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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주가 계절을 닮을 때, 제철코어 트렌드
2025-12-30T13:26:03+09:00
제철코어

지금 이 순간이 선사하는 라이프스타일.

눈 깜빡하면 몰랐던 유행이 생겨나는 시대. 새로운 트렌드는 늘 낯선 용어를 동반하기에, 그 내용을 알아가는 과정이 가끔은 피로하게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이름만 봐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요즈음의 키워드 하나가 유독 반갑게 다가온다. 지금이 아니면 누리지 못하는 가치에 집중하는 미학, 제철코어. 날씨가 바뀌고 계절이 달라지면 자연스럽게 해오던 일들이 하나의 ‘코어’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때에 맞춰 생활 방식을 바꾸는 게 어쩌면 당연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추우니까 겉옷 입어야지’처럼 해야만 하는 일로 대하는 접근법과, 온몸으로 시절을 만끽하는 적극적 행위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 입고, 먹고, 생활하는 모든 것에 있어 계절을 향유하는 제철코어를 제대로 느껴 보자.

제철코어, 어떻게 트렌드가 되었나

왜 ‘지금’은 소중해졌을까

제철코어의 핵심은 지금을 즐기자는 태도에 있다.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를 순간의 가치, 그 희소성에 주목한다. 매 계절이 늘 그래왔던 것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요즘의 계절은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기후 변화는 더 이상 뉴스 속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에서 체감하는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설명할 때 자연스럽게 따라붙던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라는 말도 이제는 조금 낯설게 느껴진다. 봄과 가을은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은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다. 오늘은 후덥지근한 공기 속에 있다가도, 하루 만에 냉기가 스며드는 날씨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제철코어

예측할 수 없는 변덕스러운 계절은 되려 ‘지금’에 더 민감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계절이라는 큰 단위를 넘어 더 짧은 타이밍에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요즘은 계절을 조금 더 촘촘하게 나눈다. 단적인 예가 올여름 인기의 정점을 찍은 신비 복숭아다. 6월 말에서 7월 초, 2주 남짓한 짧은 수확 기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기꺼이 ‘복켓팅’에 뛰어든다.

젊어서부터 건강에 신경 쓰는 분위기도 주요하게 작용했다. 더 이상 웰니스는 중장년층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저속 노화, 소버 라이프, 러닝 열풍 등 트렌드의 선두에서 사회 전반을 이끄는 키워드가 바로 건강이다. 제철에 나는 음식을 먹고, 날씨에 맞는 옷을 입는 건 자신을 아끼고 가꾸는 출발점. 흐려진 사계절과 건강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맞물리면서 제철코어라는 하나의 흐름이 탄생했다.

제철코어 토마토

제철을 즐기는 방법도 가지각색. 특히 Z세대가 이번 여름에 토마토를 소비한 방식은 여러모로 색달랐다. 다양한 레시피로 토마토를 먹는 건 기본, 서점을 찾아 차정은 작가의 시집 <토마토 컵라면>을 읽는다. 겉과 속이 같아야 한다는 뜻의 북한 속담 ‘사과가 되지 말고 도마도가 되라’는 온라인에서 하나의 밈으로 활약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제철코어를 구현할 수 있을까?

옷에도 제철이 있다

가리는 게 옷의 전부는 아니니까

의복은 계절의 특징이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영역이다. 아무리 패션에 무관심하더라도 걸치는 옷가지는 계절의 변화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너무 덥고, 너무 추우니까. 하지만 그저 옷의 면적이나 두께를 달리하는 수준만으로는 제대로 철을 즐긴다고 말하기 어렵다. 소재나 색감, 형태와 디자인에 따라 옷에서 발산되는 감각은 완전히 달라지기 마련이다.

지금의 계절에만 누릴 수 있는 텍스처를 입는 즐거움은 분명히 존재한다. 가령 모헤어는 차가운 나날을 가장 온전히 만끽하기 좋은 소재다. 보송하게 부풀어 오른 헤어리한 실루엣은 보기만 해도 포근해지는 기분. 물론 특유의 간질거림을 이유로 기피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하지만 추억 속의 노래를 들으면 과거의 기억이 아름답게 피어오르듯, 조금 불편한 그 감각이 겨울을 불러일으키는 촉매가 된다면 오히려 반가울지도.

바토너 모헤어 노르딕 크루넥
바토너 모헤어 노르딕 크루넥

노르딕 니트는 분주한 패턴으로 계절을 환대한다. 순록과 침엽수, 눈꽃이 내려앉은 패턴 디자인은 누가 봐도 겨울겨울하지 않은가. 북유럽의 혹독한 자연환경을 몸에 걸친 모습은 눈 내리는 하얀 정경과 자연스럽게 하나가 된다. 특히 크리스마스처럼 특별한 날과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린다는 점 또한 매력적. 웬만한 아우터만큼이나 따뜻한 보온성은 덤으로 챙길 수 있다.

