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진출 임박? 요즘 핫한 편집숍 KITH

미국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키스(Kith)가 한국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옷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브랜드다. ‘컬래버의 왕’으로 불리며, 세계 각지에서 온 고객들이 매장 앞에 줄을 서게 만드는 브랜드. 이런 키스가 한섬과 독점 유통 계약을 맺고, 내년 상반기 서울 성수동에 국내 1호 매장을 선보인다고. 키스 매장 오픈에 앞서, 키스에 대해 알아야 할 다섯 가지를 정리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편집숍 중 하나. 미국, 파리, 일본 등을 방문할 때 꼭 들러야 하는 ‘패션 성지’로 불린다. Kith라는 이름은 스코틀랜드 언어에서 가져왔다. Kith and Kin, ‘가족과 친구들’이라는 뜻으로, 운동화와 스트리트 패션을 사랑하는 모두를 가족처럼 여긴다는 의미다.

키스 자체 레이블은 물론, 나이키, 아디다스 등 다른 브랜드의 의류와 신발, 액세서리 등 모든 제품군을 판매한다. 까다로운 기준으로 엄선된 브랜드만 키스 매장에 자리 잡을 수 있는 건 물론이다. 매장은 전 세계를 통틀어 15개. 이 가운데 12개는 미국에 있고, 영국과 프랑스, 일본에 각각 하나씩 있다. 서울 성수동 매장이 오픈한다면 4번째 글로벌 매장이자, 아시아 2호 매장이 되는 것.

키스를 만든 건 뉴욕 출신의 1982년생, 로니 피그(Ronnie Fieg)다. 어린 시절 삼촌의 신발 가게 David Z에서 일하면서 패션 산업에 처음 발을 내디딘 로니. 가게를 찾은 사람들에게 신발을 추천하며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했고, 판매 추이를 보며 트렌드 읽는 감각을 기르는 등 패션 산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쌓았다.

그의 이름이 알려지게 된 데는 아식스와의 인연이 컸다. 그가 어린 시절 편하게 신던 아식스의 젤 라이트를 가게에 들여와 판매했는데, 이 신발이 말 그대로 대박이 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아식스와의 컬래버레이션 제품까지 출시하며 업계에서 입소문이 났고, 로니 피그는 스니커즈 씬의 핫 루키로 떠오른다.

마침 기회가 찾아왔다. 뉴욕 편집숍 아트리움의 대표에게서 연락이 온 것. 아트리움의 신발 섹션을 맡아달라는 제안이었다. 이에 로니는 만족하지 않고, ‘내 브랜드를 열고 싶다’며 역제안했다. 당돌함이 통했을까, 2011년 ATRIUM + KITH라는 이름의 매장이 오픈했고, 이것이 키스의 시작이었다.

바야흐로 컬래버레이션의 시대. 지금이야 질린다 할 정도로 온 세상이 협업을 쏟아내고 있지만, 10여 년 전 당시엔 협업이 흔치 않았다. 생소했던 협업 개념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리며 지금의 컬래버 전성시대를 이끈 브랜드가 바로 키스. 12년간 협업한 브랜드만 100개 이상일 정도다.

키스의 컬래버레이션은 해당 브랜드의 특징을 잘 살리면서도 키스 자신만의 색채를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키스와 협업을 진행한 브랜드는 그 범위를 넘나든다. 베르사체, 타미 힐피거 같은 패션 브랜드는 물론, 바비, 농구 구단 뉴욕 닉스와 같은 브랜드와도 함께했다. 협업은 자동차 브랜드로 이어져 BMW에 키스 디자인을 넣기도 했다.

참고로 작년 온라인 추첨 구매 방식으로 출시된 BMW M4 컴페티션 x Kith 드로우의 경쟁률은 6,060대 1. 4대의 자동차를 구매하기 위해 2만 4,240명이 응모에 뛰어든 셈이다. 

지갑 사정이 여의찮다 해도 너무 아쉬워 말자. 키스가 판매하고자 하는 건 물건이 아니라 키스가 제공하는 브랜딩, ‘느낌적인 느낌’이니까. 

요즘 고객은 옷이 부족하지 않아요. 옷을 사는 이유는 ‘감정’ 때문이죠. 우리는 어떤 감정의 일부가 되기 위해 직접 만질 수 있고, 물리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물건을 구매해요. 그 느낌은 긍정적이어야 하죠.

로니 피그, 2019년 풋웨어뉴스

키스의 옷만큼이나 시선을 끄는 건 바로 옷을 파는 공간이다. 마치 미술관 같은 독특하고 우아한 도쿄 매장은 건축 스튜디오 스나키텍처와 공동으로 디자인한 것. 같은 나이키 신발을 사더라도 키스에서 사면 더 세련된 느낌을 받게 했다. 공간이 전하는 분위기를 경험하고, 스트리트 패션 및 스니커즈의 최신 정보를 얻어가는 게 물건 구매보다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공간 연출에는 지역 특성을 반영하기도 한다. 대리석 벤치, 화려한 안뜰, 유럽풍 문과 계단으로 화려한 느낌을 주는 파리 플래그십 스토어를 보자. 이곳에서는 파리 익스클루시브 라인을 구매할 수 있음은 물론, 미국에서 건너온 레스토랑 Sadelle’s의 아메리칸 스타일 브런치도 경험할 수 있다. 콧대 높은 파리지앵에게 선보이는 아메리칸 브런치라니, 가보고 싶지 않은가.

키스는 매장에 방문했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키스 트릿츠(Kith Treats)를 론칭했다. 시리얼, 아이스크림, 밀크셰이크 등 디저트를 파는 가게로, 옷 대신 시리얼로 키스라는 브랜드를 즐길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10달러만 있어도 살 게 있는 편집숍. 힙스터만 갈 수 있는 곳이 아닌, 모든 사람이 가서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느껴진다.

물론 여기에도 컬래버레이션이 있다. 키스 트릿츠에서 사용하는 숟가락부터 그릇, 컵과 같은 아이템은 모두 키스의 컬래버레이션 제품으로 출시한다. NFL 선수, 래퍼, 패션디자이너 등 유명인이 고안한 레시피의 스페셜 메뉴가 있으니, 빈손으로 돌아가는 아쉬운 마음을 달콤한 디저트로 달래보는 게 어떠할지. 참고로 일본 키스 트릿츠의 가격은 아이스크림 900엔, 밀크셰이크 1,000엔이다.

내년 상반기로 다가온 키스 서울 오픈. 아득히 멀게만 느껴진다면 직구도 하나의 방법이다. 한국까지 직배송이 가능하니 문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