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따위에 농락당하는 외로운 빼빼로데이가 지나가면 11월 12일, 비로소 혼자여도 외롭지 않은 상태가 된다. 우리 곁엔 디즈니플러스가 있을 테니까. 국내 상륙 한 달을 앞둔 마블, 디즈니, 스타워즈, 픽사, 내셔널지오그래픽 끌어 안은 이 OTT 서비스를 즐기기 위한 준비, 아직도 진행 중인가. 무엇을 볼까 고심하다 결국 잠을 청하고 말았던 넷플릭스에서 쌓은 경험은 디플에서 번복하지 말자. 두말할 필요 없는 오매불망 기대작 리스트로 일단 찐하게 직행할 것.
더 만달로리안
돌아선 민심을 제대로 돌려놓은 스타워즈 시리즈 스핀오프 작품 <더 만달로리안>. 2019년 회당 무려 160억 원 규모로 제작된 시즌 1 방영을 시작으로 일주일에 한 편씩 감질나게 오픈, 시즌 2에는 더욱 확장된 세계관을 반영해 실망은커녕 기대감만 끌어올렸다. 배경은 오리지널 시리즈 <제다이의 귀환>과 시퀄 <깨어난 포스> 그 사이지만, 영화를 차치하고 탄탄한 구성 덕 드라마만으로도 충분히 인기를 끌 만하다.
일단은 귀염 터지는 애칭 베이비 요다, 본명은 그로구에 눈길이 갈 터. 이미 수많은 굿즈로 많은 이들의 돈을 갈취한 이 지갑 털이범과 묵직한 현상금 사냥꾼 딘 자린이 행성을 옮겨 다니며 볼 거리를 선사하는 시즌 1 서사를 정주행하고, 스타워즈 세계관과 맥을 잇는 캐릭터들과 예상치 못한 ‘그분’이 등장하는 시즌 2까지 쭉 달리는 상상, 지금부터 할 때다. 각 시즌은 모두 8부작으로 구성됐다.
프리 솔로
안전 장비 없이 순전히 인간의 육체만으로 하는 암벽 등반 ‘프리 솔로’. 미국의 암벽등반가 알렉스 호놀드가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위치한 914m 높이의 엘 캐피탄 암벽을 프리솔로로 등반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아낸 다큐멘터리이다.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떡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왜 저런 짓거리를 하며 주변 사람들 속을 박박 긁게 만드는 것일까 싶다가도,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호놀드를 보고 있자면 경외심까지 들 것이다. 단 한 번의 작은 실수에도 죽음이라는 대가를 내 거는 자연, 그 무자비함을 감수하면서까지 한 인간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묵직한 고민을 안겨주는 작품.
완다 비전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의 세계관을 다루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 4의 첫 작품. 2021 에미 시상식에서 3개 분야 수상과 미니시리즈 부문 역대 최다 후보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주며 마블의 흥행력을 지속하는 데 원동력을 제공했다.
<엔드게임: 인피니티 워>에서 연인 비전이 사망하고 타노스와의 혈전을 거치며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던 완다 막시모프가 이를 극복하고 더욱 강해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죽은 줄만 알았던 비전이 다시 등장해 공개 이전까지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시트콤 형식을 가미한 연출도 흥미로울 것. 내년 개봉을 앞둔 <닥터 스트레인지 2>와 스토리가 연결된다고 하니, 마블 팬이라면 필수 시청.
심슨 가족
핼러윈 에피소드로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을 패러디한다는 소식이다. 누가? 그 대책 없는 캐릭터들을 위화감 없이 받아낼 이 누구겠나. 심슨 가족밖에. 시즌 33 ‘트리 하우스 오브 호러’ 에피소드에서 공개될 이 장면을 이제 손안에서 볼 수 있게 됐다. 가상 도시 ‘스프링필드’에 사는 호머, 마지, 바트, 리사, 매기가 더욱 친근감 있게 느껴질 듯.
수많은 명대사를 잉태한 이 애니메이션의 역사는 무려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실을 반영, 부조리를 꼬집고, 풍자하며 쌉쌀한 웃음을 전하는 블랙 코미디물로 우스꽝스럽지만, 우습지는 않은 중산층 가족의 일상을 그려냈다. 물론 시즌별 기복이 있긴 하다만, 장수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다소 노골적이지만, 페이소스로 범벅된 이 어른이의 만화를 볼 땐 도너츠 한 박스는 꼭 끼고 봐야 한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로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페이즈 4의 세 번째 작품 <로키>는 <어벤저스: 엔드게임>에서 과거로 이동했을 때, 테서랙트를 가지고 도망친 로키(톰 히들스턴)로 인해 발생한 평행우주의 분기점을 바로잡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때 TVA의 존재가 드러나고, 모비우스(오웬 윌슨)는 로키의 능력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재정렬하고자 한다.
드라마 <로키>는 <닥터 스트레인지 인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 <앤트맨 3>와 직접적으로 연계되고, 마블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꽤 중요하게 작용한다. 심지어 케빈 파이기는 정주행할 것을 권장한 바 있으니 마블 팬이라면 절대 놓치지 말 것. 시즌 1은 6부작으로 종영되었고, 곧 시즌 2 제작에 돌입할 예정이다.
해밀턴
뮤덕들이라면 더더욱 반가울 작품으로 브로드웨이를 휩쓴 뮤지컬 ‘해밀턴’이다. 해외 원정 공연 따위 꿈도 못 꾸는 지금, 실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이 이야기를 무대가 아닌 화면에서 대면할 수 있다.
카리브해 섬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밑바닥을 거쳐 미국 초대 정부 재무장관 자리에까지 올라 재정 시스템 틀을 잡은 알렉산더 해밀턴의 일대기와 미국 건국 초기 역사를 그리고 있는데, 눈길을 끄는 대목은 힙합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간다는 것. 소울 넘실대는 리듬을 타고 죽음마저 극적이었던 한 인간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러닝타임은 2시간 40분이다.
왓 이프 (What if…?)
마블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What If…?>는 MCU의 캐릭터들이 살짝 다른 결정을 했다면 운명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어떤 전개를 만들어냈을지에 대해 다룬다. 신박하지만 어딘가 불편한 느낌이 드는 이 애니메이션의 첫 주자는 페기 카터(헤일리 앳웰). 캡틴 아메리카인 스티브 로저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페기 카터 요원이 그 대신 혈청을 맞고 캡틴 카터가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개연성 없는 B급 전개인 듯싶지만 페이즈 4에 포함되어 있고, 마블 영화 속 배우들이 목소리로 등장하는 데다 디테일한 무빙이 몰입감을 극대화해준다. 34분의 길지 않은 러닝타임에도 꽤 완성도 있게 스토리가 마무리되고,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블랙 팬서가 아닌 스타로드가 된 트찰라(채드윅 보스먼)를 다룬다. 채드윅 보스먼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만나볼 수 있는 <What If…?>는 시즌 2까지 23부작으로 예정되어 있고, 시즌 1은 9부작이며, 마지막 주자는 가모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