반 아메리카노와 비교하면 확연히 낮은 수치지만, 어쨌든 제로 카페인은 아니라는 말씀.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디카페인의 허들이 낮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미국은 97~99% 이상 카페인을 제거해야 디카페인으로 인정 받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90%만 충족해도 된다. 그렇다 보니 똑같이 디카페인의 이름을 달고 있어도 카페인 함량이 천차만별일 수밖에. 분명 디카페인을 마셨는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면, 비교적 카페인 고함량에 해당하는 제품을 골랐을 확률이 높다.

이렇게 만들어진다

원두 이름에 다 써 있었네

디카페인 커피를 주문하면 보통 추가 요금이 붙는다. 혹자는 이에 불만을 가지기도 하는 지점. 하지만 카페인을 제거하기 위한 과정이 추가로 들어가는 만큼, 보통의 원두보다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카페인을 제거하는 방법은 세 가지로 나뉜다.

유기용매를 활용한 방법

먼저 생두를 뜨거운 물이나 수증기로 불려 카페인이 녹아 나오기 쉬운 상태로 만든다. 이후 카페인과 흡착하는 성질을 지닌 용매에 생두를 넣어 카페인을 제거한다. 대표적인 용매는 메틸렌 클로라이드와 에틸아세테이트. 용매는 로스팅 과정에서 모두 날아가지만, 전자는 원두에 잔류할 경우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로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에틸아세테이트는 주로 과일에서 추출할 수 있는 천연 유기용매다. 슈가 케인이나 EA로 표기하는 공법이 바로 에틸아세테이트를 활용한 제거법이다. 다만 천연이라고는 하나 디카페인 공법에 쓰이는 에틸아세테이트가 모두 자연산이라고 장담할 순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컴포즈 커피, 메가 커피 등이 슈가 케인 원두를 사용하고 있다.

물을 활용한 방법

화학적 처리에 거부감이 든다면 주목하자. 천연 그 자체, 물을 활용한 공법이 있으니. 생두를 뜨거운 물에 담그면 카페인을 포함한 생두의 성분이 물로 빠져나온다. 이 용액을 활성탄 필터에 통과시켜 카페인만 걸러낸다. 카페인만 빠진 커피 추출액에 새로운 생두를 넣으면? 카페인이 많은 곳에서 적은 곳으로 이동하게 되니, 생두의 카페인이 용액으로 빠져나오게 된다.

스위스 워터, 마운틴 워터 공법이 이러한 방식으로 카페인을 제거한다. 둘의 차이라 한다면 전자는 캐나다의 빙하 유출수, 후자는 멕시코 산수를 쓴다는 정도. 99.9%에 달하는, 가장 뛰어난 카페인 제거율을 자랑한다. 투썸플레이스가 스위스 워터 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마운틴 워터 공법을 활용하는 브랜드로는 폴바셋이 있다.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방법

초임계 CO2 방식이라 불린다. 쉽게 말하자면 이산화탄소가 액체와 기체 사이의 무언가가 되게끔 환경을 조성하고, 이에 생두를 통과시켜 카페인을 뽑아내는 공법이다. 향미를 거의 손상하지 않을 수 있고, 유기용매를 쓰지 않으니 환경친화적이기도 하다. 잔여물도 남지 않아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설비를 갖추기 위한 비용도 높은 편이고, 시간도 오래 소요되는 터라 흔하게 볼 수 있는 공법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스타벅스가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공정으로 디카페인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바리스타가 말하는 디카페인 커피

전문가도 만족할까?

요즘에는 디카페인 옵션을 둔 카페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사실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몇백만 원 하는 그라인더도 추가로 구비해야 하고, 세팅값이나 재고도 따로 관리해야 한다. 찾는 사람은 열 명 중에 한 명꼴이니 대단히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 수요는 꾸준하고, 디카페인만 찾아다니면서 마시는 손님도 존재한다.

