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월드 챔피언십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그랑프리는? 바로 모나코 그랑프리다. 아름다운 지중해와 항구를 가득 메운 하얀 요트, F1의 오랜 역사를 지닌 상징성 등으로 모터스포츠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기 때문이다. F1 모나코 그랑프리는 많은 드라이버가 우승하길 바라는 곳이기도 하다. 엔초 페라리는 ‘모나코에서의 승리는 월드 챔피언십의 절반과도 같다’라고 했을 정도. 이러한 F1 모나코 그랑프리가 며칠 전 막을 내렸다. 우승자와 패배자는 누구였으며,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2024 F1 모나코 그랑프리의 면면을 살펴본다.
2024 F1 모나코 그랑프리 리뷰 포인트 6
다음에는 인천에서?
F1 모나코 그랑프리
모나코 그랑프리는 전용 서킷이 아닌 몬테카를로 도심 한복판에서 진행된다. 땅이 좁아 서킷 만들 공간조차 없기 때문이다. 모나코 국토 면적은 1.95㎢. 땅 크기는 여의도보다 작고, 도로가 좁으며 노면 또한 울퉁불퉁하다. 구불구불한 도로 사이를 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곳이 바로 모나코 그랑프리다.
매우 지루한 서킷이기도 하다. 도로가 좁아 속도를 제대로 못 내고, 직선 주로가 짧아 답답하며, 추월이 어려워 결과가 잘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78번 이어지는 ‘노잼 기차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6번 그랜드 호텔 헤어핀 코스에서는 F1에서 가장 느린 속도가 나온다. 45km/h까지 속도가 떨어지는 등 드라마틱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니 오히려 볼거리는 많은 셈.
치열했던 퀄리파잉
모나코 그랑프리에서는 퀄리파잉(Qualifying) 순위가 매우 중요하다. 실제 레이스의 출발 순서를 정하기 위한 경기 순위다. 0.001초를 다투는 F1에서 출발 순서는 중요할 수밖에 없고, 추월이 어려운 상황에서 출발 순서가 최종 순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퀄리파잉 성적이 곧 본선 최종 순위로 이어진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번 모나코 퀄리파잉 역시 매우 치열했다. 1-2위의 격차는 고작 0.154초. 1-7위에서는 0.5초 이내의 차이를 보였다. 현재 F1의 디펜딩 챔피언 레드불 베르스타펜은 6위에 그쳤다. 레드불 입장에선 최악의 결과다. 하지만 이를 드라이버 개인의 문제로 볼 수는 없다. 다른 팀 레이싱 카의 퍼포먼스가 눈에 띄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작년 기록과 비교만 해도 알 수 있다. 작년 베르스타펜의 1위 기록(1:11.365)은 올해 10위에도 들어가지 못할 정도.
올해의 우승자 샤를 르클레르
모나코 그랑프리 우승은 스쿠데리아 페라리의 샤를 르클레르가 차지했다. 자신의 고향인 모나코에서 이룬 첫 승리다. 우승 장면은 매우 드라마틱했다. 그동안 모나코 서킷을 완주한 적이 몇 없을 만큼, 고향 모나코에서 늘 처참한 성적을 보여왔던 그였으니까. 지독한 저주를 깬 우승이었다. F1 6수 끝의 우승이자 3년 만의 페라리 우승, F1 모나코 그랑프리 최초의 모나코 드라이버 우승이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모나코 대공과 페라리 회장도 포디움에 올라왔다. 나라 전체가 거대한 축제 한마당이 된 셈이다. 현재 드라이버 포인트 1위인 베르스타펜과의 격차도 줄었다. 31 포인트 차이다.
최악의 사고
모나코 그랑프리는 사건 사고가 잦기로 유명한 서킷. 이번에는 시작부터 시끄러웠다. 1 랩을 채 돌기도 전에 사고가 발생하여, 레드불의 페레즈, 하스의 휠켄베르크와 마그누센 3대가 연달아 충돌한 것이다. 장벽이 무너지고 트랙 곳곳에 잔해가 흩어졌으며, 레드 플래그가 올라가 경기가 중단됐다.
데미지는 레드불의 페레즈이 가장 크게 입었다. 차량의 절반이 사라졌을 정도다. 이는 또한 레드불에게 심각한 재정적 타격을 안겨주게 됐다. 수리 비용만 자그마치 300만 달러(약 40억 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페레즈의 드라이버 순위 또한 3위에서 5위로 내려갔다. 사람 무사한 것만으로 다행이라 해야 할지?
월드 챔피언의 부진
현재 드라이버 챔피언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막스 베르스타펜은 부진을 보였다. 경기 중반 새 타이어로 변경했으나, 최종 순위 6위로 이렇다 할 활약 없이 경기 종료. 아쉬운 마음으로 모나코를 떠나게 됐다.
이는 비교적 차량 높이가 낮은 레드불 RB20 머신과도 관련 있다. 울퉁불퉁한 요철이나 연석에서 치명적이며, 저속 코너에서 차 아랫부분이 트랙에 긁혀 밸런스 문제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는 여전히 드라이버 순위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앞으로 남은 레이스에서 계속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줄지는 미지수. 그 또한 모나코에서의 경기 직후 “2024년은 작년과 같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페라리 VS 맥라렌
페라리와 맥라렌의 대결 구도 또한 인상적이다. ‘F1의 살아있는 역사’ 스쿠데리아 페라리와 ‘근본이 F1’ 맥라렌의 활약으로 레드불 독주 체계에 균열을 내고 있는 중이다.
페라리의 전략이 돋보이는 경기였다. 르클레르의 의도적인 감속으로 2위 맥라렌 피아스트리와의 간격을 짧게 유지한 것이다. 때문에 피아스트리의 타이어 소모는 클 수밖에 없었고, 페라리의 사인츠가 그 뒤를 바짝 압박하여 맥라렌의 피트스톱을 저지했다. 그 결과는? 페라리의 더블 포디움.
2위를 기록한 맥라렌 피아스트리는 하드 타이어를 장착해 경기 끝까지 가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번 시즌 첫 포디움 기록이다. 지난 마이애미 그랑프리에서 생애 첫 우승을 기록한 맥라렌의 노리스는 이번에 4위를 기록했다. 매번 매섭게 상승하며 결국 드라이버 챔피언십 3위를 차지한 것이다. 앞으로 더욱 흥미로운 레이스가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