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는 화이트데이가 여느 때와 다름없는 화요일일 뿐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몸과 마음이 몹시 바쁜 날일 거다. 전자는 살짝 외로울 수 있지만 몸은 편하겠고, 후자는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족시켜 주고 싶은 기대와 걱정으로 행복하면서도 초조한 오늘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후자의 편에 섰다. 작정하고 행복하게 지내라고 만든 이날을 소홀하게 보내지 않도록 곳곳에 숨겨진 혹은 다시 한번 짚어 줘야 할 장소를 추렸다. 한남동으로 장소를 정한 당신, 이제 이 리스트 믿고 가는 거다.
휴135
풍미 깊은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는 ‘휴135’. 스테이크 하우스가 이곳의 ‘본캐’지만 점심시간이 되면 이 공간의 진가가 드러난다. 기존 후식 메뉴였던 솥밥을 런치로 제공해 인근 직장인들은 물론 한남동 인근에서 깔끔한 밥집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 바 테이블에 앉아 반건조 생선, 해산물, 트리플 머쉬룸, 버터 장조림 등 다양한 종류의 정갈한 솥밥을 인근 물가 대비 적절한 17,000~25,000원 수준에서 맛볼 수 있다. 그중 트리플 머쉬룸과 버터 장조림은 시그니처 메뉴. 물을 부어 누룽지를 긁어 먹는 솥밥 디저트도 놓치지 말자.
솥밥만으로는 허전하다면 양념 소뼈 갈비를 사이드로 시켜 맛봐도 좋겠다. 만약 디너를 즐길 예정이라면 3월 한 달간 팀당 와인 2병까지는 콜키지 프리 이벤트를 진행 중이니 참고할 것.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을 대면하고 싶지 않다면 예약은 필수다.
주소 _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나길 6 1층 휴135
인스타그램 _ @hue135.seoul
맥코이 한남
인스타그래머블한 카페는 많아도 정말 맛있는 커피로 승부를 거는 곳을 찾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그래도 한남동 일대 커피숍은 나름 상향 평준화된 맛을 가지고 있는 편. 그중에서도 작지만 특유의 감성 넘치는 ‘맥코이 한남점’을 추천한다. 플랫 화이트에 캐러멜 크림을 얹은 시그니처 맥코이 커피 맛은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해주고, 커피계의 기본 찬 같은 아메리카노도 훌륭하다. 공간이 주는 감성도 빼놓을 수 없는데 나무결의 아늑함과 사장님의 매력적인 선곡이 맥코이 지박령이 되고 싶을 정도다. 아쉬운 건 협소한 공간. 오픈 시간이 9시로 이른 편이니 커플 모두 아침형 인간이라면 일찍 도착해 한적하게 모닝 커피 후 이른 점심을 먹는 코스도 추천한다.
주소 _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27가길 34
인스타그램 _ @mccoys_coffee
셀프스튜디오 픽부스터
찬란한 봄의 기억 그리고 사랑하는 당신과의 시간을 사진으로 남겨보자. 렌즈 앞에 서는 것이 어색한 상대가 남우세스럽다고 난색을 보일 수 있지만 막상 촬영을 시작하면 포토샵 작업 없이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에 기념일마다 찾게 되는 것이 바로 셀프스튜디오의 매력이다. ‘셀프스튜디오 픽부스터’는 20분 동안 군더더기 없는 배경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타임랩스로도 별도 촬영해 보내주는 센스까지 겸비한 곳. 건물 주차는 불가하니 자동차 이용 시 근처 공영 주차장을 이용하자.
주소 _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42길 50 지하1층
인스타그램 _ @picbooster_seoul
104
송파로 자리를 옮긴 유주얼 쿠키 앓이 중이라면 망설일 필요 없이 ‘104’로 가면 된다. 뉴욕 유명 ‘르뱅 베이커리’에 가지 않아도 도톰하고 촉촉하고 쫀득한 르뱅 쿠키를 맛볼 수 있으니까. 얼어있는 그녀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킬 달달함, 이곳에서 수혈하도록. 솔티드 캐러멜, 말차, 블루베리 크림치즈 등 다양한 쿠키가 포진해 있다. 아울러 쿠키와 곁들이면 좋을 커피 맛도 수준급. 다만 자리가 협소해 웨이팅이 예상되지만, 포장도 가능하니 야외에 앉아 짧아서 더 소중한 봄 날씨를 만끽해 보시길.
주소 _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4가길 7 downfloor 104
인스타그램 _ @104hannam
BORNTOSTANDOUT
발칙한 ‘어른이’들의 놀이터에 온 걸 환영한다. 리움 미술관 정문 맞은편에 위치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BORNTOSTANDOUT(본투스탠드아웃)’ 플래그십 스토어는 다소 강렬한 외관부터 저절로 발길을 향하게 만드는 곳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이 추구하는 브랜드 기조는 ‘억압된 욕망의 해방구’라고. 누군가를 기억할 땐 향기만 한 것이 없듯 이 공간에서 국내 니치향수 브랜드로 자리를 다져나가는 향수들을 가까이 만나보자. 발칙한 네이밍과 향에 대한 설명을 장면 묘사로 표현해 맡지 않아도 상상하는 재미까지 더한다. 연인과 잠시 향기로운 순간에 머무르고 싶다면 바로 입장.
주소 _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길 43-1 1층
인스타그램 _ @borntostandout.official
로기
마른 참나무, 최고급 비장탄 숯을 사용해 우드 파이어 코스 음식을 선보이는 로기는 ‘스와니예’, ‘라이프’ 등을 거친 박준승 셰프가 이끄는 곳. 이곳에는 오븐도 인덕션도 없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불의 신 로키에서 이름을 가져온 상호에 누가 되지 않도록 오직 불로 승부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스모키한 풍미를 접시에 담아낸다. 음식, 불과 눈높이를 맞춘 인테리어, 방대한 와인 리스트가 오감을 만족시켜준다. 특별한 날을 더욱 특별하게 기념하고 싶다면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거다.
주소 _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27가길 32 201호 로기
인스타그램 _ @logi_hannam
바바라스키친
최근 성시경 유튜브 채널 속 코너 ‘먹을텐데’에 소개된 ‘바바라스키친’. 이 위치로 자리를 옮기기 전 한남동 폭스바겐 매장 옆 골목에 자리할 때부터 항상 문전성시를 이루던 오랜 맛집이다. 저녁 식사 후 가볍게 한잔하고 싶다면 이곳에 들러 매운 짜장 떡볶이를 안주 삼아 데이트의 마침표를 찍어도 좋다. 만약 저녁 식사를 위해 방문한다면 스파게티 면을 넣은 국물 자작한 올리브 바지락찜, 맛이 없을 수 없는 마가린밥 등도 주문해 볼 것.
주소 _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5길 17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