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시작할 때는 모든 게 새롭고 설렌다. 시간이 흐르면 익숙함과 지루함 속에서 권태기를 맞는 것이 연애의 비극적 말로. 이 위태로운 상태를 심화시키는 건 권태기 자체가 아니라, 상대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는 무딤일지도 모른다. 관계 회복을 위해 극약 처방을 내려야 할 이 시기에 여자 친구의 미묘한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갈등이 커지거나 관계의 종말을 맞이하게 될 터. 권태기는 갑자기 찾아오는 게 아니라, 작은 신호들이 쌓여 드러난다.
달라진 연락 빈도
처음에는 사소한 일까지 공유하던 여자친구가 어느 순간 “응”, “그래” 같은 짧은 답장으로만 대화를 이어간다. 이마저도 하루 종일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왜 연락 안 해?”라고 묻기보다, 새로운 화제를 만들어 분위기를 환기시켜 보자. 여행 계획, 취미 활동 등 함께 할 시간을 이야기하는 게 더 낫다.
지루한 데이트
권태기에는 데이트가 이벤트가 아니라 습관처럼 느껴진다. 그것도 아주 지루한 습관. 만나도 핸드폰을 자주 보거나, 늘 가던 곳만 가려 한다. 데이트 패턴이 반복되면 ‘기대감’이 사라지는 것이 이치기도 하니까. 익숙한 카페 대신 전시회, 클래스, 소풍 같은 색다른 경험으로 설렘을 만들어 보자.
부스스한 외모
연애 초반에는 서로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옷차림과 헤어스타일에 신경 쓴다. 권태기에 접어들면 상대가 더 이상 특별한 존재로 느껴지지 않기도 하고, 편안함에 기대어 변화를 위한 노력도 줄어든다. 이럴 땐 상대의 외모 변화를 요구하기보다는, 먼저 본인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분위기를 새롭게 이끌어야 한다.
뜸해지는 스킨십
스킨십은 관계의 친밀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스킨십 횟수가 줄고, 반응도 시큰둥하다면, 무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려는 심리가 발동했기 때문일 거다. 억지로 스킨십을 강요하기보다 대화와 감정 교류를 먼저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 친밀감은 감정적 교감에서 시작된다.

얕아지는 대화 깊이
연애 초반에는 가치관, 꿈, 미래 같은 깊은 대화를 자주 나눈다. 하지만 최근 대화가 날씨, 음식, 업무 같은 피상적인 주제로만 흘러간다면 권태기를 의심해 봐야 한다. 서로에 대해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안일한 생각, 혹은 더 깊이 이야기하기 귀찮은 마음은 입을 닫게 만든다. 의도적으로 깊은 주제로 대화를 이끌며 상대의 고민과 미래에 대한 그림을 함께 그려본다면 마음의 간극을 좁히게 될지도 모를 일.
같은 공간, 다른 마음
물리적으로는 같이 있어도, 마음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권태기 커플의 모습. 데이트 중에도 SNS를 확인하거나, 다른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이 포착될 거다. 함께 있는 순간의 소중함을 잊고, 무의식적으로 다른 자극을 찾는 것이다. 한두 시간만이라도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온전히 서로에게 집중하면 관계의 질은 달라진다.
잦은 짜증과 사소한 다툼
권태기에는 작은 일에도 감정이 쉽게 흔들린다. 마음의 여유가 줄고, 상대방의 단점만 크게 보이기에 예전에는 웃어넘기던 행동에 짜증을 내거나, 사소한 문제로 다툼이 잦아진다. 싸움 자체를 줄이려 하기보다, 감정을 진정시킨 후 대화로 풀어야 한다. 서로의 기대치를 재정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권태기는 어쩌면 위기가 아니라 기회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연락의 변화, 단조로운 데이트, 얕아진 대화의 깊이 등의 신호를 얼마나 빨리 알아채고 대응하느냐다. 권태기를 극복하는 열쇠는 바로 ‘새로움’과 ‘공감’. 새로운 경험을 함께하고, 감정을 나누며, 서로를 다시 알아가는 과정을 거친다면 권태기는 위기가 아니라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