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연말을 위해, 연말 모임 장소 추천 7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치듯, 와인 애호가라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참새의 집. 유럽 골목길 한편의 정겨운 가정집에 초대받은 듯한 따스함을 경험할 수 있다. 공간이 크지는 않지만 여유로운 테이블 간격 덕에 하나의 방을 쓰는 것처럼 편안하다. 날씨가 온몸으로 느껴지는 테라스 좌석도 갖춰져 있으니, 바람이 따뜻해지는 날을 기다려 보자.

샌드위치, 파니니, 파스타 등 메뉴에서도 가정식 바이브 물씬. 계절 식재료를 활용하기 때문에 방문 시기에 따라 메뉴 구성이 달라진다. 매일 바뀌는 글라스 와인에서 사장님의 와인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콜키지 또한 2만 원으로 합리적인 편이기에 와인 모임을 위한 장소로도 제격이다.

어른과 함께하는 식사 자리는 메뉴 선정에 더욱 신중을 기하게 된다. 건강을 챙기면서 입맛에도 맞는 음식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제일 안전한 선택은 아무래도 한식, 그중에서도 보양식이다. 대보명가에서는 몸과 마음을 훗훗하게 녹이는 약초밥상을 만날 수 있다. 성별에 따라 밥을 다르게 내어주는데, 남자에게 좋은 약초와 여자에게 좋은 약초가 다르기 때문. 이 정도는 돼야 제대로 된 보양식 한 상 아니겠나.

각종 산나물부터 돼지불고기, 된장찌개, 돌솥밥 등 푸짐한 상차림의 약초밥상은 기본. 샤브샤브 형식의 약초쟁반 또한 놓쳐선 안 된다. 풍성하게 담아낸 버섯, 채소, 사태고기를 약초 육수와 함께하면 보약이 따로 없다. 식사를 마치고 3층에 마련된 손수 우려낸 차로 마무리하면 기대 수명이 6개월 정도는 늘어난 컨디션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제대로 된 양식만큼 자리를 그럴듯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일리조는 이탈리아 음식을 맛보고 싶은 사람에게 정답이 될 선택지다. 매장은 단출한 편이어서 다인원보다는 3~4인 정도의 소모임에 적합하다. 수용 인원이 적은 만큼 도란도란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단란한 행복을 즐길 수 있다. 개방형 주방 형태로 이루어져 요리 과정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누구라도 이곳에 방문하고 나면 침이 마르게 칭찬하는 게 파스타. 기본에 충실한 근본력, 생면의 쫀쫀한 식감이 일품이다. 특히 어란 파스타인 보타르가, 트러플 크림 파스타인 타르투포는 일리조의 시그니처. 정통 파스타가 익숙하지 않다면 간이 다소 짤 수 있으니 되도록 와인을 곁들이도록 하자.

문을 여는 순간 홍콩 영화의 미장센이 반기는 곳. 외부 전경부터 조명, 가구, 식기에 이르기까지 본 적 없는 색다른 연출로 특별한 시간을 선사한다. 50여 개에 이르는 홀 테이블이 구비된 널찍한 공간임에 비해 소란스럽지 않은 편. 더 조용한 시간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룸 또한 준비돼 있다.

겉치레만 번지르르한 곳이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거지닭, 구수계, 타초어, 진미가지 등 이름도 생소한 완성도 높은 메뉴가 한가득. 웬만하면 초면인 음식이 많을 테니 미리 알아 보고 가는 게 여러모로 편하다. 다소 높은 가격대가 흠이라면 흠이기에, 푸드 파이팅하러 갔다간 파산을 면치 못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주류 관련 행사나 마작 클래스처럼 흥미가 동할 법한 이벤트도 자주 열린다.

각 잡고 만나는 모임도 있지만, 가벼운 번개 모임도 모임이다. 그리고 부담 없이 한잔하고 싶을 때 적격인 주종은 역시 맥주다. 응당 펍이라 하면 아찔하게 차가운 맥주를 떠올리겠지만, 이곳에는 그 정도로 낮은 온도의 맥주는 판매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쉬워하지 말자. 런던에서 직접 배운 양조 기술로 만든 영국 전통 캐스크 에일의 풍미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매장 지하에 양조장을 두고 직접 맥주를 생산하니 그 맛은 말해 뭐 해. 국내에서 찾기 힘든 맛의 깊이와 다채로운 라인업으로 맥덕 사이에선 이미 성지가 되었다. 수제 맥주 특성상 조금 비싸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영국 가는 비행깃값 아낀다고 생각하면 사실상 극강의 가성비다. 피자, 치킨부터 피쉬 앤 칩스, 코티지 파이 등 영국 내음을 풍기는 다양한 안주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다. 

사람이 많으면 많아질 수록 접선지의 지리적 위치가 중요해진다. 그럴 때마다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곳, 강남. 부정할 수 없는 교통의 요충지지만, 풍요 속의 빈곤인 건지 적당한 식당을 찾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대려도는 여러모로 국밥 같은 선택이다. 편리한 교통, 여유로운 주차 공간, 넉넉한 수용 인원, 높은 음식 퀄리티까지. 이 정도면 예식장으로 선택해도 될 수준이다.

지역의 터줏대감답게 중식당의 기본인 짜장과 짬뽕이 일단 훌륭하다. 바삭함이 제대로 살아 있는 탕수육 또한 안 먹으면 아쉬운 메뉴. 더 좋은 건 폭넓은 선택지의 코스 요리다. 점심 기준 3만 원대부터 시작해 강남 물가를 생각하면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다.

이름값 제대로 하는 식당이라고나 할까?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계절 메뉴, 통창으로 품어내는 시간의 풍취가 어우러진 그야말로 계절 같은 공간이다. 다소 허름한 건물에 자리한 탓에 발걸음이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지만, 들어서면 깔끔하게 꾸며낸 백색의 공간이 펼쳐진다. 비즈니스 미팅이나 대관 회식을 하기에도 좋을 분위기.

단순 시즌 메뉴에서 그치는 게 아닌 제철 재료로 만든 퓨전 음식을 선보인다는 점이 킥. 이번 겨울에는 통영 굴과 모시조개, 아귀, 고사리 등 모진 한해를 견디며 풍미를 끌어올린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가 준비된다. 같은 건물의 와인숍인 비노누아에서 와인 구매 시 콜키지가 무료이니 참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