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없어서 운동에 식단까지 병행하기 어렵다’라는 말은 이제 핑계에 불과할 정도로, 요즘은 편의점 같은 곳에서도 보충제를 비롯한 다양한 식단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시대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식단 구매에 최적화된 ‘식단 플랫폼’들이다. 2주 단위로 신선한 샐러드를 배달받을 수 있고, 도시락 같은 경우는 냉동으로 밀봉되어 전자레인지에 2~3분가량 돌리면 금방 해결된다. 이뿐 아니라 단백질 비율에 신경을 쓴 간식과 음료를 비롯해 보충제까지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
식단 플랫폼이 많이 생겨나는 만큼 선택의 폭도 넓어지면서, 가끔은 무엇을 먹고 마셔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한다.
식단 플랫폼이 많이 생겨나는 만큼 선택의 폭도 넓어지면서, 가끔은 무엇을 먹고 마셔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한다. 여러 가지 식품을 비교하다 보면 시간은 훌쩍 흐르고, 결국 결정하지 못한 채 장바구니에 담아만 놓고 잊어버리거나, 장바구니 속 후보군을 며칠 후에 되살피며 다시 고민에 빠지기 일쑤. 그렇게 무수한 비교와 고민 끝에 큰맘 먹고 주문했으나, 정작 입맛에 맞지 않아 실망했던 적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고민을 줄이기 위해 이번 칼럼의 포커스를 샌드위치에 맞췄다. 대표적인 샌드위치 브랜드 –물론 내돈내산으로 진행한- ‘서브웨이’로 2주의 저녁식사를 해결해봤는데, 그 생생한 후기가 궁금하다면 지금부터 천천히 스크롤을 내려보자.
귀차니스트를 위한 최선책
평소 저녁 식사는 주로 라면, 혹은 짜장 라면에 계란을 추가해 먹거나 베이컨, 스크램블 에그, 토스트, 시리얼 같은 간편한 아침 메뉴를 먹는 경우가 많았다. 자연히 저녁 식사에서 야채 섭취는 거의 없었다. 그러다 문득 ‘먹는 것까지가 운동’이라는 어느 헬스인의 명언을 상기하며 ‘저녁만이라도 신경을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간혹 만찬으로 스테이크를 올리면 아스파라거스와 버섯구이를 먹고, 파스타를 먹는 날이면 양파, 버섯, 마늘을 추가하는 정도였다. 이마저도 손이 너무 많이 간다고 느끼던 와중에 생각난 서브웨이는 곧바로 실행에 옮기지 않을 수 없었다.
결론은 -1kg
2주간 저녁을 서브웨이로 먹었다고 해서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평소보다 야채 섭취량이 늘어서 좋았고, 거기에 알파로 1kg이 빠졌다. 서브웨이를 먹어서 빠졌다기보다는, 평소에 먹던 저녁의 양이 줄어서 감량된 기분이 더 컸다. 물론 여기서 주스와 간식 섭취를 조절하고 점심까지 신경 썼다면 당연히 더 빠졌을 것이다. 급하게 살 빼는 것을 굉장히 지양하는 편이지만, 중요한 날을 앞두고 있다면 위와 같은 방식으로 넉넉하게 한 달 정도 기간을 잡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한 끼는 서브웨이를 먹으며 나머지 한 끼와 간식, 그리고 음료까지 적절히 조절한다면 신체에 큰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체중 감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 식단 및 식습관
식단: 식단을 따로 하지 않는다. 새벽 운동 후 출근길에 토스트와 커피 한잔, 점심은 사내식당에서 한식 위주의 식사를 하며, 저녁은 메뉴 상관없이 집에서 요리해 먹거나 배달음식으로 해결한다.
식습관: 생수를 마시기 힘들어하는 탓에 물 대신 이온 음료나 주스를 마신다. 간식으로는 우유와 시리얼을 먹거나 토스트에 버터와 크림치즈, 잼을 발라 먹는다.
운동: 주 5회, 60~80분 운동.
2주 동안 모든 것은 그대로 하되, 저녁 식사만 서브웨이에서 메뉴를 골라 먹었다.
정말로 골라 먹는 재미
서브웨이는 빵과 속 재료, 그리고 소스까지 여러 가지 옵션이 매우 많다. 따라서 이 다양한 조합을 통해 만들 수 있는 샌드위치 종류만 수백만 가지에 달한다고 한다. 메뉴에 기재된 샌드위치는 18가지지만, 이는 샐러드와 다른 추가 메뉴를 제외한 개수다. 수많은 메뉴 중 첫날에는 에그마요 샌드위치를 선택했다. 15cm 사이즈로 하나만 먹었는데, 양 조절에는 실패했다. 너무 적은 양이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15cm 샌드위치와 함께 사이드로 수프를 곁들어 먹었더니 한결 나았다. 2주 동안 야채는 피클과 할라페뇨를 제외하고 모두 다 듬뿍 넣었다. 소스는 마요네즈와 바비큐, 칠리소스와 렌치를 번갈아 가며 넣었다. 매일 다른 샌드위치를 먹었지만, 그중에서 개인적인 TOP3는 ▲후추닭 페퍼치킨 슈니첼, ▲미트볼 샌드위치, ▲K-바비큐 샌드위치 순이었다. 특히 첫 번째는 신메뉴인데, 기존 로스트 치킨의 심심한 맛을 훨씬 풍미 있게 채워준다. 간편함은 물론이거니와, 맛있게 야채를 먹으며 식이섬유를 보충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매일 다른 종류를 골라 먹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메뉴의 제한이 아닌 양 조절
햄버거나 피자 같이 맛있으면서도 금방 조리되는 패스트푸드의 맹점은 열량이 높지만, 정작 영양는 낮다. 이들이 정크푸드라 불리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샌드위치는 열량, 영양가, 신선함을 모두 갖추면서 말 그대로 ‘fast’하게 바로 먹을 수 있는 ‘클린 패스트푸드’다.
하지만 ‘코끼리도 채식한다’ 같은 말 또한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무엇을 먹더라도 중요한 것은 양을 조절하는 것이다. 이는 서브웨이에서도 예외가 없다. 먹고 싶은 재료와 야채를 고를 수 있고, 좋아하는 재료는 더 추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만약 식단조절에 의의를 둔다면 이 ‘추가’ 옵션은 함정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드레싱은 2~3가지 종류를 한 번에 넣을 수 있고, 게다가 우리의 친절한 알바생들은 ‘조금만 더 넣어달라’는 요청에 적극 화답해 매우 듬뿍 넣어준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무엇을 먹더라도 중요한 것은 양을 조절하는 것이다. 이는 서브웨이에서도 예외가 없다.
예컨대, 헬스인들의 최애 메뉴인 ‘로스트 치킨’에 에그마요를 바른 뒤 치킨과 아보카도를 추가하고 치즈도 두 배로 올린 상태에서 마요네즈와 랜치 소스를 듬뿍 넣었다면, 그 양은 맥도날드 일반 햄버거와 맞먹는 수준이거나 이를 초과할 수도 있다. 식단의 첫 번째 키는 메뉴의 제한이 아닌 적정선의 양 조절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