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CES는 라스베이거스가 아니라 온라인에서 열렸다. 사상 처음 열린 올 디지털 CES에는 코로나19 시대를 이겨내기 위한 멋진 제품도 많지만, 여전히 제조사의 진의를 의심케 하는 발명도 한둘이 아니다. ‘웃기지만 생각하게 만드는(first make people laugh, and then make them think)’ CES 2021의 이상한 제품들, 내 멋대로 뽑아본 IG CES 2021 어워드를 시작한다.
CES 2021
올해의 IG CES 대상은 All Digital CES 2021 그 자체다. 오프라인 전시회에서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은 기대도 안 했다. 하지만 천여 개가 넘는 회사 전시 페이지를 일일이 찾아다니는 건 고역이었다. 콘퍼런스 자동 번역 한글 자막은 재앙이었고, 제품 전시라는 건 제품 브로셔를 읽는 거나 다름없었다. CES 참가비가 얼마인데 이런 결과를 내다니. 정말 너네가 최고다.
심사평: 다시는 이렇게 하지 말자.
레이저 프로젝트 헤이즐(Razer Project Hazel)
인정하긴 싫지만, 이번 CES 2021에서 이 제품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코로나19 시대를 상징하는 제품이라서 그렇다. 1년 전에 발표했다면 분명 ‘지구가 멸망하기라도 했냐’며 비웃음을 사기에 딱 좋은 제품이었을 거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이 제품을 보며 우린 ‘Take my money!’를 외친다. 게이밍 액세서리 제조사 레이저에서 공개한 스마트 마스크 콘셉트 모델, 프로젝트 헤이즐이다.
얼굴이 보이는 반투명한 소재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마스크에 교체 가능한 필터가 달린 전자 호흡구가 달렸다. 대화를 위해 마이크와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고, 레이저답게 LED 컬러 조명도 달았다. 어두워지면 저절로 켜진다. 필터 등급은 N95로 의료진이 쓰는 등급이다. 충전 보관 케이스는 자동 살균 방식이다. 무엇보다도, 일단 멋지다. 만화 도쿄 구울 주인공이 떠오르는 디자인이다. 1년 전이라면 끔찍하다고 생각했을 거란 말이다.
심사평: 인간은 잘못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토토 웰니스 토일렛(TOTO Wellness toilet)
토토는 세계 최대의 위생도기 생산 회사다. 이번 CES 2021에서는 웰니스 토일렛이란 차세대 스마트 변기를 선보였다. 변기에 무슨 스마트란 단어까지 붙일까 싶지만, 이 제품은 그럴 만하다. 무려 AI 대변 분석 기능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경악하거나 어리둥절할 당신이 보이지만, 이상하게 생각하진 말자. 자신의 변 상태를 보고 건강을 점검하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다. (크라우드 똥 데이터베이스도 있다!)
대변만이 아니다. 엉덩이의 혈류나 냄새도 분석 대상이다. 이를 통해 스트레스와 체력, 건강 상태를 확인한 뒤 식단 변경이나 추천도 할 예정이다. 이건 생각보다 큰 도전이며, 분명 탐구할 가치가 있는 주제다. 물론 지금 당장 쓸만한 제품을 얻기는 힘들고, 빠르게 미래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변기 교체는 어렵고, 필요한 분석 데이터를 모으기도 쉽지 않다고), 분명 가능한 미래이긴 하다.
심사평: 변비인 사람은?
마이큐 반려동물 포털(MyQ Pet Portal)
코로나19로 인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반려동물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고, 함께 살 때 필요한 제품도 계속 출시되고 있다. 마이큐에서 출시한 마이큐 펫 포털은 펫도어다. 문에 부착해 동물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돕는 자동문이다. 기존 펫도어와는 다르게 정말 양옆으로 열린다. 기존에 있던 문에 추가 장치를 부착하는 게 아니라, 아예 문을 바꿔 다는 것이라 가능한 일이다.
자동문만 있는 건 아니다. 동물에게는 블루투스 센서가 제공된다. 동물이 문에 가까이 오면 주인에게 신호가 가고, 자동으로 문을 열거나 주인이 문을 열어 주는 등의 동작을 선택할 수 있다.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을 볼 수 있는 비디오 라이브 스트리밍 시스템도 포함된다. 이를 통해 외부인이나 야생동물이 펫도어를 통해 침입하는 변수도 막을 수 있다. 가격은 최소 2,999달러부터. 고급형은 4,499달러부터 시작한다.
심사평: 그냥 야생동물의 침입을 허락하자.
번외편 – 모라리 패치(Morari Patch)
역대급으로 이상한 제품을 꼽자면 단연 이 제품이 아닐까? 다만 IT 제품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렵다. 모라리 메디컬(Morari Mediacal)에서 공개한 테인트 밴드다. 이게 무슨 제품이냐고 하면, 음. 그러니까, 음… 조루로 고통받는 남성을 위한 패치다. 위에 보이는 반창고 형태의 장치를 회음부에 장착하고,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해 조작한다. 웃어넘기기에는 실제 테스트까지 거쳤고, 관련 논문도 2021년 상반기에 발표될 예정이라고 한다.
심사평: 손가락으로 눌러줘도 된다. 진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