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지의 패션에서 빠질 수 없는 아이템, 본더치(Von Dutch)의 트러커 캡. Y2K의 상징과도 같기에 당시를 재현하는 코미디 영상에서나 볼 수 있었던 트러커 캡이 다시금 인기를 끌고 있다. 그것도 그 시절을 겪기는커녕 2000년대쯤에야 세상에 첫 발을 디딘, 그야말로 신세대들에게 말이다. M세대도 아닌 Z세대가 쓰는 그 시절의 아이템은 어떤 모습일까.
트러커 캡이란
미국의 역사가 담겼다
트러커 캡은 말 그대로 트럭 운전사의 모자를 의미한다. 갑자기 웬 트럭 운전사냐고? 실제로 미국의 6~70년대 트러커들이 즐겨 쓰던 모자가 트러커 캡의 유래이기 때문. 당시에는 기업들이 홍보용 판촉물로 트럭 운전사에게 모자를 무상으로 제공했었다. 미국 곳곳을 다니는 그들이 회사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다니면, 움직이는 광고판처럼 홍보를 해 줄 테니 말이다. 지금의 트러커 캡에 들어가는 크고 화려한 디자인 요소는 기존의 회사 광고를 디자인적으로 계승한 셈.
트럭 운전사들이 트러커 캡을 선호한 이유는 그 특징을 보면 알 수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후면이 메쉬 소재로 되어 있다는 건데, 통기성이 좋아 더운 여름철에도 쾌적하게 착용이 가능하다. 넓은 챙은 햇빛을 가리기에 안성맞춤. 오랜 시간 모자를 써야 하는 운전사에게 높은 크라운과 사이즈 조절이 가능한 스냅백은 편안한 착용감을 선사하는 고마운 요소다.
블루칼라의 아이콘이었던 트러커 캡은 힙합과 스케이트 문화에서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주목을 받으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후 퍼렐 윌리엄스나 애쉬튼 커쳐,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여러 유명인이 착용하면서 유행은 빠르게 번졌고, 어느덧 미국의 상징적인 패션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트러커 캡에 빠진 아이돌
귀엽거나 힙하거나
유행을 알고 싶으면 고개를 들어 아이돌을 보라. 트렌드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아이돌의 패션에서 트러커 캡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사복부터 무대, 앨범 콘셉트 포토에서도 착용하는 걸 보면 사랑받는 아이템인 건 확실하다. 요즘 애들 중에서도 요즘 애들인 아이돌이 말아주는 트러커 캡은 어떨까.
투어스 도훈, 신유
첫 만남이 너무 어렵다는 투어스. 청량함이 주 콘셉트인 그룹답게 트러커 캡을 뒤로 써 귀여움을 부각했다. 앞머리를 모자 안쪽으로 완전히 정리하면 좀 더 깔끔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도훈은 허니스쿱하우스(Honey Scoop House)의 HNY 로고 트러커 캡을, 신유는 폴로랄프로렌의 펠트 패치 트윌 트러커 캡을 착용했다.
라이즈 소희, 쇼타로
Y2K에 진심인 남자 아이돌 그룹을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라이즈다. 특히 소희는 트러커 캡부터 코스 헤드폰까지 독보적인 Y2K 소화력을 보여주는 중. 첫 사진에서 소희가 착용한 트러커 캡은 빈티지 의류 브랜드 베럴위드에이지(Better With Age)의 제품. 빈티지만을 다루는 브랜드이다 보니 제품에 따라 모자도, 패치워크도 다르다. 두 번째 사진에서 소희는 스투시 x 아워레가시(OUR LEGACY) 워크샵 트러커 캡을, 쇼타로는 R13의 블랙 화이트 패널 볼캡을 썼다.
보이넥스트도어 이한, 운학
지코가 프로듀싱한 그룹답게 힙합을 기반으로 하는 보이넥스트도어. 패션에서도 힙합스러움이 물씬 묻어난다. 빈티지한 컬러와 로고가 두드러지는 트러커 캡을 활용해 그 시절의 힙합 스타일을 요즘 무드로 풀어냈다. 이한은 팜엔젤스(Palm Angels)의 PA 모노그램 트러커 햇, 운학은 후디사이즈워(Who Decides War)의 MRDR 트러커 캡을 착용했다.
