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의 일상에 침투한 지 어느덧 1년이 됐다. 이렇게까지 장기화될 것이라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지만, 대한민국은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방역을 철저히 지키며 코로나를 극복하고 있다.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의료진의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외출과 모임을 자제하며 최대한 집에 머무는 사람이 많다. 현재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5인 이상의 사적 모임이 금지되고, 9시 이후에는 식당도 영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자연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매출은 크게 하락하고, 덩달아 소비도 감소하면서 경제적인 타격도 불가피한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코로나는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동안 확산이 잡히는 듯했으나, 지난 늦가을부터 2차 대유행이 번지면서 정부는 한 단계 높은 방침을 내놓았다.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비롯해 2주에서 한 달가량 영업정지에 해당하는 업종이 대거 늘어났는데, 그중에서 큰 피해를 본 업계가 바로 피트니스 업계다.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 및 2주간 영업금지 명령을 내렸을 때, 피트니스 업계는 방역을 철저히 지키며 확산방지에 적극 동참했다. 하지만 영업정지 기간이 점차 길어지면서 피트니스 종사자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도달했고, 형평성 촉구에 대한 목소리 또한 커졌다.
방역이 철저한 헬스장
실내체육시설에서 땀이나 비말을 통한 감염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이유로 헬스장 영업정지 기간이 길어지면서,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 물론 헬스장 업주들 역시 그 누구보다도 이 위험성에 대한 인지가 높은 편이다. 그래서 초기에 영업정지가 아닌 영업시간 제한이 시행되었을 때, 업주와 트레이너들은 하루에 2회 이상 소독을 하고 기구마다 소독제를 배치했다. 아무리 답답하더라도 회원들이 헬스장에 머무는 동안은 절대 마스크를 벗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것은 물론, 샤워실 이용도 금지했다.
반면 유동인구가 많은 대형마트나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는 식당은 영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헬스장 영업은 정지한 반면, 영남권, 호남권과 같은 지방에 위치한 실내체육시설은 영업시간만 제한한 것도 형평성 측면에서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폐업하는 헬스장, 배달하는 트레이너
자영업자 배려 차원에서 임대료를 당분간 받지 않는 몇몇 ‘착한 건물주’에 대한 훈훈한 소식이 가끔 들린다. 하지만 건물주 또한 임대료를 통해 수입을 벌어들이는 만큼, 모두에게 편의를 봐줄 수도 없다. 특히 헬스장은 임대료를 포함한 유지비가 많이 드는 업종이다. 헬스장을 개업하면서 한 대에 수백만 원이 넘는 기구들을 일시불로 계산하는 창업주는 드물다. 게다가 프랜차이즈 헬스장의 경우 유지비는 배가 된다. 이렇게 임대료와 기구 값은 매달 유지비용으로 나가면서 수익은 제로인 상황으로 인해 폐업하는 헬스장도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헬스장 업주만큼이나 벼랑 끝에 몰린 직종은 바로 트레이너다. 헬스장 월급도 월급이지만, 월급을 능가할 만큼 인센티브가 주 수입이 되는 PT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트레이너들은 대안으로 온라인 PT를 진행하거나 유튜브로 간간히 수익을 낸다. 그마저도 어려워 배달 알바를 하는 트레이너도 많다.
국민청원 20만을 향하여
영업정지 장기화로 벼랑 끝에 내몰린 피트니스 업계가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실내체육 시설의 제한적, 유동적 운영’ 촉구를 위한 국민청원이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됐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더불어민주당 앞에서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를 여는가 하면, ‘벼랑끝 실내체육시설’이라는 타이틀이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이 국민청원은 지난 1월 6일, 21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직장을 잃은 피트니스 종사자들과 운동할 곳을 잃은 생활체육인들이 뜻을 모아 이루어낸 결과였다.
결국 이러한 목소리에 정부도 실내생활체육시설을 위한 유동적 방역방침을 내놓았다. 여전히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포함한 거리두기 단계는 1월31일까지 유효하지만, 실내생활 체육시설은 영업정지가 아닌 제한적 운영으로 방침을 완화했다. 저녁 9시까지만 운영하도록 하고, 평당 인원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사실상 큰 차이 없는 방역지침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실내체육시설의 유동적 방역지침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 이는 피트니스 업계가 이미 철저한 수준의 방역을 유지해왔다는 이야기다. 하루 2회 이상 방역소독과 지속적인 실내 환기를 실시했고, 입장 시 명부작성과 발열체크를 진행하면서 헬스장 이용 시 마스크를 벗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관리해왔다. 한가지 추가된 부분은 평당 인원 제한이다. 실내에서 여러 사람이 운동을 하는 만큼, 거리와 공간의 크기로 인해 회원간 접촉에 따라 감염확률 또한 달라질 수 있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사진출저: PIBA 필라테스 피트니스 요가 사업자 연맹
우리의 새로운 역할
피트니스 업계는 타업종에 비해 감염사례도 현저히 낮은 편이다. 헬스장 업주들을 포함한 피트니스인들이 이전부터 방역지침을 함께 잘 따른 덕분이다. 2주만 참으면, 다시 한번 또 2주만 참으면 하는 마음으로 인내하던 실내체육시설 관계자들이 목소리를 냈고, 그 외침에 우리도 동참했다.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답답한 만큼, 가뜩이나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헬스장 감염사례가 높아지면 다시 영업이 금지될 것이고, 이는 결국 헬스장을 이용할 수 없는 우리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온다. 우리는 이러한 부분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지침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경각심을 가지고 방역에 힘 써야 할 시기다. 조금이라도 의심 가는 증상이 보이면 반드시 검사를 따로 받아야 한다. 또한 많은 운동인이 같은 취미를 공유하며 헬스장에서 함께 운동하고 외부에서도 친목을 도모하며 어울리는 시간을 갖곤 한다.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일상에 큰 활력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이제는 헬스장 내부에서 혼자 운동하며 집중력을 길러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까지 파트너 운동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면, 오히려 이번 기회가 터닝포인트로 작용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파트너 운동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면, 오히려 이번 기회가 터닝포인트로 작용할 수도 있다.
코로나의 종식부터 백신의 안정성, 치료제의 개발까지 현재는 모든 것이 미지수다. 그렇다고 무작정 걱정과 불만을 쏟아내며 현실을 비관해본들 나아지는 것은 없으며, 오히려 심적으로 힘들기만 할 뿐이다. 결국 우리의 역할은 주어진 상황과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실내체육시설 관계자들의 외침과 노력이 물거품 되지 않도록 운동인들 모두가 함께 협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