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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희일비, 노심초사로 신경쇠약이 올 지경이다.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며 멀미 나게 만드는 금융시장, 3만 달러 선마저 붕괴 위기를 맞고 있는 코인시장, 수시로 들락거리는 증권 앱 때문에 아무 데도 집중 못 하는 우리의 정신머리. 떡락하는 자산과 함께 삶의 의욕도 떨어져 가는 오늘날의 군상이다. 그러나 인생은 장투다. 존버해야만 승리한다. 떡락한 기운 다시 북돋아 줄 노래 들으며 국밥 한 사발 들이키고 다시 한번 가즈아!
에디터 알렌의 추천곡
Track 01. Kanye West, JAY-Z, and Big Sean – Clique
투자와 도박의 차이를 알면서도 팔랑대는 귀 때문에, 또는 남들은 다 하는데 나 혼자 뒤처지기 싫어 씁쓸한 대가를 치르는 우리들의 모습. 웃프다는 말이 떠오르는데, 이런 웃픈 본인의 모습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이가 있었으니 바로 Kanye West.
James Brown의 ‘Funky President (People It’s Bad)’를 음침하게 샘플링한 비트를 깔고 본인 크루의 힘을 자랑하는 듯한 이 노래는 사실 씁쓸한 자아 성찰의 모습이 담긴 곡이다. 특히 지금은 전 와이프가 되었지만, 당시 여친이었던 킴 카다시안의 과거에 대해 언급을 하는 부분은 마치 우리의 투자가 파란색과 빨간색을 넘나들 때마다 우리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한번 뒤돌아보게 해 주지 않을까 싶다.
Track 02. Three 6 Mafia – Side 2 Side
클럽에 가면 항상 있는 춤은 추지 않고 구석에서 팔짱을 끼고 폼만 잡으면서 주변을 살피는 사람들이 꼭 있다. 무슨 이유로 클럽까지 와서 멀뚱멀뚱 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Three 6 Mafia는 그들을 위해 이 곡을 준비했다. 팔짱을 끼고 설렁설렁 좌우로 흔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클럽을 충분히 즐기라는 메시지.
요동치는 주식시장 때문에 불안한 내 마음을 이렇게라도 덤덤하게 풀어버리기에 좋은 곡이다. 떡락하고 있는데 신나게 춤은 출수는 없고, 그렇다고 기분 전환하러 나왔는데 그냥 갈 수도 없고. 이런 곡을 들으면서라도 마음 다잡고 기분을 풀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
에디터 해원의 추천곡
Track 03. The Notorious B.I.G. – Mo Money Mo Problems (feat. Puff Daddy & Mase)
역사상 가장 위대한 래퍼로 불리는 노토리어스 비아이지(The Notorious B.I.G.). ‘Mo Money Mo Problems’는 동부 힙합의 왕, ‘King of New York’이라고 불리는 그가 1997년 총격을 받아 사망한 직후 발매된 앨범 ‘Life after Death’에 수록된 곡이다. 비기 특유의 허스키하면서도 굵직한 목소리와 고막에 땅땅 때려 박는 라임이 다이애나 로스의 ‘I’m Coming Out’의 멜로디에 더해져 이전 앨범들보다 높은 대중성을 갖추고 있다.
비기의 스웩 때문인 걸까, 곡 타이틀에서 왠지 모를 하드코어한 갱스터의 기운이 물씬 느껴지지만, 사실 뜻만 본다면 법정 스님의 ‘무소유’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떡락한 가상화폐와 주식으로 인해 너덜너덜해진, 물욕으로 가득 찼던 당신의 마음을 이 노래와 함께 차근차근 비워나가 보자. 한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피처링에 참여한 메이스(Ma$e)는 이 노래 작업 후 현타가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날 갑자기 화려한 래퍼의 삶을 뒤로 하고 목사로서의 삶을 살기도 했다.
Track 04. 2Pac, Outlawz – Baby Don’t Cry (Keep Ya Head Up II)
동부의 왕 비기에 이어 이번엔 서부 힙합의 왕 투팍이다. 귀를 즐겁게 하는 라임이 비기의 매력이었다면, 투팍의 강점은 흑인 인권에 대한 사회적 메세지를 담은 철학적인 가사에 있다. 흑인 인권 운동가였던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데뷔앨범인 ‘2pacalypse Now’를 시작으로 줄곧 사회 비판적인 메세지를 담아냈다.
1999년 발표한 ‘Baby Don’t Cry(Keep Ya Head Up II)’ 역시 흑인 여성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지만, 사실 이 곡은 타이틀 하나만 보고 선곡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곤두박질치는 그래프를 보며 좌절에 빠져 남몰래 눈물 흘리고 있을 당신에게 이 노래의 후렴구가 당신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줄 것이다.
에디터 형규의 추천곡
Track 05. Lebrock – All or Nothing
개인적인 2021년 올해 최고의 앨범으로 꼽는 르브록의 풀렝스 앨범 <Fuse>의 포문을 여는 첫 번째 트랙. 대부분의 레트로 신스웨이브 뮤지션이 그렇지만, 특히 르브록의 새 앨범은 이제 전자음악이라기보다는 노골적인 수준의 80년대 AOR이나 멜로딕 록에 대한 접근론을 지향한다. 한없이 청명한 신디사이저와 풍성한 코러스, 화려하진 않아도 선명한 멜로디라인을 품은 기타 솔로가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진 기분을 조금이라도 세워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좋은 게 좋은 거다. 어쨌든 노래처럼 결국 ‘모 아니면 도’다. 항상 우리네 인생은 그렇지 않았던가.
