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즐거운 쇼핑 천국 일본. 대형 백화점엔 맨즈관이 따로 있을 정도로 일본 남자들의 패션 세계는 넓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브랜드들은 일본에 먼저 진출하고, 도시마다 유명한 편집숍이 있다는 점 또한 일본 쇼핑의 재미. 옷 좀 입는다 하는 남자들이 일본 여행할 때 꼭 들리는 브랜드들을 정리했다.
남자는 쇼핑을 좋아해
일본에서 뭐 사지?
아메카지룩
일본 남자들의 패션 고민은 깊다. 일본은 아메카지, 스트릿, 워크웨어, 밀리터리, 미니멀, 빈티지 등 남성 패션 스타일도 다양하게 발달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건 아메카지 룩. 아메카지 룩은 아메리카와 캐주얼의 합성어로, 1960~70년대 미국 스타일을 일본에서 재해석한 빈티지 아메리칸 캐주얼을 말한다. 밀리터리, 워크웨어 등 여러 요소가 섞여 만들어진 룩으로, 그 스타일을 하나로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 일본에서 아메카지룩 브랜드를 유의깊게 살펴보자.
일본 데님을 주목하라
일본은 데님도 유명하다. 물론 데님의 본고장은 미국. 하지만 많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일본산 데님을 사용했다는 설명을 마케팅으로 활용할 정도로 일본 데님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그 시작은 미국 패션을 동경하던 일본 젊은이들이다. 1980년대 말, 일본의 리바이스 마니아들은 그들이 오랫동안 입어오던 청바지가 변했다는 걸 깨닫는다.
대량 생산 체제로 바뀌면서 데님의 원단과 부자재 등 많은 요소가 바뀌었고,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 중요하게 여기던 이들은 불만을 느낀 것. 결국 이들은 예전에 쓰던 방직기를 가져와 데님을 직접 생산하기 시작했다. 오리지널 데님을 고증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들면서 스스로 오리지널이 된 것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일본 데님, 그 매력을 놓치지 말자.
일본 여행 쇼핑 브랜드 추천 9
다음에 올 때 살 수 있을 거란 보장은 없다. 갖고 싶다면 지금 당장 망설이지 말고 사자.

일본 패션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 빔스. 클래식과 스트리트, 도메스틱 브랜드와 유럽 하이엔드까지 여러 스타일을 하나의 시선으로 정리하는 능력은 빔스만의 강점이다.
빔스는 수십 년간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며, 일본 전역에 1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각각의 매장이 고유의 콘셉트를 갖고 있다는 것. 하라주쿠 본점은 브랜드의 세계관을 가장 밀도 있게 보여주고, 빔스 재팬은 전통 공예와 로컬 디자인을 소개한다. 인터내셔널 갤러리는 하이엔드 디자이너 브랜드에 집중하며, 빔스 홈은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제안하는 식. 빔스는 도시 감성과 일본의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하는 하나의 여정이 된다.

그라프페이퍼는 단순한 의류 브랜드를 넘어, 디렉터 미나미 타카유키의 감각이 녹아든 공간을 함께 제안한다. 그가 직접 큐레이션한 오브제와 의류가 공존하는 매장은 하나의 갤러리처럼 작동한다.
그라프페이퍼는 유니폼을 팔아달라는 고객의 요청에서 시작됐다. 이는 브랜드로 확장되었고, 이후 미나미는 유행을 좇기보다 본질적인 디자인에 집중한다. 미니멀하고 여유 있는 실루엣, 프리사이즈 구성은 그 연장선. 사이즈의 경계를 허물어, 입는 이에게 편안함과 우아함을 동시에 주기 위한 의도다. 특히 셔츠는 그라프페이퍼를 상징하는 아이템. 단정한 듯 자연스럽고, 여유 있는 구조 속에 정제된 감각이 살아 있다.

