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소프트웨어를 꼽는다면,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이하 MS) 윈도우는 반드시 들어간다. 세계 약 15억대의 PC, 한때 90%가 넘는 컴퓨터를 움직였던 OS라서 그렇다. 지난 2021년 6월 24일, MS에선 이런 윈도우 OS의 새로운 버전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바로 윈도우 11이다. 정식 출시는 2021년 후반에 이뤄질 예정이지만, 벌써 윈도우 11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이야기로 IT 커뮤니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당신도 알아두면 좋을 윈도우 11 이야기, 세 가지로 정리해 보자.
윈도우 10이 마지막 윈도우라고 생각했는데
윈도우 11에 대한 첫 반응은 ‘어? 윈도우가 왜 새로 나와?’였다. MS가 지난 2015년 공식 행사에서 윈도우 10이 마지막 윈도우가 될 거라 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MS가 아니라 수석 개발자였던 제리 닉슨이 한 말이었지만, 의심하지 않았다. 이전처럼 단품으로 팔던 ‘윈도우 SW’를 벗어나, ‘윈도우 서비스(Windows as a Service)’로 전향하겠다는 의미였다. 우리가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버전을 따로 붙이지 않는 것처럼, 윈도우 10부턴 버전이 의미 없다는 말이다. 실제로 윈도우 10은 지난 기간 꾸준히 업데이트를 제공해왔고, 처음과 비교하면 많은 것이 바뀌었다. 잦은 업데이트 때문에 사람들이 화를 낼 정도로.
그럼 왜 윈도우 11을 새로 출시하는 걸까? 이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매출을 늘린다거나 마케팅 이슈를 위해 윈도우 11이 필요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거기에 동의하진 않는다. MS의 주요 매출은 MS 애저(클라우드 서비스), MS 오피스가 절반 넘게 차지한다. 윈도우는 중요하지만, 윈도우 11로 바뀐다고 갑자기 판매량이 늘어날 일은 없다. 기업용 윈도우는 이미 구독형 라이선스로 판매되고 있다. 애플 M1에 대항하기 위한 새로운 무기가 필요했다는 주장은 반만 맞다. 그것보다는 코로나19 이후 달라질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무기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인다.
윈도우 11, 뭐가 달라진 거지?
왜 그럴까? 윈도우 11에서 달라진 점을 먼저 정리해 보자. 일단 두드러지게 바뀐 건 디자인이다. 정말 크게 달라졌다. 윈도우 로고가 달라진 건 물론이고, 왼쪽 아래에 있던 기존 윈도우 시작 아이콘이 가운데로 자리를 옮겼다. 창도 각진 모양에서 신용카드처럼 모서리가 둥근 형태로 바뀌었다. 반투명하면서 입체적인 느낌이 나는데, -Mac이 생각나긴 하지만- 솔직히 꽤 예쁘다.
기능도 몇 가지 추가됐다. 스냅 레이아웃이란 기능을 이용하면 여러 개 떠 있는 창을 쉽게 정렬해서 쓸 수 있다. 창을 여러 개 띄워놓고 쓰는 이들은 환영할만한 기능이다. 아이패드 OS처럼 자동으로 콘텐츠가 업데이트되는 위젯도 추가됐다. 날씨나 이메일, 그날의 뉴스, 주가 같은 정보를 불러와 보여준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보다 빠르고 선명하게 컴퓨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능도 지원한다. MS 팀즈 같은 화상 회의 프로그램이 통합됐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용 앱을 실행할 수 있는 기능도 들어갔다. 이에 맞춰 모바일 운영체제와 비슷한 멀티 터치 제스처 인식이나 자동 화면 회전 기능도 추가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개선된 기능들은 윈도우 11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걸까? 허망하게도 전혀 그렇지 않다. 사실 외부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지금도 쓸 수 있고, 또 이미 쓰고 있는 기능이다. 윈도우 11은 예쁜 겉모습과 달리 속으론 윈도우 10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윈도우 11이 가지는 의미는 추가된 기능보다 버린 하드웨어에 있다.
윈도우 11이 갖는 의미는 추가된 기능보다 버린 하드웨어에 있다. 윈도우 11은 이제 32bit 구형 컴퓨터를 지원하지 않는다. TPM 같은 보안 모듈이 없는 컴퓨터를 지원하지 않는다. 1GHz 64bit 프로세서, 최소 램 4GB, 저장공간 64GB, 설치부터 인터넷 연결을 요구하는 최소 사양은 이제부터 MS 오피스가 돌아가지 않을 정도의 낡은 하드웨어는 단호하게 버리고 가겠다는 말이다.
닮아가면서 싸우는 애플, MS, 구글
여기서 MS가 코로나19 이후 세상을 어떻게 보고, 어떤 전략으로 임할 각오인지가 드러난다. 간단히 말해 MS는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를 앞당기려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서비스를 개시한 Xbox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이용하면, PC건 스마트폰이건 태블릿이건 상관없이 가정용 게임기 급의 게임을 손쉽게 즐길 수 있다.
이처럼 앞으로 모든 PC가 클라우드에 연결된다면 굳이 스마트폰/PC/태블릿 OS를 따로 구분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구글이 크롬북을 통해 가능성을 보여준 모델이다. 그럼 어떻게 돈을 벌까? MS 오피스 365가 그런 것처럼, 이용자들은 정기적으로 이용료를 내며 PC를 쓰게 된다. 꼭 이용료를 내지 않더라도 클라우드 PC로 돈을 벌 방법은 많다.
물론 금방 이런 세상이 오지는 않는다. 여전히 컴퓨터 성능은 하드웨어 크게 의존한다. 과거 개발됐던 차세대 OS 프로젝트 ‘미도리’나 듀얼 스크린 장치용 OS ‘윈도우 10X’는 폐기됐다. 변화는 뜻대로 이뤄지지 않으며, 언제 어디로 흘러갈지 모른다. 중요한 건 변화의 방향이고, 누가 주도하는 가다. 지금은 이용자를 늘리고, 크롬북이나 스마트폰 같은 기기로 빠진 사람을 붙잡는 단계다.
MS는 지금 오랜 휴전을 끝내고, 애플과 구글에게 다시 싸움을 걸었다. 윈도우 11이라는,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무기로.
MS는 윈도우 10과 윈도우 11이 당분간 사이좋게 공존하리라 본다. 모바일과 통합되는 과정을 피할 수 없으니, 아마존 앱스토어 같은 안드로이드 앱스토어를 통합해 원하는 앱을 제공한다. 독점이라 비난받는 애플 앱스토어를 공격하고, 개방된 형태라 주장하는 MS 스토어를 개편해 앱과 콘텐츠를 공급한다. MS 팀즈 같은 사용자를 록인 하는 효과가 높은 앱도 기본 기능으로 넣었다. MS는 지금 오랜 휴전을 끝내고, 애플과 구글에게 다시 싸움을 걸었다. 윈도우 11이라는,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