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잔소리에 기껏 좋은 대학 갔더니, 다음에는 좋은 회사 취직하라 하고. 회사를 들어갔더니 이제는 결혼하라 하고. 결혼했더니 애는 언제 낳냐 하고. 온 가족이 모여 정을 나누는 민족의 명절이라는데, 친지들은 왜 하나같이 정 대신 잔소리만 내내 나누시는지 알 턱이 없다. 이럴 때는 역시 적당한 핑곗거리를 만들어 잠시 피신하는 게 상책이다. 아, 피해서 어디로 가냐고? 아래로 가면 된다.
야수파 최고의 걸작 앙드레 드렝의 ‘빅 벤’을 직관할 할 기회가 이제 며칠이면 사라져버린다. 서울 광화문 세종미술관에서 지난 6월 개막한 ‘혁명, 그 위대한 고통 20세기 현대미술의 혁명가들-야수파 걸작전’이 오는 15일 일요일이면 막을 내린다. 아직 방문하지 못했다면 추석 연휴, 주말이 다 가기 전에 쏜살같이 다녀오길.
20세기 초 색채의 혁명과 형태의 혁명을 불러온 야수파와 입체파를 선보이는 전시로, 회화, 사진, 조각, 영상 등 총 140여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작품들은 프랑스 트루아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이며 국내 최초 전시라는 점도 그냥 지나치긴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이유. 야수파의 창시자 ‘앙리 마티스’와 입체파의 창시자인 ‘파블로 피카소’ 등 거장들의 작품을 한국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았으니 놓치고 후회하지 말자.
강북구, 강남구, 강서구, 종로구, 성북구, 동작구. 서울은 다양한 지명만큼이나 가지각색의 삶을 품고 있는 도시다. 뮤지컬 빨래는 서울의 달동네 그 속의 삶을 비추고 노래하는 공연이다. 비정규직 서점 직원, 공장에서 일하는 몽골 이주 노동자, 다달이 들어온 월세로 아픈 딸을 돌보는 집주인 등 실제 서울에서 얼마든지 볼 법한 서민들의 퍽퍽한 삶을 그렸다.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 인정받은 창작 뮤지컬 빨래는 대학로의 전설이라 불린다. 2005년 1차 프로덕션을 시작으로 2019년 올해 23차 프로덕션을 맞았다. 개성만점 캐릭터들의 생생한 연기와 가창력, 탄탄한 스토리는 기본, 감질나는 배우들의 케미야말로 뮤지컬 빨래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 포인트다.
한국민속촌이 꿀잼 보장 핫플레이스로 바뀐 지도 꽤 오래됐다. 하지만 아직도 그 옛날 초가집 몇 채 둘러보고 발길을 돌렸던 민속촌으로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번 추석이 바로 그 인식을 바꿀 적기다. 게다가 민속촌이라는 속성 덕분에 이곳은 오히려 명절 같은 연휴에 가장 즐길 거리가 많다. 올해도 ‘추석이 왔어요’라는 이름으로 송편 빚기, 바가지 긁기 같은 버라이어티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이벤트는 추석 연휴인 9월 12일부터 15일까지다.
벌써 10주년을 맞이하며 올해도 성황리에 공연을 갈무리한 창작뮤지컬 ‘영웅’. 특히 최근 일본과의 무역 갈등 문제 때문에 뮤지컬 자체는 더욱 극적인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에는 윤봉길 의사의 생애를 다룬 뮤지컬 ‘워치’가 막을 올린다. 제목만 보면 선뜻 짐작이 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워치’는 거사 직전 윤봉길이 “이제 나는 한 시간 밖에 소용이 없습니다”라며 김구와 자신의 시계를 맞바꾼 일화에서 차용한 타이틀이다. 공연은 9월 10일부터 15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열린다. 서울에서는 정확히 추석 기간에만 볼 수 있는 셈.
9월 7일부터 10월 31일까지 진행되는 ‘2019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어떤가. 짝수 해에만 개최되는 ‘광주비엔날레’의 자리를 대신하는 이 행사는 올해 ‘휴머니티(HUMANITY)’를 주제로 열린다. 휴머니타라는 주제에 걸맞게 지속 가능한 사회와 인류 공동체를 위한 디자인 비전을 제시하며, 50개국 1130여 점이 전시돼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할 예정. 휴무일이 없어 연휴 기간 중 언제라도 방문 가능하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고, 5시 입장을 마감하니 여유롭게 시간을 두고 둘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