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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은 없고 완벽만 있는 비스포크 브랜드, 스테파노 베메르
2023-03-18T10:43:42+09:00

피렌체 감성 담은 이 신발 한 켤레를 위해 적금 들고 싶어진다.

오랫동안 비스포크, 즉 맞춤 제작이라는 단어는 남성용 고급 맞춤 양복 이미지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여러 브랜드는 이 단어를 침구, 티셔츠는 물론 칵테일에까지 적용하며 의미를 퇴색시켰다. 너무 쉽게 비스포크라는 단어를 소비하는 트렌드를 비꼬기 위해 2016년에는 ‘수제 물’ 광고까지 등장했고, 그 물을 사겠다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처음 비스포크 신발 브랜드 ‘스테파노 베메르(Stefano Bemer)’를 접했을 때 약간의 반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진정한 비스포크인지 아닌지 의문스러웠기 때문. 하지만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이 브랜드가 꽤나 제대로 된 브랜드임을 알 수 있었고, CEO 토마소 멜라니의 인터뷰 글은 확신을 배가시켰다.

같은 고민을 가진 둘의 운명적인 만남

A closeup of Stefano Bemer Oxfords

독학으로 구두 제작자가 된 스테파노 베메르는 완벽한 이탈리아 신발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1983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사업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의 이름을 딴 브랜드는 높은 품질과 스타일로 빠르게 이름을 알렸다. 또한 영국의 유명 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그의 스튜디오에서 수습생으로 일하게 되며 예상치 못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멜라니는 1년에 단 3백 켤레의 신발만을 만들어내는 베메르 스튜디오가 어떻게 하면 품질은 유지하면서도 기성품 브랜드로 확장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 멜라니가 등장한다. 그의 가족은 1950년부터 산타 크로체 수도원 근처에서 ‘스쿠올라 델 꾸오이오(Scuola Del Cuoio)’라는 유명한 가죽 공방을 운영해왔다. 바로 이 대목이 멜라니가 완벽한 피렌체인의 정체성을 지녔다고 단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베메르와 멜라니가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은 숙달된 장인을 찾는 문제에 함께 공감하며 가까워졌다. 멜라니는 1년에 단 3백 켤레의 신발만을 만들어내는 베메르 스튜디오가 어떻게 하면 품질은 유지하면서도 기성품 브랜드로 확장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베메르의 유산이 녹슬지 않도록

A line up of ready-to-wear styles at the Upper East Side showroom.

안타깝게도 2012년, 오랜 투병 끝에 베메르가 세상을 떠났다. 멜라니는 그가 남긴 디자인과 스타일, 구두 제조 기술, 아이디어 등이 사라지거나,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이 그의 죽음보다 더 큰 비극임을 잘 알고 있었다. 멜라니는 베메르의 파트너와 디자이너를 만났고, 그가 생전에 가지고 있던 비전을 새기며 브랜드의 미래에 대해 논의했다. 다행히도 그들은 멜라니의 생각에 동의했다.

뉴욕의 쇼룸은 ‘젠틀맨을 위한 가게 그 자체’다. 현재는 아시아에서도 관심이 높아져 어쩌면 곧 도쿄와 서울에서도 베메르의 신발을 만나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스테파노 베메르는 멜라니의 지휘 아래 피렌체의 오래된 예배당에 자리한다. 이 브랜드는 오랜 비스포크 신발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으며, 흠잡을 데 없는 레디투웨어 신발도 선보인다. 점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등에 업게 되며 피렌체 쇼룸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뉴욕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쇼룸이 생겼다.

Customers choose from a wide range of leathers when designing their shoes.

이곳에서는 레디투웨어 신발을 만나볼 수 있으며, 비스포크 피팅이 가능하다. 아울러 블레이져와 셔츠와 같은 스쿠올라 델 꾸오이오의 가죽 제품도 구매할 수 있다. 멜라니의 말을 옮기자면, 뉴욕의 쇼룸은 ‘젠틀맨을 위한 가게 그 자체’다. 현재는 아시아에서도 관심이 높아져 어쩌면 곧 도쿄와 서울에서도 베메르의 신발을 만나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명성 있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다

베메르는 이제 매년 3천 켤레에 달하는 신발을 판매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 그 방법이 옳았음을 몸소 보여줬다. 그들은 롭 리포트(Robb Report)가 선정한 2018 최고의 신발 목록에도 이름을 올리면서, 그 명성을 꾸준히 쌓아가고 있다.

멜라니는 지역별로 각기 다른 이미지를 추구한다. 한 개의 브랜드지만 아시아 고객들은 신발의 품질과 장인정신에 중점을 둔다면, 미국 고객들은 스테파노 베메르에서 쇼핑하는 경험 자체를 즐기는 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도 브랜드가 승승장구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Stefano Bemer’s Upper East Side Showroom

당신도 자금 사정이 허락하기만 한다면, 베메르 한 켤레를 구매해 보는 게 어떨까. 만약 통장 잔액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지금부터라도 이 신발을 위해 쌈짓돈을 모아 보자. 베메르는 분명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브랜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