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엔딩’이 차트 100위 권 안에 진입을 알렸고, 봄이 왔다. 나부끼는 꽃잎 탓인지, 마음 간질이는 바람 탓인지, 꿈틀대는 물욕을 주체할 길 없는 요즘, 그럴 땐 참지 말고 지르는 게 진리. 봄처럼 찰나의 계절 같은 우리네 인생이고, 티끌은 모아봤자 티끌이라는 명언도 있지 않던가. 이런 합리화 곱씹으며 시간 끌지 말고, 꽃샘추위라는 명분을 줄 테니 멋스러운 간절기 카디건 어서 빨리 하나 장만하자.
로고빨이 생명인 브랜드 중 하나인 아미 파리스. 잔망스러운 하트, 가슴팍에 떡 하니 올라앉은 이 카디건은 엑스트라 파인 메리노 울 100%를 사용한 촉감 좋은 아이템. 브이넥이니까 남방 하나 빼꼼 보이게 받쳐 입으면 일교차 큰 날씨에도 보온성과 멋, 둘 다를 만족시키기 충분하다. 한낮에는 소매 자연스럽게 쓱쓱 걷어 올려 섹시한 힘줄 좀 드러내 보심이.
반사판 얼굴에 댄 듯 뽀얀 카디건 하나 입어주면, 출근길을 봄나들이로 만들어 줄 거 같은 이 카디건은 스톤 아일랜드 제품이다. 카라, 소매, 밑단은 골지 패턴과 암홀 부분 디테일을 추가해 밋밋하지 않은 실루엣을 완성한다. 시그니처 스톤 아일랜드 배지를 견장처럼 당신의 두툼한 왼쪽 팔뚝에 배치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코튼 100%로 이탈리아에서 제작됐고, 여밈은 지퍼를 적용했다.
클래식한 디자인이 눈길을 끄는 이 제품은 단추를 풀었을 때 더 빛을 발한다. 여밈 부분에 들어간 흰색 라인이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해 주니까. 아울러 전면 하단 부분에 적용된 슬래시 포켓이 캐주얼한 무드를 북돋아 주는 중이다. 남녀 공용 핏으로 제작됐고, 하필 색상은 두 종류로 구성됐으니 사랑하는 누군가와 커플 카디건으로 활용해도 훌륭할 듯.
여전히 톰 브라운의 이 상주 에디션 같은 스트라이프 패턴이 어색한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이쯤 되면 눈에 익을 만큼 익을 때도 됐다. 그렇지 않아도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카디건이라는 카테고리를 생각해본다면, 톰 브라운 4-바 밀라노 스티치 카디건은 확고한 개성으로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제품이기도. 시그니처 그로그랭의 디테일 또한 절대 허투루 만들지 않았다.
콘트라스트 트리밍의 디테일이 빛나는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제품. 넉넉한 소매와 전면으로 배치한 두 개의 패치 포켓이 여유 있는 핏과 디자인을 표현한다. 전면의 버튼은 네이비 컬러의 라인을 따라 금색으로 포인트를 더한다. 면 100%로 원단 재질 또한 고급스럽고 마감의 디테일도 상당하다. 물론 그만한 가격의 압박은 덤.
‘남자는 핑크지’라는 한마디와 함께 꼭 마동석 같은 친구에게 선물하고픈 아크네 스튜디오의 가디건 스웨터. 물론 여러 컬러가 있지만,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블러시 핑크의 색감이 킬포인트다. 아직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한 요즘, 적당히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매력으로 넘쳐난다. 특히 상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페이스 로고의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디자인을 발견할 수 있는데, 옷을 입은 사람도, 그 사람을 보는 사람도 모두 웃게 만든다.
지난해 세일로 한 차례 구매 폭풍이 이어졌던 메종 마르지엘라의 엘보 패치 맨투맨에 조금 질렸다면, 이제 그 바통을 카디건으로 넘겨줄 때다. 울 혼방 소재의 V넥 스타일 카디건으로, 역시 이번에도 스웨이드 소재의 엘보 패치가 들어가 스탠다드한 감각으로 어디에나 쉽게 매칭할 수 있다. 사이즈는 살짝 여유 있는 세미 오버핏이며 마감도 깔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