반면 플립플랍은 뜨거운 계절로부터 잠시나마 해방되고 싶은 마음을 대변한다. 뻥 뚫린 발가락 사이로 스미는 바람을 맞고 있노라면 이 열기로부터 자유롭게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 절로 든다. 시원하게 트인 디자인은 작렬하는 태양을 가장 부담 없이 즐길 영역으로 역할 하기도 한다. 뒤축이 바닥에 닿으며 나는 ‘찰싹’ 소리에서 유래한 이름답게, 걸음마다 퍼지는 박자마저 경쾌하다. 눈을 감으면 마치 부서지는 파도 소리처럼 들리기도.

페르커 플립플랍
페르커 플립플랍

혹자는 사시사철 입을 수 있는 활용도 높은 아이템이 더 낫지 않냐고 묻는다. 틀린 말은 아니다. 셔츠나 데님 같은 기본 아이템은 언제나 필요하니까. 하지만 제철코어 의류는 기본이 갖춰진 옷장에 계절의 정취를 한 방울 떨어뜨리는 포인트 정도의 역할이다. 특징이 뚜렷한 디자인 탓에 조화를 걱정할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무난한 아웃핏에서 가장 선명하고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보약보다 제철 음식

갓 나온 신선함으로 무장하다

알고 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본인도 모르게 제철코어에 부합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하고 있다. 바로 음식을 통해서. 올겨울도 방어 맛집으로 소문난 가게는 기나긴 웨이팅을 불사하는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맛도 맛이지만, 지금이 아니면 먹을 수 없다는 한정성이야말로 모두를 애타게 만드는 요점이다. ‘겨울 하면 방어, 방어 하면 겨울’이라는 인식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알맞은 시기에 여문 음식을 섭취하는 건 여러모로 합리적인 선택이다. 기본적으로 신선도가 보장되기에 맛이 뛰어나고, 제철이 아닐 때보다 가격 또한 저렴하다. 물론 재배 기술이 발전하면서 시설 재배 작물의 품질이 계절을 타지 않을 정도로 향상된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영양학적으로 따졌을 때 큰 차이가 없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요즘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철이라는 희소성이 안겨주는 심리적 포만감은 비닐하우스에서 찾을 수 없지 않겠나.

우가차차486 제철 음식 달력
우가차차486 제철 음식 달력

요식업계 종사자가 아닌 이상 매 계절 어떤 식재료가 제철인지 일일이 알고 챙기기는 쉽지 않다. 그럴 때 참고하기 좋은 사이트가 ‘농라’다. 농라는 국내산 농수축산물을 직거래하는 플랫폼으로, ‘제철’ 키워드를 검색만 해도 대략적인 제철 동태를 파악할 수 있다. 이영자, 최화정 등 맛잘알 연예인의 간택을 받은 제철 음식 달력을 들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제철 식당 다이닝 오은 햇
(좌) 다이닝 오은 (우) 햇

계절의 풍미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제철 식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식당을 방문해 보자. 제철 재료를 모던한 한식으로 풀어내는 파인다이닝 다이닝 오은, 신선함을 무기로 재료의 맛에 집중하는 브런치 카페 등이 좋은 예시가 될 것. 굴 전문 식당인 굴이짱처럼 하나의 제철 재료만으로 승부를 보는 곳에서의 식사도 의미 있는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

공간에도 계절은 피어나고

실내에서 제철을 즐기는 방법

사실 달력이 넘어감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은 바깥에 있다. 통창을 두지 않는 이상 밖이 아무리 소란해도 집 안은 변하지 않는다. 보일러와 에어컨 사이 양자택일만이 전부. 가장 오랜 시간 머물러야 하는 공간이 사시사철 똑같다면, 이토록 아름다운 변화를 감각할 수가 없다면 그것만큼 아쉬운 게 없다. 

그렇다고 몇 개월마다 인테리어를 뜯어고칠 수는 없는 노릇.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를 들이는 식의 거창한 꾸미기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손쉽게 분위기를 바꿀 방법을 찾는다면, 그 해답은 향이 될 것이다. 변천하는 계절을 제일 먼저 인지하는 감각이 바로 후각이니까. 계절의 냄새가 코끝을 스치기 전에, 그 설레는 기분을 예습하는 마음으로 실내의 향을 준비하는 것이다.

여름에는 아무래도 멜론 향으로 유명한 유겐의 제품처럼 프루티한 향이 적격이다. 평소 선호하는 과일의 향을 품은 디퓨저를 거실에 두자. 집에 들어서자마자 과수원에 온 듯한 달콤하고 싱그러운 기분을 만끽하게 될 테니. 날이 차가워지면 이솝이나 라부르켓과 같은 우디한 계열이 어울린다. 공간을 채우는 아늑하고 포근한 향은 전체적인 안정감을 확 높일 수 있다.

촌캉스 아느칸가
숙소 아느칸가의 여름과 겨울

제철의 정수를 느끼고 싶다면? 온전한 자연환경으로 직접 들어가자.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지금만이 줄 수 있는 시간에 몰입하는 것이다. 정겨운 시골 정취 속에서 하루를 보내는 촌캉스는 이를 위한 완벽한 대안이 된다. 겨울에는 뜨끈한 아랫목에 몸을 지지고, 여름에는 툇마루에 앉아 수박을 갈라 먹고.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의 시계를 잠시 내려놓고, 계절이 제 속도로 빚어낸 풍경 속에 온몸을 푹 담그는 경험은 완벽한 휴식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