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맥’의 계절이 돌아왔다. 널브러진 캔과 오가는 고성, 주사와 객기의 컬래버로 눈살 찌푸리게 만들지 않는다면 아름다운 풍광을 안주 삼아 이 청량한 계절을 온몸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노상 아니겠나.
‘알쓰’ 운전자, 쓰레기 수거용 봉지, 만취하지 않을 다짐 등 ‘길맥’을 위한 완벽 준비를 마쳤다면 우리가 지금 내디딜 수 있는 가장 먼 곳, 제주도 ‘길맥’ 맛집 목록을 정독하자. 아끼고 아끼는 터, 꺼내기 주저하는 현지인이 마음 넉넉하게 먹고 좌표까지 적어줬으니 내비게이션에 리스트업을 서두를 것.
서귀포시 남원읍
아릿한 첫사랑의 말로를 보여준 영화 ‘건축학개론’ 한가인 집이 있는 서귀포시 남원. 카페인 당길 땐, 남원 바다를 앞에 둔 카페에 가면 되고 알코올이 부를 땐 여기에 자리를 틀면 된다. 제주 올레길 4코스에 위치한 이곳은 코로나 방역수칙에 위배되지 않는 선, 4인까지 착석할 수 있다.
아빠 다리 필요 없는 의자는 물론 한정식 한 상 차림 펼쳐도 무방할 큰 테이블도 함께 구비되어 있으니, 간단한 안주를 펼쳐 놓기에도 좋다. 다만 가림막이 없어 한낮 열기를 온전히 받아 ‘엉따’ 기능이 장착되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것. 고로 뜨거웠던 오늘의 기억을 몰아내는 석양이 드리우는 시간을 추천한다.
- 좌표: 그리울땐제주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태신해안로 271)
서귀포시 남원읍
신선놀음에는 정자만 한 게 없으니, 뭍에서 지고 온 묵직한 몸과 마음은 여기에 누이자. 위 장소에서 차로는 10분 미만, 걸어서는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만약 그곳이 만석이라면, 과감히 핸들을 돌려 ‘등대멍’ 할 수 있는 이 정자로 건너오시길.
정수리 지킴이 지붕을 머리 위에 두고 햇볕을 피해 시원한 풍경 위에 시선을 얹자. 눈에 스미는 탁 트인 시야와 골이 띵하도록 차가운 맥주 한 캔은 ‘애미 애비’ 못 알아보는 낮술의 위엄을 발휘할 수 있으니 적당량만 붓기로 약속.
- 좌표: 설빙 소울빌리지점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남태해안로 259)
제주시 오라로10길 6
제주종합경기장 벚꽃길을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곳. 436 버스가 지나는 ‘오라동 주민센터’ 정류장 바로 앞이다. 이곳의 가장 큰 메리트는 생활권에 있어 굳이 차에 시동 걸지 않아도 버스를 이용해 접근성 좋게 다녀올 수 있다는 거다. 운전자에게 강제 금주령 내리는 엄벌은 너무 가혹하니까 이곳에 모여 앉아 다 같이 한잔 걸치는 것도 방법. 종합운동장 쪽에 숙소를 잡았다면, 슬슬 산책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제격이다.
- 좌표: 오라동 주민센터 (제주도 제주시 오라로10길 6 오라동주민센터)
제주시 애월읍
애월 낭만을 생각하고 갔다가 즐비한 푸드 트럭과 관광객 북적이는 한담해변에서 하루에 쓸 체력 6할 정도는 소진했다면 재빨리 자리를 뜨는 것이 상책이다. 차로 10분 떨어진 이곳에 오면 당신이 그렸던, 장필순 ‘애월 낙조’ 노래가 자동 재생되는 한산한 바다가 나온다. 혼자가 되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뒀던 시시콜콜한 사유의 시간을 갖기에도 좋다. 바다를 가깝게 마주 하고 싶다면 벤치, 그늘에 숨어 못내 자신을 감추고 싶다면 정자, 노상의 매력을 만끽하려면 바위 등 그 어디에 걸터앉든 그건 당신의 몫.
- 좌표: 애월빵공장앤카페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금성5길 42-15)
제주시 도두일동
활주로가 주는 설렘을 알고 있는 여행자라면 지나치지 못할 장소다. 제주공항 북쪽에 위치한 야트막한 오름 도두봉은 10분 남짓 언덕을 오르면 닿을 수 있다. 들인 품에 비해 가성비 훌륭한 풍광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공항을 품은 제주 구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독을 실은 비행기가 당신에게 낮보다 아름다운 밤을 선사하며, 아울러 한라산 산새도 감상할 수 있는 명소. 입소문을 타 포토존에 길게 줄이 늘어서 있는 광경을 목도할 수 있지만, 좋은 건 나누는 것이 미덕이니까.
- 좌표: 도두봉 (제주도 제주시 도두일동 산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