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시즌 KBO리그가 끝나자마자 빅리그 도전 열풍이 일고 있다. SK의 투수 김광현과 두산의 4번 타자 김재환은 나란히 메이저리그 포스팅 절차에 돌입했다. 키움 김하성과 NC 나성범은 2020년 해외 진출 도전을 외쳤고, 키움 이정후도 “해외에 나갈 실력이 되면 도전하고 싶다”며 의지를 보였다.
국내 선수들뿐만 아니라 KBO리그를 경험한 외국인 선수들도 한국을 거쳐 미국 무대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빅리그 러시에 불이 붙었다. 그만큼 MLB 구단들도 KBO리그에 대한 관심이 크다.
선택을 기다리는 김광현과 김재환
12월 6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김광현과 김재환을 나란히 포스팅 공시했다. 1월 6일 오전 7시까지 MLB 30개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을 할 수 있다. 개정된 한미선수계약협정에 따라 공시일로부터 30일 동안 영입을 원하는 구단들과 협상이 가능하다.
원소속팀은 포스팅을 통해 이적료를 받는다. 전체 보장 계약 금액이 2,500달러 이하일 경우 해당 금액의 20%를 원소속팀에 지급한다. 전체 보장 계약 금액이 2,500달러를 초과하고 5,000달러 이하일 경우에는 2,500달러의 20%와 2,500달러를 초과한 금액의 17.5%를 더한 금액을 지급한다.
김광현이 올해 빅리그 도전의 시작점이 됐다. 김광현은 자유계약선수(FA) 신분까지 1년이 남았지만, 구단의 허락을 받고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다.
김광현이 올해 빅리그 도전의 시작점이 됐다. 김광현은 자유계약선수(FA) 신분까지 1년이 남았지만, 구단의 허락을 받고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다. 본인의 의지가 강했다. 김광현의 두 번째 도전이다. 김광현은 2014년에도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했지만, 당시 단독 협상권을 얻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연봉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무산됐다. 최근 김광현에 대한 평가는 5년 전보다 좋다. 김광현의 주무기인 슬라이더에 주목하고 있다.
김재환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깜짝’ 소식이었다. 김재환은 프리미어21 출전으로 FA 등록일수 60일을 인정받았고, 역시 구단의 허락하에 자격을 얻었다. 다만 지난해 홈런 44개, 133타점으로 MVP를 차지했던 김재환은 올해 15홈런, 91타점으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급하게 도전을 결정했기에, 김재환에 대한 MLB 구단들의 분석도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김광현보다 가능성이 낮은 건 사실이지만 지켜볼 일이다.
해외로 눈 돌리는 ‘예비 도전자들’
김광현과 김재환에 이어 ‘예비 도전자들’도 눈길을 끈다. 김하성은 2019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앞서 직접 “내년 시즌 후 해외 진출 자격을 얻는다. 구단 측도 허락을 했다”며 메이저리그 도전을 밝혔다. 이미 ‘MLB트레이드루머스’는 “2020년 이후 포스팅에 나서면 25세다. 1년 뒤 흥미로운 이름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평을 내렸다.
올해 초 오른쪽 전방십자인대 부상을 당했던 나성범, KIA 타이거즈의 에이스 투수 양현종도 해외 진출 의사를 보였다. 이정후 역시 “해외에 나갈 수 있는 실력을 갖추면 그때 나가고 싶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서 경험 쌓은 외국인 선수들의 미국-일본행
올해 빅리그 도전은 국내 선수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KBO리그에서 성장한 뒤 미국, 일본 진출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이미 NC에서 뛰었던 에릭 테임즈는 2014~2016년 KBO리그를 거쳐 2017년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로어스와 3년 1,600만 달러 계약을 맺어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2018시즌을 마친 메릴 켈리도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이뤘다.
올해는 조쉬 린드블럼이 그 길을 뒤따른다. 린드블럼은 12월 12일 밀워키와 3년간 912만5000달러에 계약했다. 앙헬 산체스는 일본 요미우리행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역수출 사례다.
빅리그 도전을 바라보는 시선
빅리그 도전은 양날의 검이다.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메이저리거를 꿈꾼다. 도전에 대한 부담도 적다. 미국에서 국내로 유턴을 해도 ‘금의환향’이다. 빅리그 도전 러시를 이끄는 요인 중 하나다. 아울러 최근 한국과 미국의 FA 시장의 온도 차는 확연히 다르다. 한국은 꽁꽁 얼었다. 반면 미국은 몸값이 치솟고 있다.
선수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모험이다. 다만 빅리그 도전 열풍은 KBO리그 흥행에 빨간불을 켤 수 있다.
단적인 예로 FA 최대어 게릿 콜은 역대 투수 최고액인 9년간 3억2400달러에 뉴욕 양키스와 손을 잡았다. 이에 FA 류현진의 시장 가치도 오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선수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모험이다.
다만 빅리그 도전 열풍은 KBO리그 흥행에 빨간불을 켤 수 있다. 스타 선수의 부재를 우려하는 것. 이미 KBO리그는 올해 4년 연속 누적 800만 관중 달성에 실패했다. 관중 수의 하락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타 선수들마저 빠진다면 흥미가 절감되고, 리그 팬들도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리그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