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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콘셉트 그래픽 아티스트 아비멜렉 아렐라노를 만나다
2023-02-21T18:29:17+09:00

이 전도유망한 콘셉트카 그래픽 아티스트는 이제 겨우 20대 초반이다.

인터넷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바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리 달갑지 않은 점도 있다. 끝없는 공유로 어떤 작가의 작품이 이름 없이 퍼져나가고, 이는 표절의 씨앗을 제공하기도 한다. 비록 작가가 알려지게 되더라도, 결국 우리가 보는 것은 문맥이 제거된 이름뿐이니까.

아비멜렉 아렐라노는 독학 자동차 그래픽 아티스트다. 조금은 낯선 이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북미 쪽 자동차 사진을 찾아본 적이 있다면, 분명 그의 작품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렐라노의 콘셉트카는 우리의 상상력을 건드린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상상한 적이 있거나, 도대체 왜 실제로 만들어지지는 않았는지 궁금해할 만한 아이디어를 현실로 펼쳐 보인다. 예를 들자면, Trans Am을 테마로 하는 폰티악 아즈텍, 랫 로드 부가티 57, 또는 1959년 캐딜락 엘도라도 가저 컨버터블 같은 것들 말이다.

우리는 아비멜렉 아렐라노의 작품이 페이스북에서 지속적으로 공유되고,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자주 마주치지만 가볍게 소비되는 것을 보고 그의 정체를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곧장 그의 연락처를 수소문했고, 몇 번의 조율을 거친 끝에 이 젊은 예술가와의 전화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물론 우선적으로는 그의 독특한 자동차 그래픽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 사람으로서의 아렐라노도 알고 싶었다.

흔히 자동차 디자이너라고 하면 사람들은 두 부류의 유형을 떠올린다. 예를 들면 매우 엄격한 엔지니어링 사양에 맞추기 위해 최신 도요타 코롤라 디자인에 열중하는 작업자나, 혹은 배트모빌처럼 매우 상징적인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조지 배리스와 같은 전설적인 커스텀카 디자이너다.

아렐라노는 이 둘 사이 어디쯤에 존재한다. 그는 상상 속의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콘셉트 그래픽 디자이너다. 그의 작업물은 자동차 마니아의 꿈에나 등장할 법한, 그리고 상상도 못할 만큼의 돈이 있어야만 현실화 시킬 수 있는 종류의 것이다.

사실 작업물만 놓고 봤을 때, 아렐라노가 사실은 독학으로 그래픽 아티스트가 되었다는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가 없었다. 그가 자동차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는 디자이너 칩 푸스의 역할이 컸다. 어린 시절 아렐라노는 ‘Overhaulin’이라는 쇼를 보며 컸고, 그 속에서 상상력만으로 꿈의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푸스의 능력에 영감을 받았다. 그리고 그 어린 아이가 자신만의 자동차를 디자인하겠다고 결심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렐라노는 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포토샵이 자신의 예술에 적합한 툴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상당히 빠르게 발견했다. 어떤 예술가는 붓을, 또 다른 이는 용접 토치로 예술혼을 불태웠지만, 아렐라노에게는 사진 편집 소프트웨어가 예술의 도구가 된 셈이다. 11살의 나이에 첫 번째 작품을 만든 아렐라노는 시간이 흐르면서 재능이 포토샵으로 구현 가능한 한계를 넘어서게 되고, 그후 블렌더나 키쇼트 같은 더 발전된 프로그램을 활용하게 된다. 아렐라노는 이를 활용해 약 360개에 달하는 이미지로 자신이 그려내고자 하는 콘셉트카를 모든 각도에서 표현했다.

그의 작품은 언제나 즉흥성이 영감으로 작용하곤 했지만, 모든 아이디어에는 단 한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했다. 그것은 바로 그가 몰고 싶은 마음이 드는 자동차여야 한다는 것.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이 가장 쉬운 단계라면, 그 아이디어를 세상에 내놓는 것이야말로 그에게 주어진 도전 과제였다. 하나의 아이디어는 며칠에 걸쳐 3D 몰딩, 텍스처 매칭, 배경 배치, 렌더링 등의 과정을 통해 탄생한다. 보통 하나의 렌더링을 마치는 데는 8~10시간이 소요되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결과는 언제나 우리의 기대를 넘어선다.