검색창에 ‘비즈빔 비싼 이유’가 따라붙는 건 그만큼 이 브랜드가 궁금하다는 방증. 몇백만 원을 넘나드는 가격은 분명 쉬운 접근은 아니지만, 제작 방식과 철학을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비즈빔은 전통 수공예 방식과 이를 계승하는 장인 정신에서 영감을 얻는다. 옷 하나에 시간과 기술, 문화적 맥락을 덧입히는 작업이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 전통 염색 기법인 머드 다잉(Mud Dyeing). 화산재를 머금은 진흙 밭에 옷을 담가 염색하는 방식으로, 자연이 만든 질감과 색감을 그대로 품는다. 이런 옷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사라져가는 전통을 담은 문화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도쿄 신진 브랜드 중에서도 유독 주목받는 이름. 요크는 디자이너 노리오 테라다의 패턴 기술을 바탕으로 구조적인 미니멀리즘을 구현한다. 요크(Yoke)라는 이름은 옷의 절개선이자, 사람과 옷 사이의 연결을 상징한다.
요크의 옷은 해체와 재조합을 거쳐, 단정하면서도 유연한 실루엣을 만들어낸다. 무심한 듯 떨어지는 오버사이즈 코트, 절제된 팬츠, 컬러가 살아 있는 니트 등은 모두 이 과정을 통해 탄생한다. 특히 니트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아이템 중 하나. 다양한 원사와 직조 방식, 감각적인 색감이 조화를 이루며, 부드럽지만 묵직한 인상을 남긴다.

오라리는 단순한 철학에서 출발한다. 좋은 옷은 좋은 소재에서 나온다. 그래서 대부분의 원단을 직접 개발한다. 실의 굵기부터 짜임, 터치감까지. 원단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옷을 디자인하지 않는다고 할 정도다.
오라리 컬렉션에는 별도의 테마가 없다. 하지만 방향성은 명확하다. 매일 입어도 질리지 않는 옷, 오래도록 입을 수 있는 옷. 덕분에 오라리의 옷은 입었을 때 더 깊은 인상을 남긴다.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 뛰어난 소재, 정제된 감각. 오라리는 유행과 거리를 둔 채, 소재에 대한 고집과 옷 자체의 힘으로 말하는 브랜드다.

브랜드 이름 Blurhms는 blur(흐림)과 hmm…(생각에 잠긴 소리)의 결합. 한 벌의 옷을 만드는 데 있어 수없이 많은 고민과 여운이 담겼다는 의미다.
브라움스의 옷은 첫인상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겉은 담백하고 단순하지만, 소재와 실루엣, 디테일은 입을수록 새로운 감각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대표 아이템 중 하나인 데님 재킷은 12.9oz 원단의 탄탄함과 자연스러운 표면감이 공존하고, 실크 혼방 플리스 트랙 재킷은 섬세한 촉감으로 입는 이의 몸에 맞춰 부드럽게 안긴다. 브라움스의 옷은 일상의 옷을 오래도록 곱씹게 만든다.

데님이 주는 매력은 시간과 함께 완성된다. 입을수록 나만의 흔적이 새겨지고, 퇴색조차 멋이 되는 옷. 풀카운트는 그런 데님을 지향한다.
풀카운트는 부드럽고 질긴 짐바브웨 코튼을 사용한다. 이는 오리지널 미국 데님의 질감을 재현하기 위한 선택이자, 브랜드가 고수하는 품질 기준의 출발점이다. 철학은 명확하다. 너무 편해서 자기 전까지 벗고 싶지 않은 청바지. 그래서 입고, 움직이고, 닳아야 한다. 데님을 입는 시간이 곧 브랜드와 함께하는 시간이 된다.

1989년 설립 이래, 일본 편집숍 문화를 이끌어온 대표적인 브랜드. 단정하면서 세련되고, 클래식하지만 낡지 않은 미감으로 일본식 포멀 캐주얼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테일러링에서 출발하지만, 시대에 맞는 균형 감각을 잃지 않는다. 정장부터 캐주얼까지, 스타일의 폭은 넓지만 그 안에는 일관된 결이 흐른다. 과하지 않게 절제된 디테일, 단정한 실루엣, 그리고 자연스러운 품위. 자체 기획 상품과 큐레이션된 브랜드가 함께 구성된 매장은 단정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전하며, 특유의 섬세한 감각이 곳곳에 녹아 있다.

아웃도어와 일상복의 경계가 희미해진 요즘. 나나미카는 이 흐름을 가장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 브랜드 중 하나다. 나나미카의 뜻은 ‘7개 바다의 집’. 이처럼 나나미카는 바다를 통해 연결된 세계를 상상한다. 그 세계관은 기능성과 여유로움이 공존하는 옷으로 이어진다. 일상에서 자주 입는 아이템에 고어텍스 아웃도어 소재를 결합해, 편안하면서도 실용적인 라이프웨어를 완성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