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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이상한 핀란드 게임
2024-08-07T08:35:29+09:00

어떤 나라길래 이런 게임이 나올까.

머나먼 거리만큼 낯선 나라, 핀란드. 세계 행복지수 1위를 몇 년간 굳건히 지키고 있는 국가이지만, 동시에 국민 중 상당수가 우울을 겪는 아이러니한 곳이다. 핀란드에 이민을 간 한국인이 운영한 X 계정인 ‘오세요 핀란드’를 보면 핀란드는 대체 어떤 나라일지가 궁금한 수준. 이러한 핀란드의 미묘한 지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게 바로 핀란드 게임이다.

생경하겠지만 핀란드는 게임 강국이다. 게임 안 하는 사람도 다 아는 앵그리버드, 청소년 1티어 게임 브롤스타즈, 최초의 오픈월드 서바이벌 게임 언리얼 월드까지 모두 핀란드 게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대중적인 작품 또한 출중하지만, 게임 애호가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색다른 게임도 많다. 일반적인 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묘하게 뒤틀린 핀란드 감성 게임을 소개한다.

마이 썸머 카

핀란드 엔지니어의 진짜 삶

핀란드 운동선수와 레이서에게는 플라잉 핀(Flying Finn)이라는 별명이 있다. 워낙 날아다니듯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선수가 많기 때문이라고. 그런 핀란드에서 만든 자동차 게임이라면 스피디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마이 썸머 카(My Summer Car)가 명성을 얻은 건 어떤 자동차 게임에서도 볼 수 없던 극한의 현실성 때문이니까. 게임 소개에부터 ‘고도의 자동차 지식이 필요하다’고 적혀 있으니 말 다 했다.

이 모든 게 전부 차량 수리에 사용되는 부품이다.

배경은 1990년대 핀란드 시골로, 프레임만 남은 오래된 차를 고쳐 랠리 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이 게임의 목표다. 정확히 말하면 고친다기보다 만드는 쪽에 가깝다. 백 개가 넘는 부품을 직접 스패너와 렌치를 써가며 조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품 결합부터 전기 배선 작업까지, 제대로 수행하지 않으면 엔진이 터져버리기도 한다. 게임 플레이만 했을 뿐인데 자동차 준전문가가 될 지경이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차량에 시동이 걸리는 순간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아직 운전은 시작도 안 했다는 사실. 방향은 기본이요, 기어 조작과 클러치, 레인지 설정, 핸드 브레이크까지 전부 다른 버튼으로 조작해야 한다. 실제로 게임 내 조작을 위한 키만 21개에 이른다. 심각하게 좁은 도로와 내일이 없는 듯 달리는 자동차들 사이를 주행하다 보면 이 게임이 왜 생존 게임으로 불리는지 절로 이해가 된다.

이외에도 게임의 난도를 높이는 욕구 및 상태 관리, 투박한 그래픽과 모델링 등 진입 장벽이 높은 게임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확실한 건 마이 썸머카 같은 게임은 마이 썸머 카가 유일하다. 시스템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핀란드 시골에서 자동차 엔지니어로 사는 건 분명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핀란드의 탁 트인 도로를 달리고, 이웃들과 지지고 볶으며 일상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삶 말이다.

피어 앤 헝거

정신이 피폐해지는 괴이함

주의. 소개에 앞서 심약자는 절대 플레이하지 않길 바란다. 지금껏 어떤 게임을 해왔든 간에 그 이상을 보게 될 테니. 피어 앤 헝거는 호러라는 장르로는 담아낼 수 없는 음울과 절망, 잔인함과 기괴함으로 가득 차 있다. 그로테스크한 그림체, 심연을 들여다보는 듯한 스토리, 튜토리얼 따윈 없는 불친절한 진행, 모든 적의 공략법이 다른 악랄한 전투 방식까지.

어려운 게임은 수없이 많지만, 피어 앤 헝거는 유독 불합리하게 느껴진다. 진행에 있어 운이 너무나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게임만의 독특한 시스템인 동전 던지기는, 말 그대로 동전을 던져 어떤 면이 나오는지 맞혀야 하는 형식이다. 동전은 전투, 아이템 획득, 심지어 세이브에서도 던져진다. 맞히지 못하면 그대로 게임 오버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니, 플레이어는 무력함을 느낄 수밖에.

정신 건강에 해로울 듯한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의외로 깊이 있는 스토리다. 피어 앤 헝거 속 4명의 주인공은 각기 다른 이유로 한 남자를 구하기 위해 공포와 허기의 감옥으로 들어서게 된다. 온갖 괴물과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감옥 속에서 이 세계의 이야기는 차츰차츰 모습을 드러낸다. 크툴루 신화와 기독교 교리, 만화 베르세르크 등 다양한 문헌이 연상되는 세계관은 한 편의 부조리극처럼 보이기도 한다.

