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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라 콜린스, 경계를 넘나드는 시대의 감각
2025-09-08T09:05:57+09:00
페트라 콜린스 전시

블랙핑크, 뉴진스 픽 포토그래퍼의 개인전이 열린다.

사진작가 페트라 콜린스(Petra Collins)가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국내 최초 개인전 <페트라 콜린스: fangirl>로 한국을 찾는다. 페트라 콜린스의 이름이 낯설다면, 익숙할 법한 몇몇 인물을 함께 언급하겠다. 블랙핑크, 뉴진스, 올리비아 로드리고, 빌리 아일리시, 셀레나 고메즈. 모두 그와 작업한 셀럽이다. 예술과 커머셜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MZ 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이 시대가 사랑하는 아티스트의 대표 격으로 소개할 수 있겠다.

블랙핑크 뉴진스 페트라 콜린스 화보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신인 페트라 콜린스는 서너 살 때부터 발레를 시작해 줄곧 춤추는 삶을 꿈꿨다. 그러던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 건 더 이상 발레를 할 수 없을 정도의 부상이었다. 15살의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엔 너무도 고통스러운 일이었지만, 머지않아 콜린스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작업이라기보다 놀이에 가까운 행위였다. 어릴 때부터 글보다 그림이 익숙했고, 어떤 방식으로든 표출해야 했던 그에게 사진은 알맞은 창작법이었다.

틴에이지 걸 잡지 <루키>와의 작업으로 첫 커리어를 시작한 이후 페트라 콜린스는 삽시간에 스타 포토그래퍼로 발돋움했다. 그가 당시를 회상하기를 “그냥 계속했어요. 이상하게도 거의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예요. 사람들이 계속 저와 함께 일하고 싶다고 요청했거든요.”라고 표현할 정도로. 35mm 필름 카메라를 활용한 파스텔 색조와 소프트 포커스, 초현실적 조명으로 자아내는 몽환적인 사진 스타일은 기존의 감각과는 확연히 다른 지점이 있었다.

페트라 콜린스 구찌 작업

페트라 콜린스의 영역은 미술관에 국한되지 않는다. 애플, 구찌, 나이키, 젠틀몬스터 등 글로벌 브랜드의 무수한 러브콜을 받으며 전개한 여러 상업적 프로젝트에서도 그의 창작물은 빛을 발한다. 2013년 아메리칸 어패럴(American Apparel)과의 협업은 국제적인 찬사와 논란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며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부분이 쉬쉬하는 여성의 신체와 성적 욕구를 노골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콜린스는 여성, 그중에서도 소녀를 주요 피사체로 삼아 작품 활동을 펼친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 시시각각 변화하는 순간 속에서 소녀가 느끼는 강렬한 불안은 페트라 콜린스 작품의 중심이 된다. 이는 그가 10대 때 강하게 감각했던 감정이자 경험에서 시작됐다. 새로움과 변화, 언제든지 사라져 버릴 듯한 청춘 같은 것들.

페트라 콜린스 The Teenage Gaze, Footsteps in Highschool
Petra Collins, The Teenage Gaze, Footsteps in Highschool, 2010-2015

지극히도 개인적인 작업을 이어가는 작가인 만큼, 초기부터 지금까지 페트라 콜린스가 작업한 모든 결과물에는 스스로가 투영되어 있다. 활동을 시작한 지 벌써 십수 년이 된 그이기에, 작품도 이전과는 달라진 점이 분명히 있을 터. 그렇기에 그의 아카이브를 따라가는 일은 시간과 경험을 양분 삼아 성장하고 변화해 온 한 사람의 삶을 반추하는 것과 다름없다. 작가 본인 또한 오래된 작품과 새로운 작품을 함께 살펴보고, 세상과 자신의 인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아가는 게 흥미롭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페트라 콜린스: fangirl> 전시가 유의미한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독학으로 처음 사진을 시작한 10대 시절의 초기작부터, 사진을 넘어 영상, 설치, 패션 등 방대한 영역을 넘나들며 활약 중인 현재까지 한자리에 총망라했기 때문. 대림미술관 전 층을 활용한 전시 공간에는 총 500여 점에 이르는 페트라 콜린스의 총체적인 예술 세계가 소개된다.

페트라 콜린스 Fairy Tales, Realization
Petra Collins, Fairy Tales, Realization, 2020-2021

아날로그와 디지털, 감성과 시선, 정체성과 감정의 경계를 자유로이 오가는 그의 행보와 작품에서, 우리는 오늘날의 ‘멀티 크리에이터’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엿볼 수 있을 것. 30주년을 맞아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아티스트를 초대해 예술적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 대림미술관의 이번 전시는 8월 29일부터 12월 31일까지 열린다. 가격은 무료.

전시 방문 전 읽으면 좋을 콘텐츠가 있다. 임볼든이 페트라 콜린스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페트라 콜린스: fangirl>

장소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4길 21 대림미술관
기간 | 8월 29일 ~ 12월 31일
가격 |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