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엔 러닝과 요가, 주말엔 등산과 백패킹을 한다. 근 몇 년간 필자의 사생활은 지극히 아웃도어다. 여러 활동을 즐기다 보니 자연스레 취미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장비들에 취향이란 게 생겼다. 그중 오늘은 등산화다.
필자가 등산화를 고르는 기준은 이렇다. 일상에서 신어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그러니까 일상과 아웃도어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제품을 선택한다. 이 말인즉 활용도 높은 아이템을 고른다는 의미다. 등산화라는 본연의 기능적 의무에 충실하면서 스타일까지 놓치지 않는 아이템 5개를 선별했다. 직접 고르고, 신고, 오른 아이템들로만 꾸렸으니 이제 산처럼 우직하고 단단한 걸음걸이만 준비하면 된다.
문밖을 나설 마음까지 먹었지만 아직 무리할 마음은 없는 당신을 위해 초보자도 오르기 쉬운 산 먼저 가볍게 추천해 본다. 모든 산이 지리산, 한라산 같지는 않으니 미리 겁먹지 말자는 거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도록
입문용 산 추천
청계산
서울 가장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청계산은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맑아 그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신분당선 청계산역 – 원터골입구- 원터골쉼터 -헬기장- 매봉’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많이 찾는다. 매봉까지 가는 길이 대부분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어 코스가 어렵지 않고 사계절 방문하기 좋다. 편도 약 3km로 소요 시간은 1시간 정도. 만약 계단이 지루하다면 ‘옛골 – 매봉 – 혈읍재 – 옛골’ 코스를 선택하자.
응봉산
응봉산은 근린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산이기도 하다. 산이라고 하기엔 해발 100m가 채 되지 않아 장비빨 세웠다가는 살짝 민망해질 터이니 산책 코스로 삼으면 더없이 좋을 거다. 남산타워부터 롯데타워까지 멋진 야경을 볼 수 있어 가성비 하나는 최고. 시작점을 응봉역으로 삼고 팔각정을 기점으로 돌아오면 왕복 2km, 1시간 내에 가볍게 걷고 올 수 있다. 혹은 몸과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응봉역 – 팔각정 – 용비교 – 서울숲’ 루트로 내려오며 이 계절을 가득 만끽해도 좋겠다.
인왕산
서울이 파노라마 뷰로 펼쳐지며 서울의 랜드마크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그 중 ‘수성동 계곡 – 인왕산 – 사직공원’으로 이어지는 등산코스를 추천한다. 역시 부담없는 2.3km 거리로 1시간 10분 정도가 걸린다. 인왕산 자락 계곡과 서울 전경이 압권.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하산 시 경복궁역, 서촌 등 맛집을 들르기에도 아주 좋은 산이라는 것.
든든한데 예쁘기까지 한
등산화 리스트
오를 산을 정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그곳에 신고 갈 등산화를 둘러보자. 패션 아이템으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한 힙한 스타일로 골랐다. 동행자가 스니커즈야, 등산화야? 묻게 만들도록.
TIP _ 개인마다 등산화 끈을 묶는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약간 느슨하게 그리고 발목보다는 발등 부분을 더 단단히 조이는 것이 좋다. 하산 시에는 등산화 끈을 전체적으로 단단하게 묶고 발목 부분을 특히 잘 고정해 주도록.
얼마 전 다녀온 북한산 숨은 벽 능선에서 함께한 343 에코 GTX. 직접 신어 보니 적당한 쿠션감도 좋고 발을 탄탄하게 지지해 줘 확실히 무리가 덜 가는 느낌이었다. 서울 근교 산행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지형이 펼쳐진 중 장거리 산행에서도 훌륭한 퍼포먼스를 내기에 충분할 듯. 고어텍스와 보아핏 시스템까지 갖춘 제품이라 기능과 편의성 모두 뛰어나다.
가벼운 산행부터 전문 릿지 등반에도 활용 가능한 등산화다. 바윗길과 암릉 산행에서 우수한 접지력을 보여줘 만족도가 높았다. 디자인만 보면 일상화로 착각할 정도로 어떤 옷에 매치해도 잘 어울려 평소 자주 손이 가는 등산화 중 하나다. 단, 스웨이드 재질이라 비 오는 날이나 물이 많은 곳은 피하도록.
고어텍스 하이킹 및 트레킹 겸용 화로 나온 제품이다. 이 또한 아웃도어에서도 일상에서도 신기 편한 컬러와 디자인. 암릉이 많은 북한산에서 신었을 때도 무리 없이 산행이 가능할 정도로 발이 편안하고 쿠셔닝이 훌륭했다. 가볍고 탄성 높은 페백스(Pebax) 소재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재료에 집착하는 편은 아니지만 확실히 발의 피로도가 낮게 느껴졌다. 보아 핏 다이얼을 사용해 빠르고, 쉽게 발 핏을 맞출 수 있다는 것도 제품의 큰 장점 중 하나. 보아의 신세계 제발 다들 경험해 봤으면.
알트라는 국내에서는 아직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북미권에서는 꽤 유명한 브랜드다.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잘 만들어진 신발이 정말 많았다. 아웃도어 노면에 탁월한 접지력을 보여주는 비브람 메가그립 제품으로 트레일 러닝, 장거리 하이킹 아웃도어 환경에 최적화됐다.
기존 신발이 낡아서 재구매해서 신고 있는 등산화이기도 하다. 경량성, 쿠션감, 기능성 뭐 하나 빠지지 않고 두루두루 갖춘 제품이라 주변 지인들에게도 여러 번 추천한 아이템이다. 갑피 옆부분까지 메시로 되어 있어서 통기성 최강으로 바람 부는 날이면 발등까지 시원해진다. 계속해서 재구매할 의사 100%다.
모히토는 브랜드 스카르파의 시그니처 제품으로 레저, 스포츠, 여행, 일상생활을 위해 디자인되었다. 클라이밍 부츠에서 영감을 받은 레이스 디자인과 전체적인 실루엣에 끌려 구매한 물건인데 역시 고프코어룩 필수 아이템으로 불릴 정도로 어반 슈즈로 인기가 많더라. 디자인에 초점을 맞춰 샀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접지력도 좋고, 외모 이상의 기능성을 보여준 제품이다. 다만 아웃솔이 얇아 험준한 지형에서 오래 신으면 다소 발의 피로도가 올라갈 수도 있겠다. 가벼운 산행에 추천. 발볼이 좁게 나온 제품이라 반업해 구매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