더보이즈 주연, 현재
힙한 스타일을 원한다면 더보이즈의 패션을 참고해 보자. 무심하게 툭 걸친 듯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느낌이 나는 꾸안꾸 착장이다. 함께 매치한 목걸이는 트러커 캡 특유의 빈티지함을 배가한다. 주연은 데님티어스(Denim tears)의 ADG 트러커 캡을, 현재는 슈프림의 메스 메쉬 백 5패널을 활용했다.
세븐틴 도겸, 정한
무대에서는 카리스마 폭발이지만 무대 아래에서는 친근한 면모를 보여주는 세븐틴. 캐주얼한 바이브를 연출하고 싶다면 그들처럼 트러커 캡을 활용해 보자. 깔끔한 티셔츠에 더한 트러커 캡은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코디에 포인트가 된다. 도겸은 위캔더스(WEEKENDERS)의 라이더 트러커 캡, 정한은 아크메드라비(ACMÉ DE LA VIE)의 프레피 로고 트러커 볼 캡을 착용했다.
편한데 예쁜 트러커 캡 추천 7
다시 유행이 돌아왔다고 해서, 장롱 안에 유물처럼 잠들어 있던 트러커 캡을 뒤적거리지는 말자. 아무리 Y2K라지만 그때로 타임머신 타자는 건 아니니까. 복고 감성에 요즘 바이브까지 첨가된, 맛깔난 트러커 캡으로 준비했다.
랄프 로렌의 캐주얼 브랜드 더블알엘(RRL). 좋은 품질의 의류를 생산하기로 유명하지만, 가장 인정받는 건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데님이다. 1993년 오리지널 더블알엘 볼 캡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으로, 커스텀 자수 로고 패치가 특징적이다. 시그니처 그린 언더빌로 사선에서 바라보았을 때 볼 수 있는 조화로운 배색이 매력 포인트다.
트러커 캡 맛집으로 소문난 캐피탈(KAPITAL). 모자 전면을 가득 채운 그라피티 같은 레터링이 인상적인 제품이다. 색감 또한 쨍한 편이라 착장에 포인트 주기 딱이다. 모자와 챙의 연결부에는 캐피탈의 시그니처 스마일 택이 살며시 자리하고 있다.
진짜배기 트러커 캡을 찾고 있다면 이 브랜드를 주목하자. 카우보이모자부터 트러커 캡까지, 시대를 막론한 미국의 정신을 담아내는 스텟슨(STETSON)이다. 트렌드와는 다소 거리가 먼 듯 보이지만, 트러커 캡의 정수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아이템이다. 실제 트럭 운전사로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은 알아두도록 하자.
매번 감도 높은 제품을 선보이며 수많은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는 갤러리 디파트먼트(GALLERY DEPT.).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는 중이다. 담백한 실루엣과 깔끔한 블랙 컬러의 평범해 보이는 디자인이지만, 뒤집힌 레터링 하나로 반전 매력을 선사한다.
스트리트 패션의 대표 격 브랜드인 스투시. 심플한 디자인에 아이코닉한 로고 플레이를 곁들인 제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트러커 캡 또한 예외는 아니다. 완전히 베이직한 느낌의 실루엣에 스투시 로고 하나 더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 멋스러운 건지. 복고풍보다는 요즘 스타일로 트러커 캡을 매치하고 싶은 사람에게 제격이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는 모터사이클 커스텀을 베이스로 하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다. 기반을 바이크에 두는 만큼, 전면부의 데우스 아트워크 자수 패치 디테일에는 모터사이클 레터링이 딱. 빈티지한 레드 컬러의 코듀로이는 지금이 2024년인지, 2000년인지 헷갈리게 할 정도다.
스티브 맥퀸을 그대로 복사한다고 불리는, 전통적인 미국 스타일 복각에 진심인 토이즈맥코이(TOYS McCOY). 트러커 캡에서도 미국의 향취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딱따구리로 알려진 애니메이션인 우디 우드페커의 캐릭터가 정면 자수에 입체감 넘치게 새겨져 있다. 챙에는 모터사이클 딜러인 존슨 모터스의 자수 로고가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