아렐라노의 예술은 그가 진정한 자동차 마니아임을 증명하는 가장 명백한 증거다. 그의 작품 속 자동차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마니아들도 상당히 많다. 예컨대, 1979 에스컬레이드 같은 작품은 극소수의 전문가에게만 알려진 희귀 모델이라고 생각하게 만들 정도다. 자동차에 열광하는 마니아들이 그렇듯, 아렐라노에게도 이것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다. 

당초 아렐라노에게 있어 예술은 취미 이상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오로지 즐거움을 위해 작업했다. 표현해내지 않으면 마음 속에서 썩어버릴 아이디어들을 터뜨리는 것이다. 그러나 2015년, Autemo라는 자동차 포토샵 포럼이 주최한 ‘The Ultimate Hot-Rod Challenge’에 참여하면서, 아렐라노는 이전과는 다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는 그가 태어나서 처음 참가한 예술대회였으며, 군계일학의 핫 로드를 디자인해내는 것이 과제였다. 

영감을 얻기까지 며칠이 걸렸지만, 아이디어가 구체화되자 그는 온 힘을 쏟았다. 아렐라노는 닷지 바이퍼 V10 엔진이 장착된 1937년형 부가티 57 레트로 렌더링을 제출했다. 강력한 사이드 배기 파이프와 하얀 타이어월에 적절한 정도로 녹슨 듯한 질감의 부가티 57이 완성됐고, 아렐라노는 이것을 신사의 랫 로드라 불렀다. 이 작품은 아렐라노를 노비스 카테고리의 우승자 자리로 이끌었다. 이전까지 취미의 영역에 머물렀던 그의 창의력은 이제 본격적으로 야망에 불을 지폈다. 

최근 몇 년 사이 아렐라노의 취미는 그의 커져가는 노력과 함께 발전했고, 이제는 그가 사랑해마지 않는 일-즉, 끝내주는 자동차를 디자인할 아주 귀한 기회를 선사했다. 소셜 미디어 덕분에 전 세계의 사람이 그에게 직접 연락을 취했고, 새로운 자동차의 모습을 이미지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아렐라노에게는 마니아들이 품고 있는 상상력을 실제 이미지로 바꿔내는 능력이 있다. 자연히 그의 고객은 4인치 리프트와 35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새 트럭이 어떨지 보고 싶어하는 이들부터, 헛간에서 발견한 올드모빌이 복구 작업을 거치면 어떨지를 보고 싶어하는 이들, 그리고 닛산 370Z에 어떤 동물 프린트 랩이 가장 잘 어울릴지 고민하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다양한 커스텀 빌드가 자신들의 최신 아이디어를 렌더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그를 고용하는 이유다. 말하자면 자동차 건축가 같은. 이제는 아이디어를 360도 각도에서 정확하게 살펴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굳이 스케치를 그릴 필요가 있겠는가.

아렐라노의 페이스북인스타그램 피드는 마치 가상의 SEMA 쇼를 둘러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각각의 게시물은 돈만 있었다면 당장 실차로 제작하고픈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품고 있다. 그런 그의 창의력보다 더 인상적인 유일한 사실은, 자신의 기술이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하는 아렐라노의 겸손한 자세다. 여기서 우리는 그가 아직 20대 초반이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독학으로 그래픽 아티스트가 된 그의 작업 대부분은 이미 10대 때 완성된 것이다. 우리는 그가 앞으로 5년 뒤, 어떤 수준의 작품을 만들어낼지 그저 상상에 맡길 수밖에 없다. 

예술가들이 작업에 투자하는 노력을 생각한다면, 그들의 이름을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이는 우리가 새로운 음악을 발견했을 때, 누가 그것을 만들었는지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욕구를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우리는 이 인터뷰를 통해 아렐라노의 재능을 알리고 싶은 것에 그 목적이 있지만, 동시에 한 가지 교훈도 전달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예술 작품을 공유할 때, 언제나 작품을 만든 아티스트가 누구인지도 언급하라는 점이다. 이 작은 디테일은 아주 큰 차이를 만드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