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힘 잔뜩 들어가는 계절은 이제 안녕. 누그러진 추위에 맞춰 옷차림을 가볍게 해야 할 때다. 이번 봄맞이는 밀리터리 룩으로 하자. 온몸에 힘주지 않아도 그 자체로 멋스럽고, 예측할 수 없는 봄 날씨에 알맞으니까. ‘찐 밀덕’이 인정하는 밀리터리 룩 필수템을 짚어봤다.
밀덕이 추천하는 밀리터리 룩 필수템

1950년대 미 해군의 작업복을 충실하게 복각했다. 네모난 포켓 외에는 별다른 디테일이 없는 투박한 디자인이다. 거칠기는 또 얼마나 거친지, 입을 때도 러프하게 떨어진다. 이 거친 느낌이야말로 밀리터리 룩의 묘미.
언제 어디서나 휘뚜루마뚜루 입을 수 있지만, 허리라인 끝에 늘어진 실밥은 잘려 나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당시 봉제 기술의 한계로 끝부분을 깨끗하게 마감할 수 없었던 걸 고증한 거다. 밀리터리 룩은 이런 작은 디테일로 입는다.

1930년대 초반 미 육군 항공대가 보급한 항공 재킷. 높은 고도에서의 추위를 견딜 수 있도록 만든 것이 그 시초다. A-2 재킷은 항공기 조종사는 물론 대중들 사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는 A-2 재킷이 영화 <대탈출>, <탈주특급>, <진주만> 등에 등장했기 때문.
A-2 재킷은 지금까지도 많은 브랜드에 영감을 주고 있다. 밀리터리 룩 복각계의 큰손, 리얼 맥코이의 오카모토 히로시가 이 재킷을 직접 만든 일화는 유명하다. 영화 <대탈출>에서 스티브 맥퀸이 입은 A-2 재킷을 너무 갖고 싶어 한 나머지, 미국 전역을 돌며 옷을 연구하고 직접 만들어 판매한 것이다. 그의 열정은 아마 이 옷의 터프한 멋에서 나왔겠지. 보기만 해도 테스토스테론 올라가는 느낌이다.

1960년대 미군 작업복에서 유래했다. 올리브그린 컬러에 스트레이트로 쭉 뻗은 핏, 여유로운 수납공간과 튼튼한 박음질이 특징이다. 물론 이와 비슷한 바지는 많다. 하지만 특유의 오묘한 색감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60년 전 오리지날을 연상시키는 빈티지한 느낌.
퍼티그 팬츠의 매력은 입으면 입을수록 자연스레 바래고 익어가는 데 있다. 세탁을 거치며 부드러워지고, 짙은 올리브 컬러가 밝은 세이지 컬러로 변하는 과정을 즐기는 거다. 이 말은 옷이 매우 튼튼하다는 뜻과도 같다. 시간을 견디려면 튼튼한 만듦새는 기본이다.

킹 오브 쿨, 스티브 맥퀸이 영화 <대탈출>에서 입었던 치노 팬츠를 정밀하게 재현했다. 탄탄한 원단에 적당한 스트레이트 핏, 자연스러운 색상으로 활용도가 높다. 바지 여미는 덴 지퍼 대신 단추를 달았다. 왜? 그 시대 스티브 맥퀸은 그렇게 입었으니까.
치노 팬츠는 토이즈 맥코이 외에도 브랜드가 많다. 버즈릭슨, 아나토미카, 디키즈 등. 하지만 밀리터리 룩의 근본은 무엇인가. 옷을 통해 그 시대 역사와 문화를 향유하는 것 아닌가. 오직 토이즈 맥코이만이 상표권을 취득해 스티브 맥퀸의 택을 달았다. 말 다했다.

베트남 전쟁 중 미군의 몸을 따뜻하게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야전상의. 모자에 달린 털이 거칠어 ‘개파카’라고도 불렸지만, 사실 이 옷의 진짜 이름은 M-65 피시테일 파카다. 뒤가 물고기 꼬리처럼 갈라져 있어 피시 테일이란 이름이 붙었다. 실루엣은 무지막지하게 크다. 필드 자켓 위에 입어야 했기 때문이다.
M-65 피시테일 파카는 매번 다양한 브랜드에서 조금씩 변형을 거쳐 신제품을 내놓는다. 아이코닉한 디자인과 휘뚜루마두루 입기 좋은 활용성 덕일 거다. 2010년대를 휩쓴 카이아크만 야상부터 배정남의 ‘간지’를 완성했던 개파카까지, 모두 한 번쯤은 다 입어봤겠지?!

이번에는 해군으로 가자. 이름에 갑판을 뜻하는 ‘덱’이 붙어있다. 추운 날씨 갑판 위에 서 있는 이미지가 생각난다. 거친 바다 위를 누비는 해군 옷은 방수와 방풍에 뛰어났을 거다. 내피에 양털과 알파카털을 부착하여 바람을 막고, 퍼 칼라와 시보리 소매로 보온성 높인 디테일이 눈에 띈다.
프리 휠러스 N-1 덱 재킷은 1940년대 미국 해군 덱 재킷을 복각한 만듦새가 인상적이다. 정글 클로스 원단을 썼으며, 당시에 쓰던 빈티지 재봉틀을 사용해 촘촘하고 묵직한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군데군데 스토리가 묻어있다. 납득가는 디테일은 정통 밀리터리 룩의 매력이다.

영국 군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신발. 스웨이드 가죽과 두꺼운 크레이프 밑창, 모래가 신발 속으로 들어가지 않게 발목을 높였다.
처커 부츠는 밀리터리 룩과 잘 어울리지만, 클래식이나 캐주얼 룩과 매치해도 좋다. 짙은 청바지나 치노 팬츠, 산뜻한 흰색 티셔츠와의 조합은 언제나 베스트. 영화 <007 스펙터>의 다니엘 크레이그, <블리트>의 스티브 맥퀸이 신은 신발 역시 처커 부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