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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라 콜린스 인터뷰, 전 세계 최초 개인전을 한국에서 연 이유
2025-08-29T14:49:54+09:00
페트라 콜린스 인터뷰

대림미술관 ‘페트라 콜린스: Fangirl’ 전시 관람 전 필독.

젠지 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예술 트렌드를 이끄는 작가, 페트라 콜린스(Petra Collins)의 개인전 <페트라 콜린스: Fangirl>이 8월 29일 막을 올렸다. 이번 개인전은 대림미술관이 30주년을 기념해 ‘대림만이 할 수 있는 전시’로서 준비한 전시. 16살 때부터 자신만의 언어와 스타일을 확고하게 구축해 온 페트라 콜린스를 초청한 건,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면서도 최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임볼든이 직접 전시 현장을 방문해 페트라 콜린스와의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소녀를 찍는 사진작가’로 대표되는 작가여서일까? 커리어를 시작한 지 십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는 밝고 명랑한, 여지없는 소녀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셀럽이 사랑한 아티스트, 페트라 콜린스 인터뷰

페트라 콜린스 인터뷰

한국에 와서 가장 먼저 무엇을 했나.

도착한 게 새벽 3시여서 뭘 하진 못했다. (웃음) 조금 자고 일어나서 바로 한식을 먹었다. 배도 너무 고프고, 조금 기다려야 했지만 꼭 먹고 싶었다. 전복죽, 불고기, 생선구이, 김치 등 여러 음식을 맛있게 즐겼다.

이번 방문 때 찍은 사진이 있나.

솔직히 말하면 내 카메라에는 음식 사진이 정말 많다. 소금빵, 과일 찹쌀떡, 삼계탕, 들기름 막국수… 귀여운 인형 사진도 많이 찍었다. 사진 않았지만. (웃음)

서울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게 된 계기나 이유는 무엇인가.

서울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도시이고, 많은 작품이 탄생한 공간이기도 하다. 작업 전반을 다루는 개인전은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지금이 내 인생에서 전시를 하기에 가장 완벽한 시기라고 느꼈는데, 좋은 기회가 생겨 이곳에서 첫 번째 미술관 개인 전시를 열게 되었다.

페트라 콜린스 대림미술관 <Fangirl> 전시 전경

초기부터 현재까지의 아카이브 전체를 다루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작업물 전반을 돌아보면서 감회가 새로웠을 것 같다.

비현실적인 시간이었다. 작품을 만들 때 당시의 감정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아주 강렬하면서 아름다운 그런 감정들. 2층부터 4층까지 시간 순으로 전개되는 작업의 흐름과 변화를 보는 건 나에게 있어서도 흥미로우면서 인상 깊은 경험이었다. 각각의 작품은 모두 개인적인 기억과 지점을 품고 있어서,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거의 16년 동안 작업을 해왔는데, 첫 작품을 만들었을 때의 내가 소녀였다면 이제는 여성이 되었다. 모든 작품이 시간으로 연결돼 있다는 건 축복이다.

특별한 기억을 담고 있거나 에피소드가 있는 작품이 있다면.

바로 맞은편의 마스크 작품이다. 그때 당시 어떻게 기존의 것이 아닌 새로운 작업 방식, 새로운 스타일을 창출해 낼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마치 새로 태어나는 것과 같은 시기였기에 의미가 깊은 시리즈다. 작업 과정도 강렬했다. 몸 전체를 몰드로 만들었는데, 관찰자의 시선으로 내 몸을 보는 독특한 경험이었다. 

여동생과 함께 욕조에 있는 작품은 꽤 어두운 곳에서 촬영했는데, 그래서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느낌을 자아낸다. 배우 알렉사 데미와 함께 한 <Fairy Tales> 시리즈도 특별하다. 어릴 때 들었던 여러 동화 내용을 바탕으로, 마법과도 같은 세상을 그려낼 수 있었다.

페트라 콜린스 대림미술관 <Fangirl> 전시 전경

협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컬래버레이션을 하는 기준이 있나.

자신의 영역이 확고하고, 본인만의 세계를 가진 크리에이터와의 작업을 흥미롭게 생각한다. 그들의 작업과 세계로 들어가보는 것, 그들이 가진 비전, 창조성을 함께 녹여내는 작업을 좋아한다. 협업을 통해 새로움을 창출하는 순간은 언제나 즐겁다.

개성이 강한 셀럽과 작업을 진행하면 조율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사진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늘 감독의 시선으로 이미지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고, 당시 내게 작업은 놀이와 다름없었다. 그래서 협업을 할 때는 상대방을 나의 세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느낌이 강하다. 덕분에 스타일을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협업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다시 나의 세계로 돌아간다. 혼자 작업을 할 때도 내가 지금 무엇을 창조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몰입한다. 결국 협업이든 개인 작업이든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중요한 건 늘 즐겁고 유기적인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다.

페트라 콜린스 대림미술관 <Fangirl> 전시 전경

이번 전시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핵심적인 메시지가 있다면.

예술은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경험하면 된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다. 중요한 건 내가 정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어리고 가진 게 하나도 없던 시절, 그림을 그릴 돈조차 없을 때 나는 나만의 공간을 예술로 만들었다. 예술을 두려움으로 느꼈던 어린 소녀가 무언가를 창조해 냈듯, 예술이 얼마나 다양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 사람들이 알게 되길 바란다.

가장 아끼는 작품이 있나.

모든 작업에 열과 성을 다했기에 선택하기 어렵지만, 굳이 꼽자면 초기작을 고르고 싶다. 대림미술관처럼 좋은 공간에 초기작을 전시하는 게 이번이 처음이라 설레기도 하고. <Teenage Gaze> 시리즈와 <24 Hours Psycho>와 같은 초기작은 커다란 감정을 자아낸다.

페트라 콜린스 대림미술관 <Fangirl> 전시 전경

주된 작업의 대상이 소녀인 이유는 무엇인가.

사진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아직 십 대였지만, 전형적인 십 대의 삶을 살지는 못했다. 늘 일하느라 바빴기에 또래가 누리는 아름다움이나 향수 같은 것들을 경험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작업에는 오히려 그 세계가 더욱 강렬하게 투영된 것 같다. 직접 누리지 못한 세상을 사진으로 만들어내고 싶었던 거다.

전시장 1층의 초기 작업이 그 증거다. 사진 속 십 대의 세계는 영화처럼 낭만적으로 묘사돼 있다. 그것이 작업의 출발점이 되었고, 이후 성인이 되고 나서는 여성성을 탐구하는 작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지금은 그 강도가 조금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내 안에서 중요한 동기로 남아 있고 작업 전반에 깊이 녹아 있다.

영감의 원천이 되는 존재가 있는지.

여동생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는다. 여동생이 하는 꿈 얘기를 듣고 작품의 아이디어를 떠올린다든지 하는 식으로. 영화도 굉장히 좋아한다. 최근에는 많이 못 봤지만, 밤마다 1950년대 누아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영감을 얻기도 했다.

페트라 콜린스 대림미술관 <Fangirl> 전시 전경

계획하고 있는 다음 스텝이 있다면.

전시와 동일하게 ‘Fangirl’이라는 주제로 한 책이 4월에 나올 예정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해보고 싶었던 장기 프로젝트가 하나 있는데, 아직 말할 수는 없지만 굉장히 기대된다. 사실 뭐든 될 수 있다. 나중에 록스타가 될 수도 있는 거고.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