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Miracle morning: 아침의 기적)’은 최근 가장 뜨고 있는 키워드다. 본격적인 하루를 시작하기에 앞서 2~3시간 전 기상해 자기계발의 시간을 갖는 생활습관을 일컫는 말이다. 미라클 모닝은 강연가이자 작가인 할 엘로드(Hal Elrod)의 자기계발서에 등장한 단어로, 아침형 인간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자존감 회복을 추구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누군가의 방해 없이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으로 인해 미라클 모닝은 더 각광 받고 있다.
미라클 모닝은 대부분 잠들어 있는 새벽 4시부터 오전 6~7시까지 독서나 운동, 간단한 청소 등을 하며 시간 내기 어려웠던 사소한 생활루틴을 하나씩 실천해 나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주로 저녁에 운동하는 필자 역시 이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고,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해보자는 마음으로 이를 직접 실행에 옮겨보았다.
미라클 모닝 이전의 운동
저녁에 운동할 때에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하루 전에 미리 운동복을 챙겨 놓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준비해둔 운동복을 가방에 챙긴 후 출근한다. 일이 끝나면 집에 들르지 않고 곧바로 체육관으로 직행한다. 그렇게 시간을 아껴가며 운동을 마쳐도, 결국 집에서 샤워까지 끝마치고 나면 시곗바늘은 늘 10시를 훌쩍 넘어가고 있다. 집을 간단히 정리정돈하고, 바쁜 아침 시간을 대비해 미리 운동복을 챙겨 놓고 나면 어느덧 취침 시간이다. 운동복을 가지고 출근해야 퇴근 후 집에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을 아낄 수 있으니까.
결국, 이 사이클대로라면 못해도 자정까지는 잘 준비를 마쳐야 아침 일곱 시에 일어나 여덟 시까지 출근할 수 있다. 일상의 활력소가 되어야 하는 운동을 항상 시간에 쫓기듯 하다 보니, 이제는 마치 하나의 숙제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무언가 대책이 필요해서 운동 스케줄을 퇴근 후가 아닌 출근 전으로 바꾸었더니, 시간 부자가 된 기분이다. 직접 경험해본 새벽 운동에 대한 간증이 궁금하다면 아래의 글을 계속 읽어보자.
기다림으로부터의 해방
새벽 4시 50분 알람으로 일어나 커피를 내려놓고 토스트를 구웠다. 운동복을 입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짐을 따로 안 챙겨서 좋네’. 간단한 아침으로 에너지를 충전한 뒤 세안과 양치를 하고 집을 나섰다. 집에서 체육관까지는 운전으로 채 10분이 걸리지 않는다. 아마 저녁이었으면 퇴근 시간이라 20분은 족히 걸렸을 것이다.
그렇게 체육관에 들어서니 항상 흘러나오던 음악 소리가 없다. 소수의 인원이 만들어내는 트레드밀과 기구 소리는 백색소음이라 할 정도로 조용하다. 5시 35분을 가리키는 시곗바늘이 창밖의 희미한 아침 햇살에 드리운다. 웜업 스트레칭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사용하려면 늘 기다릴 수밖에 없던 파워랙에는 아무도 없다. 무언의 눈치 게임으로 자리 쟁탈전이 일어나던 프리웨이트 존의 벤치도 텅 비어 있다. ‘기다리는 시간이 없으니 시간 절약에 운동 루틴도 안 꼬이겠네’ 같은 생각을 하니 안도감이 먼저 든다.
내가 쓰는 기구 주변을 어슬렁대며,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끝내라’ 같은 무언의 압박을 주는 사람도, 자리사용을 위해 기다리는 나의 대기시간도 하나 없이 그저 원하던 순서로 컴파운드 세트까지 마무리하자 시계는 6시45분을 가리켰다. 운동에 소요된 시간은 총 80분. 평소 같은 저녁 운동이었으면 넉넉히 120분은 잡았을 것이다. 출근준비를 하러 집에 가는 길도 차가 없어서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저녁이 있는 삶
저녁 운동 후 집에 오면 어두컴컴해진 밤이 아무도 없는 집을 더 적막하게 만들곤 했다. 하지만 퇴근하고 곧바로 집에 오니 북서향의 내 방에 석양이 들어오는 아름다운 대조가 눈에 담긴다. 운동 전후로 어중간하게 먹던 간식과 저녁 대신, 좋아하는 음식을 요리해서 먹었다. 그리고 읽고 싶었던 책을 보거나, 주말에만 몰아서 하던 집안일도 여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
키우는 반려식물에도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줄 수 있게 됐다. 덕분에 힘없이 축 처져 있던 이파리들이 고개를 들고 생명력을 회복하는 과정을 보는 기쁨도 누린다. 이전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오로지 온라인으로 장보기를 했지만, 이제는 시장에서 저녁 짓는 냄새가 가득한 정겨움을 맡으며 식재료를 산다. 다음날 입을 운동복을 미리 챙겨 놓을 번거로움도, 운동 가방을 들고 출퇴근을 해야 하는 거슬리는 포인트도 없어졌다. 삶의 질이 한층 높아진 기분이 들어 뿌듯하다.
일과 삶의 균형
이렇게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들을 저녁 시간에 하나씩 모아 누리다 보면 정신건강에 좋고, 결국 업무향상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그 누구에게도 전화나 문자가 오지 않아 운동에 집중할 수가 있었다. 특히 저녁 운동 중 수시로 울리는 회사 단톡방 알람이나 갑자기 걸려오는 급한 업무 전화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 컸다.
출근 전 새벽 운동은 퇴근 후 운동보다 확실히 힘도 더 넘친다. 업무에 치여 피곤한 몸을 이끌고 운동하는 것 보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수면으로 휴식하고 충전한 뒤 이른 아침에 운동하면 운동 수행 능력에 훨씬 이롭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생활습관에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은 나 자신뿐 아니라 주변의 직장 동료나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다.
이루고자 하는 생활습관에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은 나 자신뿐 아니라 주변의 직장 동료나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다.
필자는 앞으로도 새벽 운동을 계속 이어 나갈 계획이다. 물론 미라클 모닝(Miracle morning)이라는 문자 그대로 하루아침에 기적(Miracle) 같은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꾸준히 새벽을 깨워 실천하다 보면 다방면으로 성장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노력에 따라 변화의 여부가 결정되듯, 꾸준한 미라클 모닝으로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까지 성숙하는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