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의 시계는 여전히 멈춰있다. 따뜻한 봄날에 함성 소리로 꽉 찰 야구장이 조용하다 못해 적막감만 흐른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20시즌 리그 개막을 4월 20일 이후로 미뤘다. 4월 7일부터는 팀 간 연습경기를 계획하며 개막 준비에 나서는 듯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폭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KBO의 고민도 깊다.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중 해외 유입자의 비중이 커졌다. 이에 KBO는 3월 26일 미국 등 해외에서 입국한 외국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2주 자가 격리를 강력 권고했다. 4월 말 개막을 예상하고 시즌 준비에 돌입한 이들에게 시간이 더 필요해졌다.
한편 일본프로야구에서는 3명의 선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게다가 연습경기를 통해 접촉한 타 팀 선수들도 있어 자가 격리 조치가 내려졌다. 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던 KBO는 지난 3월 31일 긴급 실행위원회를 열었다. 4월 7일부터 계획했던 팀 간 연습 경기를 2주 연기했고, 정규시즌 개막은 4월 말 혹은 5월 초 방안을 검토 중이다.
3월 31일 긴급 실행위원회에서는 무엇을 논의했나?
당초 KBO는 정부가 발표한 4월 6일 등교 개학 일정에 맞춰 4월 7일부터 팀 간 연습 경기를 시행하고자 했다. 하지만 3월 31일 오전 다시 정부는 전국 학교의 신학기 개학을 4월 9일로, 그 후 다시 4월 20일로 미뤘다. 이 또한 온라인 개학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리그 개막 역시 4월 말 또는 5월 초 방안을 검토 중이다. 팀당 144경기를 전부 소화하기 위해서는 5월 초가 마지노선이다.
이에 KBO도 움직였다. 같은 날 오후 단장 모임인 긴급 실행위원회를 열었다. 구단과의 연습 경기는 2주 미뤄 4월 21일부터 시작된다. 리그 개막 역시 4월 말 또는 5월 초 방안을 검토 중이다. 팀당 144경기를 전부 소화하기 위해서는 5월 초가 마지노선이다. 2020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긴 것은 맞지만, 리그 축소 운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최근 입국한 외국인 선수 15명의 자가 격리에 대해서는 5개 구단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정부의 코로나19에 대한 보수적 대응에 KBO도 따르고 있는 셈이다.
시즌 앞두고 ‘집콕’하게 된 KBO 외인들
KBO 5개 구단의 15명 외국인 선수들은 ‘집콕’ 생활을 하게 됐다.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 KT 위즈,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 등 5개 구단은 3월 초 스프링캠프 종료 후 외국인 선수들을 고국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국내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미국, 호주, 멕시코, 베네수엘라 등에서 개인 훈련을 진행했다.
LG 윌슨의 3월 22일 입국을 시작으로 KT, 삼성, 한화, 키움 외국인 선수들이 26일 입국을 완료했다. 15명 모두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상황이 급변했다. 오히려 유럽과 미국 등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LG 윌슨의 3월 22일 입국을 시작으로 KT, 삼성, 한화, 키움 외국인 선수들이 26일 입국을 완료했다. 15명 모두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LG 윌슨과 라모스는 26일 팀 훈련에 합류하기도 했다. 윌슨은 “한국과 미국은 다른 세상이다. 한국에서는 모두가 마스크를 쓴다. 마음이 놓인다”고도 했다. 27일부터는 자가 격리 지침에 따라야만 했다.
KBO는 26일 저녁 최근 해외에서 입국한 외국인 선수들에게 2주간 자가 격리를 강력 권고했다. 정부가 22일 유럽발, 27일 미국발 입국자에 대해 자가 격리 결정을 내린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선수들은 자택 또는 숙소에서 홈트레이닝에 나섰다.
외국인 선수들이 차지하는 팀 내 전력 비중은 크다. KBO가 4월 21일 혹은 24일 개막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2주라는 시간은 짧지 않다. 자가 격리 해제 후 다시 몸 상태부터 끌어 올려야 한다. 이에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례 없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KBO도 난감한 입장이다.
확진자 발생한 일본프로야구, KBO도 예의주시 중
이웃 나라 일본은 3월 24일 도쿄올림픽 1년 연기 발표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일본프로야구 내 확진 판정을 받은 선수들도 있다. 한신의 후지나미 신타로, 이토 하야타, 나가사카 겐야 등이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초비상이 걸렸다.
일본 현지에서는 일본프로야구의 미온적 대응에 비판하기도 했다. 일본야구기구(NPB)의 코로나19 매뉴얼에 따르면 ‘확진자 발생 시 접촉자를 일주일 이상 격리한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후지나미가 참석한 식사 자리에서만 20대 여성 3명을 포함해 총 6명의 확진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연습 경기에서 확진 선수들과 접촉한 타 팀 선수들도 자가 격리에 나섰다. 이후 라쿠텐, 소프트뱅크 등 일부 팀들은 자체적으로 훈련장을 폐쇄하고 모든 구성원의 자가 격리를 시행하는 등의 조치를 내렸다.
KBO 역시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만약 4월 말 개막을 한다 해도 걱정이다. 물론 KBO는 ‘정규시즌 개막 후 선수단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2주간 리그를 중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감염 위험은 존재한다. 4월 개막전을 보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봄날을 만끽하고자 한강으로 모인 사람들에게 서울특별시는 “한강에서도 사회적 거리(2m)는 유지되어야 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었다. 프로야구 역시 아직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Edited by 조형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