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가 50년 전 신발을 재발매했다. 1974년 출시된 미식축구화, 아스트로 그래버다. 이는 당시 오리건 대학교 풋볼팀을 위해 제작된 신발. 정식 발매된 바 없던 신발이 처음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그리고 이를 함께한 파트너는 바로 뉴욕을 베이스로 한 남성복 브랜드 보디(Bode). 나이키와 보디가 협업하여 1970년대 미국 스포츠 문화에서 영감받은 신발과 의류를 선보였다. 나이키가 선택한 보디, 과연 어떤 브랜드일까?
과거의 향수를 간직한 보디
옷은 이야기다
나이키와 보디의 협업은 새롭지만 친숙한 느낌이 든다. 빈티지 숍에서 본 듯 짙은 향수가 어려있는 것 같다. 보디가 옷을 다루는 방식 때문일 거다. 보디는 나이키와의 협업을 통해 스포츠가 미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는데, 그 과정에서 보디 디자이너 에밀리와 아버지의 과거 개인적인 이야기가 묻어나게 됐다고 한다. 나이키와 보디가 재해석한 1970년대 스포츠웨어는 개인의 역사를 기반으로 한 셈이다.
보디 컬렉션 뒤에는 늘 개인적인 이야기가 놓여있다. 디자이너 에밀리가 어릴 적 살았던 스튜디오, 그의 어머니가 살았던 주거지, 유년 시절을 보냈던 케이프 코드 해변가 등 개인적인 소재가 보디 컬렉션의 주제다. 과거 향수를 간직한 듯 포근하고 따뜻한 정서가 느껴지는 건 바로 이 때문. 우리는 보디의 옷을 통해 감정적으로 연결된다.
보디는 대대손손 전해 내려오는 옷장이나 선조들의 트렁크를 열어보기도 한다. 그 속에서 나온 퀼트, 커튼, 오븐 장갑, 행주, 식탁보, 침대 시트 등이 영감의 소재다. 퀼팅, 자수, 아플리케, 패치워크 등 수공예 요소가 화려하게 놓이고, 가정의 서사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전통적인 직물들이다.
과거 요소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보디의 옷 한 벌 한 벌은 이야기를 담은 매개체가 된다. 한 땀 한 땀 수 놓으며 과거 역사를 되새기는 보디. 1970년대 미국 스포츠 문화를 재해석하기에 보디만 한 브랜드가 없었을 것이다.
기억을 간직한 옷감
빈티지 식탁보로 만들었어요
보디의 작업실에는 다양한 직물이 여기저기 늘어져 있다. 빅토리아 시대의 퀼트부터 1920년대 프렌치 린넨, 코트디부아르의 전통 직물 등 전 세계에서 구해온 빈티지 직물이다. 이러한 소재를 고르고, 바느질하는 것은 역사적 조각들을 꿰매는 과정. 이 옷감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무엇에 쓰였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미국 LA에 있는 보디 매장은 흡사 박물관 같다. 짙은 호두나무 프레임 위로 수집품이 놓여있는 연출이 돋보이는 곳이다. 매장에서는 단순히 옷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옷감이 어디서 왔는지, 어떤 기술을 사용했는지 등 직물에 대한 역사와 지식을 함께 전달하며 보디의 전체적인 무드를 만드는 것이 공간의 역할이다.
보디는 옷을 통해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아키비스트인 셈이다. 직물은 당시 유행했던 컬러나 제조 기술을 반영한 역사의 한 조각과도 같기에. 직물에 담긴 저마다의 역사는 모두 옷을 통해 새겨지고 기억된다. 모든 것이 점점 빨라지는 세상. 잊히는 직물을 되살리고, 그 명맥을 잇는 보디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셀럽이 사랑한 보디
해리 스타일스부터 이동휘까지
많은 유명인의 사랑을 받는 보디지만, 해리 스타일스야말로 보디의 찐팬. 퀼트, 자수 등 전통적으로 여성의 영역이었던 요소를 이질감 없게 풀어내는 것은 해리 스타일스가 가장 잘하는 일이다.
2020년 12월 보그 커버를 장식한 해리 스타일스를 위해 바지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해리 스타일스가 태어난 1994년과 그의 아버지가 태어난 1957년,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진 바지다.
빈티지 장인 이동휘도 보디의 팬을 자처한다. <나혼자산다> 코드 쿤스트 에피소드 중, 플리마켓 서래 아울렛에 방문해 구매한 재킷도 보디. 빈티지 아이템을 활용해 할아버지 스타일을 즐긴다는 점에서 보디에 사랑에 빠지는 건 필연적이었을 것이다.
지난여름 브루노 마스가 내한 공연에서 입은 셔츠도 보디의 옷이었다. 프라이팬에 계란 프라이를 하는 참신한 패턴이었는데, 이는 1950년대 남성용 손수건에서 영감받은 디자인. 부드러운 실크 소재가 낭만적인 여름밤과 잘 어울렸다.
당장 입고 싶은 보디 아이템 추천
때로는 우아하고, 때로는 사랑스럽게. 보디가 제안하는 아름다움 속으로.
1974년 출시된 미식 축구화를 재현했다. 나이키의 공동 창업자인 빌 바워만이 디자인했으며, 프리미엄 스웨이드와 풀그레인 가죽 소재를 조합하여 현대적인 감각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쿼터백 댄 파우츠가 신었던 신발로, 미식축구 역사의 한 부분을 계속 이어 나간다는 의미가 담겼다.
린넨 소재와 와이드한 실루엣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 바지 밑단의 꽃무늬 자수는 1860년대~1890년대 빅토리아 시대 여행 가방에서 영감받은 것이다.
1789년 작업 된 비즈 스카프에서 영감받은 셔츠. 주황색과 노란색의 화분, 나무, 말 자수 모두 스카프의 비즈 장식을 재현한 것이다.
1950년대 무드가 물씬 느껴지는 스웨이드 재킷. 노치 칼라와 빨간색 가죽 디테일을 특징으로, 당시 유행하던 펑퍼짐한 실루엣을 재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