손님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 디카페인 커피를 판매한다는 개인 카페 운영자를 직접 만났다. 그는 디카페인 커피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 처음에 그는 디카페인 커피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디카페인 원두는 뭘 마셔도 맛이 아쉬운 데다가 가격까지 비쌌으니 말이다. 차라리 샷을 줄이거나 차를 마시는 편이 낫지, 굳이 선택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하지만 좋은 품질의 디카페인 원두가 많이 나오면서 인식이 달라졌다. 블라인드로 마셔 보면 구별하기 어려운 제품이 있을 정도. 그럼에도 아직은 아쉬운 부분이 남아 있지만 일반 커피와의 간극을 좁혀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그는 추천할 만한 디카페인 원두로 슈가 케인으로 가공하는 콜롬비아 싱글 원두를 소개했다. 일반적인 원두를 마일드하게 마시는 느낌이 들 정도로 향미가 확실히 자연스럽다고. 은은하게 산미까지 느껴지는 밸런스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앞으로도 디카페인 커피의 전망은 밝을 것으로 보인다. 젊을 때부터 건강을 신경 쓰는 트렌드가 지배적이기도 하고, 디카페인 공정도 꾸준히 발전하고 있으니까. 카페인을 피하기 위한 대체제가 아닌, 독자적인 취향의 한 줄기가 될 머지않은 날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맛도 놓칠 수 없어, 디카페인 카페 추천

01
보문동의 자랑

페페이즈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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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흐르는 성북천 앞에 자리한 감각적인 공간. 콜롬비아 싱글 원두로 내린 양질의 디카페인 메뉴를 만날 수 있다. 커피 메뉴는 모두 디카페인으로 변경 가능하며, 품질 좋은 카페인 프리 메뉴도 다양하니 해가 지고 가기에 딱 좋겠다.

Information

  • 주소 : 서울 성북구 안암로3길 59
  • 시간 : 월 11:00~16:00 수~일 11:00~21:00 / 화요일 휴무
  • 주차 : 불가
  • 인스타그램 : @fefe_is_good
02
블루 리본 13개

엘카페 커피 로스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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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계의 오스카상, COE(Cup Of Excellent)의 국제 심사위원이 말아주는 디카페인은 어떤 맛일까? 엘카페에서는 자체적으로 선별한 셀렉션 디카페인을 경험할 수 있다. 과일의 향취가 느껴지는 수준 높은 디카페인을 맛보시길.

Information

  • 주소 : 서울 용산구 후암로 68 B1층
  • 시간 : 월~금 11:30~18:00 토~일 11:30~19:30
  • 주차 : 가능(협소)
  • 인스타그램 : @elcafecoffeeroasters
03
관악구 숨은 고수

운석커피로스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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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심이 아니면 뭐가 진심일까. 한 잔의 커피에 집중하는 운석커피에서는 원두 상황에 따라 수준급의 핸드드립을 디카페인으로 접할 수 있다. 평일에는 원두만 판매하니, 매장에서 음료를 마시고 싶다면 주말에 방문해 보자. 좌석이 많지 않으니 참고할 것.

Information

  • 주소 : 서울 관악구 양녕로 63 3층
  • 시간 : 토 11:30~20:00 일 12:00~18:00
  • 주차 : 불가
  • 인스타그램 : @unseokcoffeeroasters
04
커피하우스 말고

빈브라더스 합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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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브라더스에서는 페루 카하마르카 싱글로 내린, 단맛과 산미의 균형이 탁월한 디카페인 커피를 선보인다. 지점을 여럿 두고 있지만, 2시간 웨이팅할 자신이 없다면 커피하우스 지점보다는 비교적 여유로운 합정점을 방문하는 게 팁이라면 팁이다.

Information

  • 주소 : 서울 마포구 토정로 35-1
  • 시간 : 매일 10:00~22:00
  • 주차 : 가능
  • 인스타그램 : @bean_broth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