피어 앤 헝거는 2018년도 작품으로, 나온 지 몇 년이나 지난 만큼 후속작도 이미 출시돼 있다. 피어 앤 헝거 2: 테르미나는 결은 비슷하지만 비교적 순한 맛이어서, 이례적으로 1보다 2를 먼저 플레이하기를 추천하는 편이다. 방대한 볼륨을 자랑하는 이 게임은 놀랍게도 핀란드 개발자 1명의 손에서 탄생했다고. 다시금 피어오르는 의문, 핀란드는 대체 어떤 곳인 걸까.

핀란드 군대 시뮬레이터

낯선 나라에서 익숙한 향기가 난다

이 게임을 해보기 전엔 알지 못했다. 핀란드도 우리나라처럼 징병제라는 걸. 피어 앤 헝거와는 또 다른 공포를 선사하는 핀란드 군대 시뮬레이터는 입대한 핀란드 병사의 일과를 사실적으로 구현한 게임이다. 군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플레이 중 스멀스멀 올라오는 그 시절의 기억으로 괴로워질지 모른다. 오죽하면 개발사 이름부터 Please Be Patient, ‘견디세요’일까.

낯설면서도 소름 돋게 익숙한 생활관의 풍경.

플레이어는 주인공인 논논노가 되어 모든 행동과 작업을 직접 행해야 한다. 침상 정리를 하고, 점호를 하고, 구보를 하고, 일과를 하고… 지루하고 반복적인 하루를 어렵사리 넘겨도 우리를 맞이하는 건 똑같이 흘러갈 다음 날. 빗의 이빨을 하나씩 부러뜨려가며 전역일을 세고 있노라면 내가 게임을 하는 건지, 재입대를 한 건지 헷갈릴 정도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개발자가 말하길, 게임에는 도전이 필요하고 이 게임의 도전 요소는 사실주의다. 제한 시간 안에 관물대를 정리하고, 결식을 하면 페널티가 주어지고, 쏟아지는 졸음을 컨트롤하며 독도법 강의를 듣는다. 게임적 허용으로 넘어갈 법한 사소한 부분까지 모두 구현한 덕분에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쏟아지는 불쾌에도 게임을 끄지 못하는 걸 보면, 불쾌도 쾌가 맞다.

한국군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는 군복 또한 몰입을 높인다.

극악무도해 보이는 핀란드 군대 시뮬레이터지만, 안보 교육용이 아닌 엄연한 게임인 만큼 즐거움을 선사하는 요소도 다수 존재한다. 개성 넘치는 동기와 선임, 찰진 핀란드어 대사와 유머러스한 음악, 생각보다 흥미로운 스토리 라인까지. 어디를 가나 군대 문화는 비슷하다는 생각으로 게임을 하다 보면, 어느새 쌓인 내적 친밀감에 핀란드가 이웃 나라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바바 이즈 유

착한 얼굴에 그렇지 못한 난도

화려한 그래픽과 방대한 콘텐츠로 작품성을 인정받는 게임이 있는 반면, 오로지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승부를 보는 케이스도 존재한다. 후자의 완벽한 예시가 될 게임이 바로 지금 소개할 바바 이즈 유. 단순한 그래픽에 스토리도 전무하지만 평론가와 유저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건, 지금껏 본 적 없던 참신함이 바바 이즈 유에는 있었기 때문이다.

바바 이즈 유는 게임 내 법칙을 스스로 창조해 나가는 퍼즐 게임이다. 맵에는 해당 스테이지의 전제 조건이 되는 텍스트가 놓여 있다. 플레이어는 바바 혹은 무언가를 조작해 이 텍스트를 바꿀 수 있고, 이를 활용해 클리어 조건을 완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BABA IS YOU와 FLAG IS WIN이라는 문장을 완성했다면, 바바가 깃발에 도착하는 순간 승리하게 된다.

문제 해결이 목적인 퍼즐 게임 특성상 너무 쉬우면 푸는 맛이 없지 않겠는가. 뽈뽈거리며 하찮은 귀여움을 뽐내는 도트 그래픽을 보고 쉽게 생각했다면 큰코다칠지 모른다. 바바 이즈 유는 우리나라에서는 BABO IS YOU라고 불릴 정도로 고난도를 자랑하니까. 클리어 비율이 50%도 채 넘지 못하는 에어리어가 대다수라는 게임 내 기록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머리를 쥐어짜면서 퍼즐을 해결했을 때의 성취감은 눈물이 날 지경. 이 정도 난도는 익숙한 퍼즐 게임 마니아라면? 클리어하지 않아도 엔딩은 볼 수 있지만, 승부욕을 자극하는 익스트림 스테이지도 준비돼 있다. 일종의 스핀오프 격 게임인 바바 이즈 유 익스트림(XTREME)은 무료로 플레이가 가능하니, 자신의 두뇌를 시험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떠실는지.