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원 이하의 예산으로 구매 가능한 다이버 시계의 수준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물론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를 고려하기엔 선택의 폭이 턱없이 좁아지지만, 무궁무진한 온라인의 정보력을 동원하면 중저가 시계의 세계는 생각보다 다채롭다.
어중이떠중이는 믿고 걸러주는 필터는 임볼든이 도맡았고. 25년간 선명한 야광 성능을 보장하는 루미녹스, 패션 시계 부럽잖은 디자인 감각의 Marnaut과 시놀라, 시간 여행하듯 레트로한 시계를 선보이는 댄핸리까지 비교적 접근 가능한 다이버 시계 추천 리스트를 선별했다. 그대는 그저 편안히 스크롤을 내리며 어떤 모델이 지갑을 자극하는지 케미만 확인하면 될 일이다.
25년간 변치않는 자가발광식 야광 성능과 200m 방수 스펙, 합리적 가격 등 다이버 시계의 구매를 고려할 때 심사 기준을 무난하게 통과하는 모델이다. 특히 퍼시픽 다이버 컬렉션의 경우, 심플하면서도 고루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인기도도 높은 편. 다만 4년 2개월 수명의 론다 515 쿼츠 무브먼트 탑재로, 점핑하는 초침이 거슬린다면 패스할 것. 일부 옵션은 품절되어 현재 검판 브레이슬릿 모델과 올블랙 모델만 구매 가능하다.
시계 제조국으로는 낯선 그이름, 홍콩의 독립 시계 브랜드 Marnaut의 회심작 씨스케이프 200C. 타이틀 마지막에 따라오는 C는 클래식을 뜻한다. 킥스타터에서 데뷔한 씨스케이프 200의 성공을 기반으로 제작한 후속 모델로, 다이얼부터 케이스까지 올블랙으로 마감한 200B, 그리고 200R과 함께 출시될 예정.
316L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300m 방수를 지원하는 칼리버 MIYOTA 9015를 탑재했으며, 성게의 외피에서 따 온 다이얼 디자인이 유니크하고 매력적이다. 틀에 박힌 듯한 다이버 시계 디자인이 질렸다면 도전해 볼 것. 449달러.
500m 방수, 사파이어 크리스탈 장착,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전체에 흠집 방지 코팅 등 60만 원대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파격적 스펙을 팍팍 퍼주며 가성비의 제왕으로 떠오른 엑시오스 아이언클래드. 성능은 말할 것도 없고. 군함이라는 이름만큼 투박하고 터프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다이얼과 케이스, 엔드피스와 브레이슬릿까지 전체적으로 롤렉스 서브마리너를 오마주한 디자인이 특징이나, 핸즈의 형태 베젤의 폰트와 데이트 윈도우 위치 등 몇몇 디테일로 차별화를 줬다. 신생 브랜드의 중저가 시계치고 무게감이나 러그, 브레이슬릿 등의 군데군데 마감이 상당히 정교한 편. 보편적인 디자인에 수준급 성능을 노린다면 추천, 스펙보다 감성파라면 고민 좀 해보시길.
심플하고 간결한 느낌에 삼각형 동그라미 직사각형 인덱스가 사이좋게 어우러져 어찌 보면 귀여운 맛도 있는 다이버 시계. 케이스와 다이얼, 스트랩까지 전부 다 블랙으로 빼입었고, 베젤과 다이얼의 인덱스는 모두 화이트 슈퍼 루미노바로 꽉꽉 채워 흑과 백의 대조가 두드러진다.
크라운부터 러그까지 둥글둥글한 실루엣이 눈에 띄는데, 이 덕에 스포티하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을 준다. 2.5mm 두께의 돔형 사파이어 크리스탈도 견고한 내구성을 구성하는 포인트. 케이스 직경은 40mm. 316L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었고, 300m 방수, 파워리저브 41시간의 칼리버 세이코 NH35A 무브먼트로 구동된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수준급 퀄리티로 승승장구하는 미국 시계 브랜드 시놀라. 역사는 길지 않지만, 브랜드의 본거지 미국 디트로이트를 향한 탄탄하고 애틋한 브랜드 스토리로 다수의 셀럽이 착용하면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듯. 시계 애호가 중에 안티도 많다는 게 함정이지만, 이 또한 열렬한 관심 아니겠나.
쿼츠 시계를 중심으로 성장했으나, 차츰 기계식 모델도 선보이더니 다이버 시계까지 출시했다. 특색있는 인덱스 폰트, 볼록하게 솟아오른 베젤,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스포츠와 패션 시계의 중간 어디쯤 위치한 듯한 빈티지 무드가 시놀라의 디자인 기량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블루와 옐로우 등 색감 장인답게 톡톡 튀는 컬러웨이도 강점. 42mm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칼리버 Argonite 713을 탑재했으며, 200m 방수를 보장한다. 가격은 650달러부터 850달러까지.
다이버 시계도 이렇게 예쁠 수 있다. 인지도 높은 럭셔리 브랜드는 아니지만 독창적이고 밸런스 좋은 디자인으로 시선 하나는 제대로 끌 수 있지 않을까. 댄 헨리는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빈티지 디자인을 접목한 시계를 제작하는 브랜드다. 설립자가 유명 빈티지 시계 수집가인 건 불 보듯 뻔한 결말. 다이버 시계는 1970년대에서 영감을 받아 그 이름도 1970이다.
방수는 200m까지. 40mm 316L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오토매틱 칼리버 세이코 NH35를 탑재했다. 파워리저브는 41시간이다. 초침과 미닛 챕터링의 오렌지 악센트, 베젤의 레드 악센트와 네모난 크림색 인덱스가 맞물려 레트로 무드를 완성한다. 양방향 사선으로 깊게 패인 크라운 장식도 이색적이다. 그러나 케이스백에서 확 깨는데 잠수복 입은 문어 각인은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좀 아닌 듯. 디자인에 너무 힘을 줬는지 야광의 선명도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290달러의 가격에 꿀리지 않는 방수 성능과 디테일이 살아있는 빈티지 디자인을 누릴 수 있다는 메리트도 기억해 두자.
면접 날 열에 아홉은 까만 정장 맞춰 입고 등장하듯이 다이얼부터 스트랩까지 거뭇거뭇한 디자인은 다소 시시해진 당신께 쨍한 청판 다이얼과 실버톤 브레이슬릿의 조합을 소개한다. 물론 감상하기는 좋아도 코디가 어려우면 어쩌나 고민되겠지. 의외로 블랙, 화이트, 그레이, 네이비 등 자주 여기저기 잘만 어우러진다. 도리어 심플한 의상에 패션 포인트로 패피지수 상승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
316L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오토매틱 칼리버 11 1/2”’로 구동되며 최대 80시간의 빵빵한 파워리저브를 지원한다. 방수는 300m까지.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 마감으로 무브먼트를 감상하는 호사도 누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