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베이징올림픽에서 9전 전승으로 사상 첫 금메달을 거머쥐며 새 역사를 썼다. 이는 곧 한국 야구의 부흥으로 이어졌다. 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부상하게 된 계기다. KBO도 마찬가지. 여전히 프로야구의 인기는 높다. 2016시즌 리그 최초로 800만 관중을 돌파했고, 2019시즌 KBO리그의 목표 관중 역시 878만 명이다. 4년 연속 800만 명 관중 돌파에 도전한다.
하지만 프로야구 800만 관중시대에 적신호가 켜졌다. 잇따른 흥행 악재에 관중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 분명한 위기다. 프로야구계의 끊이질 않는 사건·사고로 인해 팬들이 실망했고, 꽃샘추위와 미세먼지 등으로 발길이 뜸해졌다. 인기 구단들의 부진으로 인한 성적 양극화 현상도 뚜렷하다. 팬들의 외면을 주시해야 한다.
야구판을 뒤흔든 도박·음주운전·감독 막말 논란
한국 야구대표팀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금의환향은 없었다. 선동열 전 감독의 선수 선발 과정, 병역 특혜 논란으로 홍역을 앓았다. 선 전 감독은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결국 자진 사퇴를 했다. ‘아시안게임 사태’ 이전에도 성추문 파문, 뒷돈 트레이드 파동, 음주운전 등으로 혹독한 시즌을 보냈다.
팬들의 신뢰도 잃었다. 2018시즌 최종 관중 수는 807만 3742명으로 전년 대비 4% 감소했다. 2013시즌 이후 5년 만에 관중 수가 줄어들었다.
2019시즌 KBO는 ‘혁신’을 외쳤지만,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지난 2월 새 시즌을 대비하기 위한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논란이 일어났다. 선수들의 카지노 방문으로 도박 논란에 휩싸였다. 3월에는 구단 직원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실이 밝혀졌고, 4월 선수의 음주운전 사고 은폐 등으로 ‘클린 베이스볼’ 실현은 점점 멀어져 갔다.
이례적으로 양 팀 감독간의 충돌로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감독의 막말 논란도 있었다.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행동이었다. 해당 감독은 벌금 200만 원 징계를 받았다.
때아닌 4월의 꽃샘추위 때문이었을까
KBO는 시즌 개막 전 미세먼지 경기 취소 관련 규정을 보완했다. 미세먼지 경보(초미세먼지 150μg/m³이상 또는 미세먼지 300μg/m³이상이 2시간 이상 지속인 때)가 발령됐을 경우 뿐만 아니라 경보 발령 기준 농도를 초과한 경우 해당 경기운영위원이 경기 취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했다. 경기 개시 후에는 경보가 발령됐을 경우 심판위원 판단에 따라 경기 취소 여부가 결정된다. 다행히 미세먼지 수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대신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때 아닌 4월의 꽃샘추위가 리그 관중 감소에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 각 구단에서도 “날씨가 풀리면 나아질 것이다”고 했다. 그러나 4월 11일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돔구장인 고척스카이돔에 1,158명이 찾았다. 2016년 이후 고척에서의 한 경기 최소 관중 수였다. 프로야구 관중 수 감소 원인으로 날씨를 꼽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같은 환경적 조건을 갖춘 프로축구 관중 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5강 5약’의 성적 양극화
야구장 나들이하기에 좋은 5월에도 빈 좌석이 눈에 보인다. 5월 5일 어린이날에도 경기가 열린 5개 구장 중 2개 구장만이 매진을 기록했다. 날씨는 풀렸다. ‘5강 5약’의 성적 양극화에 발목이 잡혔다. 인기 구단들의 성적 부진으로 직격타를 입었다. 각 감독들은 ‘5강 5약’ 구도에 대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다.
일명 ‘엘롯기’라 불리는 인기 구단은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다. LG를 제외한 롯데와 KIA가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다. 투수력에서 밀리면서 좀처럼 순위 경쟁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엘롯기’의 원정 응원 열기는 대단하다. 팀 성적 부진에 팬들의 마음도 식었다. 지난해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한화 이글스도 주춤하고 있다. 관중이 감소한 이유다.
실제로 NC 다이노스가 최신식 구장 창원 NC파크로 관중 몰이에 성공했다. ‘이적생’ 양의지 영입도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덕분에 NC는 올 시즌 서울 잠실구장이 홈인 두산 베어스, LG 그리고 인천 SK와 관중 수 부문에서 상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반면 KIA와 KT 위즈의 관중 감소세가 도드라진다. 두산과 SK도 전년 대비 10% 이상 줄었다. NC가 아니었다면 리그 관중 감소폭은 더 컸다. 벌써부터 명확해진 경쟁 구도를 깨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 800만 관중 돌파가 달려있다.
프로야구에는 진짜 ‘프로’의 자세가 필요하다
팬이 없으면 프로 스포츠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먼저 리그 구성원은 진정한 프로 및 공인의 자세를 갖춰야 한다. 이는 신인 선수들이 교육을 받는 기본적인 내용이다. 모범이 돼야 할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팬들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유독 야구 종목에서 ‘팬서비스 논란’이 크다. 선수들의 인식 변화가 요구된다.
새로운 흥행 카드도 필요하다. 리그 최고의 흥행 카드는 ‘어린이날’ 빅매치다. 올 시즌 LG와 두산(잠실), KT와 한화(대전)전 매진을 기록했지만 나머지 3경기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빅매치다운 빅매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규시즌은 길다. 팬들은 하위권 팀들의 반란을 기다리고 있다. 이는 마운드 안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동시에 구단에서는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비단 올 시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800만 관중시대 붕괴 우려 속에 중장기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