Track 06. 이박사 – Space Fantasy
항상 약 빤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 찾아 듣는 플레이리스트 1순위. 수십 년간 뽕짝 외길을 걷는 이박사의 저세상 텐션과 추임새만으로도 이미 거나하게 취할 것 같은데, 여기에 가재발의 프로듀싱이 더해진 <Space Fantasy> 앨범에선 그야말로 충만한 약 기운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일본에서 활동하던 이박사가 국내로 역수입되며 금의환향했던 아름다운 시절의 결과물. 떡락으로 피폐해진 마음을 치유하는 건 약시 약발이 즉효다.
에디터 푸네스의 추천곡
Track 07. 소낙별 – 지나가
자신 앞에 놓여 있는 암담한 상황을 털어내고 싶을 때는 긍정 회로를 가동해야 한다. 무심히 던지는 타인의 어쭙잖은 위로를 부둥켜안는 것보다 자신을 스스로 일으켜 세워야 마음과 정신에도 근육이 붙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난 내가 열세 살까지 살아있을 줄 몰랐어’라는 강렬한 도입을 가진 이 노래는 당신의 산산이 조각난 멘탈을 부여잡게 하기에 썩 훌륭한 처방전이 된다.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안개 자욱한 오늘이 두 눈에 가득 고여도, 하루를 살아내면 내일이 온다는 당연한 순리를 자각 시켜 주니까. 파란 그래프가 빨간색으로 바뀔 때까지 ‘존’중하며 ‘버’티자.
Track 08. K.A.R.D – Oh NaNa (Hidden 허영지)
혼성그룹이 자리하기 힘든 팬덤 문화를 비집고 나타난 카드. 그들은 우려와 달리 데뷔 전 북미와 남미를 돌며 순회공연을 마치고, 해외 팬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깔고 시작한 그룹이다. 특히 댄스홀 그르부 비트 베이스에 뭄바톤이라는 장르로 남미에서 큰 사랑을 받는 중. 말초를 건드리는 듯 경쾌한 멜로디를 브금으로 깔고, 당신을 감싸고 있는 어둠의 기운을 몰아 내보자. 지구 반대편에서 터질지 예상하지 못했던 이 그룹의 운명처럼 묵혀뒀던 종목이 떡상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에디터 서연의 추천곡
Track 09. 브레이브걸스 – 롤린
10년 남짓한 무명 생활을 청산하고 ‘롤린’ 단 한 곡으로 역주행의 신화를 기록한 브레이브걸스. 언제부턴가 한 유튜브 채널에서 롤린의 댓글 모음 영상이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모으게 되었고, 이후 알고리즘을 타면서 조회수도, 인기도 떡상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라고 치부하기에는 섭섭할 그녀들이다.
4년 동안 무려 63회의 위문 공연에 국방 TV도 롤린코인에 탑승했을 정도. 이에 역주행의 아이콘 유정은 ‘존버는 승리하니까 모두 힘냈으면 좋겠다’라는 긍정의 메시지를 남기기도. 코인 떡락으로 아픈 배를 쥐어 잡고 있다면 역주행의 신화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을 들으며 떡상에 대해 고찰해보자.
Track 10. 비 – 깡
한풀 꺾여가는 그의 인기에 대한 우려는 사치였다. 2017년 무관심 속 사라져가던 ‘깡’이 2년 만에 1일 3깡의 밈으로 소비되기 시작했다. ‘내 매니저 전화기는 조용할 일이 없네’,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네’ 등 그저 민망하기 짝이 없던 그 가사, 행위 예술 같던 퍼포먼스도 하루라도 듣지 않고 보지 않으면 서운했으니. 댓글 맛집으로 등극해 중독 현상까지 일으킨 깡,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처럼 각종 패러디와 오마주를 남기며 역주행과 떡상의 이력을 남겼듯, 침체한 우리의 코인에도 떡상의 신화가 함께 하길 바라며 플레이.
에디터 성민의 추천곡
Track 11. Andra Day – Rise Up
제목부터 ‘일어나’라고 주문하는 안드라 데이의 데뷔곡 ‘Rise Up’. 고등학교 졸업 후 20개가 넘는 종류의 궂은일을 하며 전전하던 과거의 자신에게 불러주는 희망의 찬가이기도 하다. ‘너는 회전목마 같이 돌고 도는 인생에 무너지고 지쳤지(You’re broken down and tired Of living life on a merry-go-round)’라는 가사가 떡상과 떡락을 반복하는 금융자산과 우리네 마음을 대신 읊조려주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헤쳐나갈 거야(we gonna walk it out)’, ‘난 일어날 거야(I’ll rise up)’라고 외치는 안드라 데이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서 잡주같은 우리 인생을 우량주로 끌어올리려는 의지의 불꽃이 살아난다. 당신의 떡락한 주식도, 코인도, 기분도 Rise UP 하기를 기원한다.
Track 12. Des’ree – You Gotta Be
국내에서는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1996) OST 수록곡 ‘Kissing You’로 더 유명한 영국 아티스트 데즈레. 빌보드 핫 100에서 5위에 등극하며 데즈레를 전 세계에 알린 곡 ‘You Gotta Be’는 용기를 잃고 좌절한 사람들에게 마음 단단히 먹고 더 강해지라고 혼쭐내는 노래이다.
가사는 다소 냉정하지만 데즈레의 매력적인 중저음과 미드 템포의 따뜻한 멜로디가 마치 어머니의 진정 어린 충고를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600,000명의 영국 학생들이 동시에 합창해 기록을 세웠던 곡이기도 하고 몇 차례 빌보드 차트 역주행 역사가 있는 만큼 많은 이들이 힘과 용기를 얻고 싶을 때 종종 찾는 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